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항복 미술관

무조건 항복 미술관

$22.00
Description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1001 Books You Must Read Before You Die)』에 실린,
망명자의 슬픔과 삶을 시적인 언어로 표현한 문학작품.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실험적 문학소설
망명 작가 두브라브카 우그레시치의 대표작

베를린 동물원의 바다코끼리 우리 옆에는 기이한 전시품 하나가 있다. 그것은 1961년 8월 21일에 죽은 바다코끼리 ‘롤란드’의 위 속에서 발견된 물건들을 유리 진열장 안에 전시해둔 것이다. 정확히 이렇게 적혀 있다.
분홍색 라이터 하나, 나무로 된 아이스크림 막대 네 대, 푸들 모양의 금속 브로치, 병따개, 아마도 은으로 보이는 여성용 팔찌 하나, 머리핀 하나, 연필 하나, 장난감 물총, 플라스틱 칼, 선글라스, 작은 체인, 스프링, 고무줄, 장난감 낙하산, 45츠 길이의 쇠사슬, 못 네 개, 초록색 플라스틱 자동차, 금속 빗, 플라스틱 배지, 인형 하나, 맥주캔 하나(필스터, 반 파인트), 성냥갑, 아기 신발, 나침반, 소형 자동차 열쇠, 동전 네 개, 나무 손잡이가 달린 칼, 아기용 젖꼭지, 열쇠 다섯 개가 달린 키링, 자물쇠, 그리고 바늘과 실이 들어 있는 비닐 주머니 하나.
관람객은 그 진열장 앞에서 섬뜩하기보다 이상하리만치 매혹된다. 마치 고고학 유물을 보는 듯하다. 이 물건들이 전시품이 된 건 순전히 우연이고, 즉 ‘롤란드의 변덕스러운 식성’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시간이 지나며 이 물건들 사이에 어딘가 보이지 않는, 비밀스러운 연결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시적인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본문 중
『무조건 항복 미술관』의 첫 문장은 베를린 동물원에서 시작된다. 1961년 8월에 죽은 바다코끼리 ‘롤란트’의 위장에서 나온 물건들이—담배 라이터, 막대사탕 막대, 맥주병 오프너 등—수조 옆에 전시되어 있다. 이 물건들은 처음에는 무작위처럼 보이지만, 소설을 이루는 허구의 파편들처럼 점차 서로를 향해 모이며 시적이고 의미 있는 전체를 형성한다.
다양한 문학적 형식으로 쓰인 이 작품은 망명자의 조각난 세계의 파편을 포착한다. 어떤 장들은 외롭고 소외된 어머니의 일기처럼 구성되어 있으며, 그녀는 임시 벼룩시장을 전전하며 자식들을 그리워한다. 또 다른 장에서는 한 무리의 여성 친구들 앞에 천사가 나타나는 꿈결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밖에도 홀로코스트와 유고슬라비아 내전에 대한 성찰과 기록, 유럽 예술가들의 초상, 캐러웨이 수프 레시피, 리스본에서의 로맨틱한 만남, 가족 사진에 대한 묘사, 작가가 자란 작은 도시의 기억들이 서로 교차한다.
예술과 역사, 노화와 상실이라는 주제를 가로지르는,『무조건 항복 미술관』은 음울하면서도 극도로 독창적인 소설이다. 『타임』지 문학 서평은 이 작품에 대해 “파괴적인 힘에 대한 생생한 고발이자, 무엇이 걸려 있는지를 환기시키는 탁월한 성취”라고 평했다.

저자

두브라브카우그레시치

구유고슬라비아출신의망명인으로,망명자의조각난삶과슬픔의계보를독창적인형식과시각예술의은유로표현했다.『무조건항복미술관』,『의식의흐름을건너다(FordingtheStreamofConsciousness)』등여러편의소설과『즐거운하루(HaveaNiceDay)』,『거짓의문화(TheCultureofLies)』,『읽지않아줘서고마워(ThankYouforNotReading)』를포함한세권의에세이집을발표한작가다.스위스샤를베이용유럽에세이상,오스트리아국가유럽문학상,최근에는페로니오–치타디피아노문학상등다수의국제문학상을수상했다.구유고슬라비아에서태어나자랐으며,정치적이유로1993년고국을떠나현재는암스테르담에거주하다가2023년사망했다.

목차

1장Ichbinmüde나는피곤하다
2장가족박물관
3장GutenTag안녕하세요
4장아카이브:떠나는천사의모티프를변주한여섯개의이야기
5장WasistKunst?예술이란무엇인가?
6부단체사진
7장Wobinich?여기가어디지?

출판사 서평

파편처럼흩어진이야기들이하나의미술관을이룬다.망명자의삶,기억의정치학,예술의언어를가로지르는극도로실험적이고청아한소설.–타임지서평

“탁월하고매혹적인이야기의전개,그리고고속으로질주하는사유의반짝임.
그녀는주목해야할작가다.오래아껴읽어야할작가다.”
-수전손택

수전손탁,일리야카바노프,페터한트케,밀란쿤데라,그리고베를린의무조건항복미술관
시각예술과현대문학,도시와미술관의대위로풍요로운문학서사

『무조건항복미술관』의첫장에는책전체를통틀어단한잔의사진이등장한다.수영복을입고있는익명의여성세명을찍은흑백사진에는‘이름모를수영객들.20세기초,크로아티아북부의파크라강에서촬영,사진작가미상’이라는짤막한단서만남겨있다.
‘사진’은작가가망명자의사라진과거를현재의삶과연결하는중요한상징적단서이다.2장‘가족박물관’에등장하는어머니의낡은여행가방에는영원히정리하지못할한묶음의사진이등장한다.먼친척의웨딩사진부터익명의사람들까지,어머니는뒤죽박죽한무더기의사진을껴안고그안에서열을세워보고자하지만결국실패한다.망명자의기억은파편이고,서열은역사에서지워졌기때문이다.
지금은향수의시대이며,사진은그향수를적극적으로부추긴다.사진은애가(哀歌)의예술,황혼의예술이다.대부분의피사체는사진에담기는순간만으로도일종의비감에스친다.추하거나기괴한대상도,사진가의주의와시선이그것을존엄하게만들어줄때감동을불러일으킨다.아름다운대상은세월이흐르며늙거나쇠락했거나더이상존재하지않기에한층더애조를불러일으킨다.모든사진은메멘토모리(mementosmori)다.사진을찍는다는것은다른사람(혹은사물)의죽음,취약함,변모가능성에동참하는행위다.바로이순간을잘라내동결함으로써,모든사진은시간의끈질긴해빙을증언한다.
-수전손택(SusanSontag),『사진에관하여(OnPhotography)』
이책은독특한형식을취하고있다.소설의주체는동일한듯하지만시점과시공간을떠돌며오가고,연대기적인서사를취하고있지않다.그럼에도불구하고소설과주인공에게깊은공감을느끼는이유는,망명자의찢겨진과거를기억하고회상하는방식의리얼리티이다.망명자의과거는조각과파편으로존재한다.그것은텍스트와이미지로존재한다.그것은어머니의낡은여행가방안에뒤죽박죽이되어버린한뭉터기의사진더미이다.작가는수전손택의글,“사진은애가의예술이며,사진을찍는다는것은다른사람(혹은사물)의죽음,취약함,변모가능성에동참하는행위이다”라는말을인용하며망명자의사진에깃든현대예술의의미를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