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 (주님의 기도를 통해 배우는 그리스도인의 기도)

아바 (주님의 기도를 통해 배우는 그리스도인의 기도)

$14.42
Description
20세기를 대표하는 그리스도교 영성가 이블린 언더힐의 마지막 저서
주님의 기도에 대한 창조적이고도 영감 넘치는 해설서.
그리스도교 영성의 지형도에서 이블린 언더힐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그녀는 1911년 기념비적인 저서 『신비주의』Mysticism를 통해 당시 병리적 현상이나 사적인 체험으로 치부되던 신비주의를 학문 탐구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그 뒤에 언더힐이 걸은 길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신비나 경건에 무게를 둔 이들이 으레 택하곤 했던 고독한 수도의 길, 혹은 열광적인 집회를 이끄는 인도자의 길을 그녀는 택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성육신과 예배에 깊은 관심을 두었고, 점차 교회라는 공동체에 헌신했다. 신비주의를 지성의 영역으로 구원해낸 업적만큼이나, 개인주의 성향의 신비가에서 공동체적인 영성가로 나아갔다는 점에서도 그녀는 독보적이다.
『아바』는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40년,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출간한 마지막 책이다. 한때 인간 의식의 가장 높은 차원과 숭고한 신비 체험을 방대한 문헌으로 증명해 보였던 영성가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붙든 본문이 다름 아닌 ‘주님의 기도’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녀에게 이 기도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시작되는 출발점이자, 온갖 신비의 산을 등반한 뒤에 다시 돌아와야 할 궁극의 귀결점이었다.
이 책에서 언더힐은 주님의 기도를 기계적인 암송문이 아닌, 영혼을 빚어내는 정교한 건축물로 재설계한다. 그녀는 주기도문의 구조가 ‘하느님의 영광’을 향한 전반부와 ‘인간의 필요’를 아뢰는 후반부로 나뉘어 있음에 주목한다. 이는 초기 그녀가 몰두했던 수직의 차원(초월)과 후기 그녀가 천착했던 수평의 차원(성육신)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기도 하다. 언더힐은 우리가 자신을 중심에 두고 바삐 움직이는 삶에서 벗어나, 철저히 하느님 중심의 실재로 이동할 것을 주문한다. 그녀는 기도의 속살을 하나하나 살피며 인간의 비참함 속으로 들어오셔서 새롭게 빛나는 영광, 그리고 철저한 사랑과 용서라는 형태로 드러나는 하느님의 영광을 힘 있게 이야기한다.
허무주의가 팽배한 현실, ‘나’와 ‘너’를 가르고 생존에 급급하게 만드는 전쟁 같은 상황 속에서도 초월과 일상을 엮어내며 사랑과 용서를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는,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무엇을 보고, 듣고, 말하며 되새겨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바』는 이블린 언더힐이라는 거대한 영혼이 지상에 남긴 유언과도 같다. 그녀는 우리에게 화려한 영적 체험이나 난해한 신학 이론을 좇지 말고,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로 돌아가라고 권면한다. 거기에 우주의 신비와 인간의 구원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혹은 너무 멀리 왔다고 느낄 때, 이 책은 우리가 다시 시작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 바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부르는 그 자리다.
저자

