마늘

마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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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성만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마늘』은 유년기의 향토적 추억에서 출발해 장년의 자아 성찰에 이르기까지, 한 인간의 내적 성장기를 그려낸 서사적 시집이다.

이 시집의 중심에는 늘 ‘상실’과 ‘그리움’이 있다. 어린 시절 “은사시 숲속에서 첫 입술을 주던 애인”이나 “소중한 구슬 딱지를 건네주던 친구”는 단순한 기억을 넘어, 시적 자아가 여성성과 처음 맞닥뜨린 무의식적 원형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세계는 현실 속에서 쉽게 파편화되고, 끝내 회복되지 못하는 잃어버린 에덴으로 남는다.

시 속에서 반복 등장하는 ‘누님’, ‘누이’, ‘새댁’은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에 형성된 **아니마(Anima, 내적 여성성)**의 다양한 얼굴이다. 이 여성상들은 보호자이면서도 동시에 동경의 대상이고, 때로는 상실과 좌절을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시인은 사랑과 성장이 언제나 아이러니와 역설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표제작 〈마늘〉은 이 여정의 정점에 있다. “불판 위에 올려진 이백여 뼈마디”라는 이미지 속에는 삶의 고통과 연소, 그리고 눈물로 이뤄낸 정화가 담겨 있다. 마늘은 결국 향토성과 생명력, 슬픔과 치유를 동시에 상징하는 메타포가 된다.

『마늘』은 단순히 한 시인의 개인적 회고를 넘어, 독자에게 ‘내면을 향한 긴 여정’을 환기한다. 성장기의 순수한 동경, 현실의 굴욕과 좌절, 그리고 끝내 도달하는 정화와 성찰까지-이 시집은 우리 모두가 거쳐온 삶의 길목을 낭만적으로 비추며, 시조가 품을 수 있는 내면적 깊이를 새롭게 보여준다.
저자

고성만

저자:고성만
1963년전북부안출생
2019년《농민신문》신춘문예시조등단2021년시조집『파란,만장』발간2022년시조시학젊은시인상수상

목차


시인의말

제1부월봉서원앞감나무
마늘
모래는바위의울음을알고있다
풀을베다
독소금호수
소읍
횡혈식석실묘에대한명상
기찻길옆
꽃무릇
가을우편함
월봉서원앞감나무
늦가을
대금산조
가을영산강
명사산
연륜
핥고싶다

제2부검은꽃의감정
선천적그리움
겨울서간체
베란다의자
월식
출렁다리
율정점에서의이별
헐벗음에대하여
사리에서
적소의꽃
울음무늬
검은꽃의감정
구름무늬반닫이
율을짓다
돌탑
청별항
겨울저수지
테러리스트

제3부보늬
찔레꽃역
낮달맞이꽃
인당수
풍력발전기
보늬
새장수
망종
바닷가민박집
누님의꽃밭에서
장마
부채
자귀나무
그림자에갇히다
소나기
밥냄새
처서
붓꽃피는아침

제4부눈물주의보
비밀번호를몰라서
2월
눈물주의보
가파도와마라도사이
구례군광의면온동리난동마을
민들레
빨간넥타이
봄전입신고
섬진초등학교
자운영
재채기
손금에내리는비
청딱따구리
조팝꽃
빗방울속에산이들어있다
별못

해설
자아(self)를찾아떠나는낭만주의자의회고-염창권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방송국심야프로에엽서보내놓고“너의생일축하!”이런메시지가전달되기고대했지.
누군가내시에대해입에올려주기를간절히기다려온것도십수년째
삶이곧시라는말이제일싫었고,시가삶과동떨어졌다는말은더욱싫었던,앞뒤맞지않는사유는도대체어찌한단말인가.
저티베트고산의구름族이신께바치기위해만든마리골드화환처럼때가되면저절로피어나기를,
“너의생일축하!”이런메시지가밤하늘에빛나는별같기를.

2025년초가을
고성만

책속에서

뜨거운
불판위
한꺼번에올려진채

노릇노릇익어가는
이백여*뼈마디

속살이
아리는슬픔
말갛게
고인눈물
---「마늘」중에서

달구어진모래에
귀를대면들린다

어디먼데
심장을두드리는고동소리

화산이폭발하는지피어오른잿빛연기

바위와자갈들
강을따라흐른다

모서리와모서리를
부딪히며구를때

뜨겁게흐른눈물을핥아주던온기들

해변가조가비에
눈맞추면보인다
섬광번쩍번쩍
부서지는천둥번개

새떼가내려앉은바위섬
밝아오는
아침해
---「모래는바위의울음을알고있다」중에서

이것은푸른정신
처참한순절이다

지구상최후보루지키기위하여

처서와백로그사이
온몸으로저항한다

볼록볼록터진물집
되살아나는아픔
거미줄걸린나비
목숨줄죄어오던

네눈길,
캄캄한어둠
눈물적신이름이다

홀로앉아바라보면배고픈저녁불빛
스르르드는잠
푹신한요람

이것은
만인의총*
향기론무덤이다

*정유재란때남원성에서순절한지사들의무덤.
---「풀을베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