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는 미술관 : 성화에서 풍속화까지, 명화로 읽는 일상과 권력의 500년사

시간이 흐르는 미술관 : 성화에서 풍속화까지, 명화로 읽는 일상과 권력의 50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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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경

저자:이미경
한양대학교교육공학과를졸업하고숙명여자대학교미술사학과에서석사,박사학위를취득했다.이화여자대학교박사후연구원과숙명여자대학교초빙대우교수로재직했으며,현재연세대학교연구교수로재직중이다.특별회고전‘에드바르뭉크:비욘드더스크림’(2024)의전시자문을맡았다.충남문화재단문화예술지원심사위원(2021),‘고종희교수아카이브전’(2019)기획을비롯해KBS‘이슈pick쌤과함께’(2024)출연등미술관련활동을하고있다.현재안과의사협회에「이미경의아트톡」,서울신문에「으른들의미술사」,「경이로운미술」칼럼을게재하고있다.지은책으로『뭉크의별이빛나는밤』,『미술관에서만난범죄이야기』,『미술사,한걸음더』(공저)가있다.

목차

1장.인간,마침내신에게서고개를돌리다-15세기그림이야기
1422-1432년경:천사가방문한시민의거실-로베르캉팽,「메로드제단화」
1434년:초상화,공적인문서와사적인고백사이-얀반에이크,「아르놀피니부부의초상」
1450년경:흰피부의성모,인간과신성사이-장푸케,「세라핌과케루빔에둘러싸인마돈나」
1490년경:“나의딸기코할아버지,사랑해요”-도메니코기를란다요,「노인과손자」
1495-1505년:상상의동물,중세의진실이되다-브뤼셀공방,「유니콘」태피스트리연작

2장.르네상스와종교개혁,유럽이뒤집히다-16세기그림이야기
1500년:세상에서가장건방진초상화가나타났다-알브레히트뒤러,「자화상」
1545년경:정치적인,너무나정치적인왕가의초상-작자미상,「헨리8세의가족」
1551년:푸줏간진열대를그린‘먹방’그림,정물화의탄생-피터르아르첸,「이집트로의피신이그려진푸줏간의진열대」
1567년:신나게먹고마시고취한잔칫날,신랑은어디에있나-대피터르브뤼헐,「농민의결혼식」

3장.바로크와절대왕정,번영과상실의공존-17세기그림이야기
1623-1624년경:웃음짓는초상화,흔들리는질서-프란스할스,「류트를연주하는광대」
1656년:합스부르크가문의영광그리고역변의아이콘-디에고벨라스케스,「어린마르가리타공주」
1657-1658년:굳은빵을적시는우유,네덜란드의어떤하루-요하네스페르메이르,「우유따르는여인」
1660년:아들과연인,골동품에미친화가를지키다-렘브란트판레인,「수도사복장을한티투스의초상」
1660년경:흰빵과검은빵의사회학-가브리엘메취,「뿔나팔을부는제빵사」

4장.궁정과살롱,로코코와낭만주의를낳다-18세기그림이야기
1730년경:관광엽서와카메라의원조-카날레토,「베네치아대운하입구」
1762년:명마의초상,인간중심주의에도전장을던지다-조지스터브스,「휘슬재킷」
1770년경:소녀의위험한오후,읽는몸의탄생-장-오노레프라고나르,「책읽는소녀」
1776년:독신남,영원한아버지가되다-조슈아레이놀즈,「어린사무엘」
1778년:18세기병원에서는환자를어떻게맞이했을까-얀밥티스트비어블록,「성요한병원의병동모습」
1787년:괴테,그랜드투어를떠나다-요한티슈바인,「로마캄파냐에있는괴테」

5장.혁명과산업화,시민이주역이되다-19세기그림이야기
1800년:19세기파티걸의초상화가미완성인이유-자크-루이다비드,「레카미에부인의초상」
1839년:깊은숲속우산아래,별일없이삽니다-카를슈피츠베크,「가난한시인」
1848-1850년:임신한매춘부는왜다리에서몸을던졌을까-조지프레드릭와츠,「익사한여성발견」
1863년:빅토리아인들이가장사랑한아이,그러나미운털박힌엄마-존에버렛밀레이,「나의첫번째설교」
1875년:어쩌다부부가된모네이야기-클로드모네,「양산을든여인-산책」
1879년:산업사회의산물,월급과일요일-에두아르마네,「카페콩세르코너」

6장.예술,시대의불안과가능성을증언하다-20세기그림이야기
1905년:창문너머,세계대전의검은그림자-앙리마티스,「열린창,콜리우르」
1909년:햇빛이가족이되는순간-호아킨소로야,「바닷가산책」
1913년:미국판‘달동네사람들’은어떻게살았을까-조지벨로스,「절벽거주자들」
1916년:부잣집사모님,바지를입고비스듬히눕다-로버트헨라이,「거트루드밴더빌트휘트니의초상」
1939년:철의신전,‘신세계’미국의꿈-조셉스텔라,「브루클린다리:오래된주제의변주곡」

