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나를 살게 했다 (정영자 장편소설)

상처가 나를 살게 했다 (정영자 장편소설)

$18.00
Description
상처를 지나 알게 되었다
나를 살린 것은 먼 진리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이었다
『상처가 나를 살게 했다』는 구원을 향해 걸어갔던 한 여성이 끝내 삶의 자리로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저자는 70대에 이르러 비로소 자신의 삶을 글로 꺼내 놓으며, 한 생을 통과해온 시간의 무게를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전한다.
주인공 사라는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믿음으로 검은 제복을 입고 수도자의 길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해방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짓누르는 침묵과 굴종이었다. 배꼽에 고름이 터져도 바닥을 기어야 했던 18년의 세월 동안 그녀는 진리와 구원을 좇았지만 정작 자신의 생명은 점점 메말라 갔다.
결국 그녀는 담장을 넘어 세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세상은 그녀를 가장 현실적인 삶 속으로 밀어 넣는다. 아이를 키우고, 먹고살기 위해 몸을 움직이며 버텨야 하는 거칠고 투박한 일상. 그런데 바로 그곳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숨을 쉰다. 기도와 수행 속에서 끝내 붙잡지 못했던 평안이 노동과 생활의 자리에서 찾아오고, 버려야 할 것이라 믿었던 상처들이 오히려 자신을 살게 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은 한 여성의 탈출기이자 귀환의 기록이며, ‘은생어해(恩生於害)’, 곧 해로움 속에서 은혜가 태어난다는 진리를 몸으로 통과한 이야기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지만 방향을 바꾸는 순간 더 이상 고통만은 아니다. 그것은 삶을 밀어 올리는 힘이 되고, 다시 살아가게 하는 버팀목이 된다. 이 늦은 고백의 기록은 우리에게 조용히 말한다. 지금의 상처 또한 언젠가 우리를 살게 하는 은혜가 될 수 있다고.
저자

정영자

경상북도청도군‘잭과사과나무’농장에서흙을만지며살아간다.사과나무를돌보고제철채소를기르며,삶의가장낮은자리에서생명의온기를배워왔다.가슴속에응어리진낡은상처들을쏟아내지않고서는견딜수없었던어느날,한줄씩적어내려간생존의기록이쌓여이책이되었다.수도복을입고거룩한경전을읽어야만구원에이를수있다고믿었던시간은지나갔다.이제흙투성이손으로나무를만지고치열한일상을살아내는삶속에서상처가끝내나를살게하는은혜가될수있음을배워가고있다.

목차

1장_청보리밭의비밀
보리밭의불청객
양반과선비
선비의복주머니
공룡의손과발
아들얼굴의상처

2장_배움이라는출구
고진감래성적표
집밖으로난길
옥수수빵의온기
사격장의나물바구니
지각대장삼총사
거지의죽음
산골마을의사계
쥐꼬리숙제

3장_도시의불빛
빨간미니원피스
선비네백년손님
이별의뒷동산
빛나는졸업장
배가벌떡일어나는날
마방의첫날밤
영자의전성시대

4장_검은제복
천사를따라나선길
선녀님의세족식
떠날날을기다리며
배꼽에핀종기
비둘기호를타며
촛불서원식
현수의웃음
1일부작1일불식

5장_은생어해(恩生於害)
마지막상여소리
모란꽃지는날
소년원아이들
구두한짝
교만을깨우다
금기된사랑
흔들리는마음
넘지말아야할선
참성단의비바람속에서
지장보살의헌신
강을건너는법
젖병을태우며
어머니의자리

[에필로그]잿더미위에핀꽃

출판사 서평

어떤삶은쉽게이야기되지않는다.너무오래눌러담겨있었고,너무깊이지나온시간이기때문이다.『상처가나를살게했다』는그런시간끝에서비로소꺼내진이야기다.이책이특별한이유는단순히한여성의고통을기록했기때문이아니라,그고통을바라보는시선이남다르기때문이다.
우리는흔히상처를극복해야할것으로배운다.벗어나야하고,잊어야하며,가능하다면없었던일처럼덮어두어야한다고믿는다.그러나이책은그익숙한방향을조용히거슬러올라간다.상처는사라지지않는다는사실을받아들이는데서시작해,그것이한사람의삶을어디로데려가는지끝까지지켜본다.
수도자의길에서경험한절대적인복종과침묵의시간은한인간의존엄을무너뜨리는과정처럼보인다.그러나저자는그시간을단순한억압의기억으로만남겨두지않는다.그안에서무엇을잃었는지,무엇을끝내놓지않았는지를더듬어본다.그리고그시선은담장을넘어온뒤의삶에서도이어진다.아이를키우고,먹고살기위해몸을쓰고,흙을만지며살아가는시간속에서비로소삶은관념이아니라감각이되고,견딤은추상이아니라하루의일이된다.
이책의힘은서두르지않는데있다.쉽게용서하지도않고,성급하게의미를덧씌우지도않는다.오히려가장낮고구체적인일상의장면들속에서사람이어떻게다시자기삶쪽으로기울어지는지를보여준다.기도와수행의언어가아니라땀과노동의언어로길어올린평안이기에이책의문장들은더묵직하게마음에닿는다.
『상처가나를살게했다』는늦게쓰인책이다.그러나바로그렇기때문에가능해진기록이기도하다.시간을통과한사람만이붙일수있는말,견디고지나온뒤에야비로소꺼낼수있는문장이이책안에있다.그것은누군가를위로하기위해꾸며낸문장이아니라끝내살아낸사람만이남길수있는목소리다.
이책이건네는것은쉬운위로가아니다.다만삶의가장어두운자리에서도사람은끝내살아간다는사실,그리고그살아냄이때로는한권의이야기로남는다는사실을묵묵히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