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영상10도의도시에서영하50도‘눈과얼음의도시’로날아가다
1부베르호얀스크여행기는시작부터우당탕탕,한편의코미디를보는듯하다.가고싶다고아무나갈수있는곳이아닌극한의땅을여행하고말겠다는로망을10년전부터품어온기획자의꿈이하루아침에이루어졌다.하지만‘VVIP신용카드소유자’와‘니트족’의조합으로대충모인어중이떠중이여행멤버5명은준비물에서마음가짐까지,무엇하나제대로챙기지않고천하태평이다.‘거기도사람사는동네인데어떻게든되겠지’하는널널한마음으로,기내에서승무원도털코트를입고있는냉장고같이추운낡은비행기를타고베르호얀스크로일단날아간다.
그곳에서멤버들은수학여행을방불케하는빡빡한스케줄을소화한다.꽁꽁얼어붙은강물위를도로처럼쌩쌩달리는SUV를타고이동하고,문고리를맨손으로잡았다가난생처음동상에걸리기도한다.영하50도극한의환경에서시도해본기상천외한실험들도눈길을사로잡는다.보드카를밖에두면어떻게되는지,뜨거운물을공중에뿌리거나비눗방울을불면어떤현상이일어나는지작가특유의호기심으로온갖실험을해본결과를코믹하게그려냈다.
물이필요하면주변의얼음을잘라끓이면되므로수도관이필요없는곳,극한의추위를견디기위해하루4끼를꼬박꼬박챙겨먹어야하는곳,밖은영하50도,실내는영상20도라는70도차이의극한환경에서오순도순살아가는현지인들의따뜻한마음은지은이에게깊은감동을안겨준다.‘영하50도는어떤느낌일까’하는단순한호기심에서출발했던지은이는짧지만강렬했던겨울왕국여행을통해‘사람은서로돕고살아야한다’는단순하고도변치않는진리를깨닫는다.
피카소덕질과짠내폴폴미식투어,한달간의유레일패스여행
2부에서는예술과미식에대한집념으로가득찬한달간의유럽철도여행이시작된다.피카소의전담이발사가기증한마드리드외곽의작은미술관부터,프랑스의발로리스와앙티브,그리고독일의파블로피카소뮌스터미술관과쾰른루트비히미술관까지유럽각지의아름다운도시에흩어져있는14곳의피카소미술관을순례한다.비행기어메니티안대를헤어밴드로쓰며짐을줄이고,나라마다개성넘치는도미토리생활을체험하며,‘어머,이건꼭사야해!’하며하나둘쟁여버린치즈무게로가방이터져나갈뻔한현실감100%의여행담이아기자기한그림체로펼쳐진다.
스페인의핀초스,프랑스과자와다양한치즈,벨기에초콜릿,영국의애프터눈티,독일의브레첼까지모조리먹어보겠다는야심찬계획을세우고부지런히미식투어도겸한다.브뤼셀에서는벨기에의현대건축가자크위보가지은,마치현대미술관처럼아름다운집에묵는행운을누린다.반면독일에선최악의폭풍으로모든열차운행이중단되는조난을겪기도한다.영상3도의추위속에서7시간을떨며뮌스터탈출대작전을짜고,결국차량공유서비스인‘블라블라카’를타고초보운전자의서툰운전에목숨을맡기고겨우겨우탈출에성공하는에피소드는긴장감과웃음을동시에선사한다.
이어지는런던여행에서는150년된고택을개조한친구의세련된집에서묵으면서‘영국음식은맛없다’는편견이산산조각나는멋진영국가정식을대접받는다.영국에서딱한번외식한식당이알고보니흔한체인점이었고유일하게자신에게선물한런던기념품이‘메이드인차이나’였다는허무한에피소드,물가가너무비싸스위스호스텔방구석에서양배추와컵라면을전자레인지에돌려‘눈물젖은크리스피야키소바’를만들어먹으면서도값비싼초콜릿은반드시먹고야말았다는에피소드등은배낭여행의추억이있는독자들의격한공감을이끌어낸다.
특히루체른슈프로이어다리의해골그림을떠올리며“인생은아주짧아.그러니까즐기면서최대한으로활용해야해.여행처럼말이야.”라고말하는런던친구와의대화는하루하루바쁘게살아가는우리에게‘인생을좀더만족스럽게사는법’에대한묵직한질문을던지기도한다.
다양한나라의다양한사람들을만나면서시야를넓히는여행은그무엇과도비교할수없는값진체험이다.『영하50도겨울왕국까지가보았다』는이불밖은위험하다고생각하지만늘미지의세계를꿈꾸는집콕여행자들,초콜릿과치즈,디저트,그리고로컬마켓을사랑하는미식애호가들,피카소의발자취가궁금한예술덕후와자유여행자모두에게짜릿한대리만족과잔잔한웃음을선사할것이다.아기자기한일러스트와만화를좋아하는독자들에게는더없이포근한휴식같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