참고문헌
참조미술관사이트

출판사 서평

500년그림의연대기,일상의연대기

때로그림앞에서우리는지레겁을먹는다.작품을‘감상’하려하면미술용어,사조의이름,기법의원리따위가그림과우리사이에두꺼운유리벽을세운다.『시간이흐르는미술관』은그차갑고투명한유리벽을허물어버리는책이다.15세기르네상스부터20세기초까지,서양미술사에서빠뜨릴수없는31편의명화를100년단위로잘라서시대순으로읽어나가면서그림이탄생한시대적맥락,화가의삶,모델의사연,후원자의욕망까지파고들며명화이면에숨어있는인간의숨결을생생하게복원한다.
『시간이흐르는미술관』이들려주는이야기는500년전,300년전,100년전의것이지만사랑과욕망,권력과배신이라는주제는21세기우리의모습과조금도다르지않다.그림속빵한조각에도계급이나뉘어있었고,왕은왕실가족초상화에멀쩡히살아있는왕비를제치고이미죽은왕비를그려넣으라고명했으며,꼬마공주의초상화는그림으로그려진‘외교문서’였다.

사라진시대가깨어나고묻혀있던일상이피어난다

15세기가사랑한성화에서20세기초의풍속화와풍경화에이르기까지,그림이추구하는가치는시대의요구에맞게다양한변신을거듭해왔다.
신화와성서의이데올로기를전파하던15세기의화가들은「메로드제단화」에서예수잉태를마리아에게알리러온천사를서민의평범한거실로불러들였고,상상의동물인유니콘을진실이라믿으며거대하고화려한‘중세판식물도감’「유니콘」태피스트리를정성껏제작했다.
르네상스와종교개혁으로대표되는16세기에뒤러는예수도아니면서감히‘정면을똑바로바라보는’발칙한「자화상」을선보이며예술가의정체성을세상에선언했으며,오랫동안최고의지위를지켜왔던성화는쇠퇴하여「이집트로의피신이그려진푸줏간의진열대」에서는고기와소시지같은먹거리를그린정물화속에‘숨은그림찾기’수준으로위축되었다.
바로크와절대왕정의시대인17세기에는‘예비며느리는건강합니다’라는소식을알리는일종의외교문서였던「어린마르가리타공주」같은궁정초상화가그려진한편,「우유따르는여인」처럼빵을굽고우유를따르는소박한일상을그린풍속화가캔버스로한껏스며들었다.
궁정과살롱,로코코와낭만주의로대변되는18세기에는인간의배경으로만존재하던동물을주인공으로삼은동물화의걸작「휘슬재킷」이등장하고「책읽는소녀」와같은‘위험한’여성들의존재가화폭에추가된다.
19세기에는혁명과산업화에따른사회의커다란변혁과그속에서소외된비참한이들에게눈길을주는「익사한여성발견」과같은사실주의그림들이등장한다.「가난한시인」처럼어지러운날들에지친시민들에게‘소확행’을선사하는그림이사랑받는가하면,「카페콩세르코너」같은인상파화가들의그림에서는산업사회와월급의등장이빚어내는도심의새로운풍경들이묘사된다.
20세기그림에서는두번의세계대전과미국이라는‘신세계’를빠뜨릴수없다.「열린창,콜리우르」와「콜리우르의프랑스창」은전쟁의공포가마티스의화려하고대담한색채를얼마나극적으로무채색으로바꿔버렸는지를적나라하게보여주며,「절벽거주자들」은미국으로몰려든이민자들의남루하지만생동감넘치는‘달동네’삶을가감없이묘사하고「브루클린다리:오래된주제의변주곡」은중세성당의첨탑을현대적으로재해석해미국의영광을캔버스에구현한다.

페르메이르의우유,소로야의해변…그림으로다시만난세계

『시간이흐르는미술관』은미술사를이야기하지만어려운양식과사조를나열하는대신,각시대에그려진작품을둘러싼뜨거운인간의숨결,그림이그려진사회적이고개인적인맥락,때로는스캔들과정치적반전까지파헤치고들어간다.15세기부터20세기까지,100년을단위로잡아그림의변화를천천히따라가면서그림의주제,화풍,화가의관심사가어떻게변화해왔는지를추적해나가는과정에동참하는즐거움을선사한다.
『시간이흐르는미술관』의또하나의미덕은‘기록되지않은이들’을기억하는시선이다.저자는신화속영웅이나왕족이아닌,평범한노동자와일상속의익명들을화면중심으로끌어들인다.페르메이르의하녀,소로야의해변을거니는인물들을통해우리는오늘날의우리와다를바없는인간의욕망과고뇌,그리고삶을향한치열한의지를발견하게된다.
이책을읽고나면루브르에서,메트로폴리탄에서,런던국립갤러리에서그림앞에서는방식이달라질것이다.작품을‘보는’것이아니라그속에살았던사람을‘만나는’경험,그것이이책이독자에게건네는가장큰선물이다.미술을사랑하는애호가뿐만아니라,역사를통해오늘을성찰하고자하는모든인문학독자들에게『시간이흐르는미술관』은캔버스라는창을통해들어가는가장깊고즐거운시간여행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