이블린언더힐

EvelynUnderhill,D.D.
1875년생.성공회평신도신학자이자영성가.변호사집안에서태어나런던킹스칼리지에서역사학과식물학을공부했다.불가지론자에서그리스도교로회심한뒤평신도신학자로그리스도교신비주의및영성연구와기도모임인도,신앙상담에평생을바쳤다.소설,시집,신비주의연구서,신학에세이등400여편의글과39권의저서를남겼으며성공회,더나아가그리스도교계전체에그리스도교신비주의전통의가치와영성수련을되살려낸인물로평가받는다.옥스퍼드대학교에서신학강연을한최초의여성이었으며,영국성공회에서성직자에게신학을가르친최초의여성이자공식피정모임을인도한최초의여성이기도했다.1939년애버딘대학교에서는이러한공헌을인정해명예신학박사학위D.D.를수여했다.제2차세계대전이발발하자성공회평화주의연대에서활동하며반전평화운동과기도모임을이끌다1941년세상을떠났다.영국과미국성공회에서는그녀가세상을떠난6월15일을축일로기념하며,보스턴칼리지에서는그녀의업적을기려2001년부터매년이블린언더힐강연EvelynUnderhillLecture을열고있다.주요저작으로신비주의분야의고전으로꼽히는『신비주의』Mysticism,예배학분야의고전으로꼽히는『예배』Worship와더불어『실천적신비주의』PracticalMysticism(은성),『그리스도의빛』TheLightofChrist(누멘),『영성생활』TheSpiritualLife(누멘),『사랑의학교』TheSchoolofCharity등이있다.

목차

1.들어가며
2.아버지
3.이름
4.하느님나라
5.뜻
6.양식
7.용서
8.선행
9.영광
인물색인및소개
이블린언더힐저서목록

출판사 서평

가장단순한기도로의위험한회귀
20세기를대표하는그리스도교영성가이블린언더힐의백조의노래

20세기영성신학의지형도에서이블린언더힐이점유한위치는실로독보적이다.그녀는1911년기념비적인저서『신비주의』를통해당시심리학적병리현상이나사적인황홀경쯤으로치부되던신비주의를지성과학문탐구의영역으로끌어올렸다.하지만그녀의공헌은단지이론을정립한것에그치지않는다.그녀는얀반루이스브뢰크와같은플랑드르의거인들을비롯해,마이스터에크하르트,노리치의줄리안등먼지쌓인서고속에잠들어있던중세의영적스승들을20세기영어권독자들의서재로‘복권’시킨장본인이다.로마가톨릭의낡은유산이라며외면받던이들의본문을현대언어로번역해낸그녀의집요한‘중개’가없었다면,오늘날우리가누리는영적풍요의상당부분은불가능했을지모른다.그러나이토록화려한지적성취를뒤로하고,그녀가걸어간후반부의여정은사뭇흥미롭다.신비나경건에천착한이들이으레택하곤했던고독한수도자의길을그녀는택하지않았다.그렇다고열광적인집회를이끌지도않앗다.시간이흐를수록그녀는성육신과교회,그리고성사에깊이파고들었고,공동체에투신했다.개인주의적신비가에서공동체적인영성가로나아간이극적인전환은,그녀가단순히과거를탐구하는학자가아니라‘지금,여기’를살아내는실천가였음을증명한다.
1940년,제2차세계대전의포화가런던의하늘을뒤덮었을때출간된그녀의유작『아바』Abba는이러한영적여정이도달한최종목적지를보여준다.평생을바쳐인간의식의가장높은차원과난해한신비체험을방대한문헌으로증명해보였던이영성가-학자가,생의마지막순간에붙든본문이다름아닌가장기초적인‘주님의기도’라는사실은시사하는바가크다.그녀에게이기도는그리스도인의삶이시작되는출발점이자,온갖신비의산을등반한뒤에다시돌아와야할궁극의귀결점,곧‘제2의순수’였다.
이책에서언더힐은주님의기도를기계적인암송문이아닌,영혼을빚어내는정교한건축물로재설계한다.그녀는주기도문의구조가‘하느님의영광’을향한전반부와‘인간의필요’를아뢰는후반부로나뉘어있음에주목한다.이는초기그녀가몰두했던수직의차원(초월)과후기그녀가천착했던수평의차원(성육신)이완벽한균형을이루는지점이기도하다.언더힐은우리가자신을중심에두고바삐움직이는삶에서벗어나,철저히하느님중심의실재로이동할것을주문한다.이러한맥락에서“이름이거룩히여김을받으시오며”라는간구는단순한찬양이아니라,나의사소한야망보다하느님의실재를최우선에두겠다는“엄중하고도두려운자기봉헌”이다.이책의백미는단연코‘안전제일주의’에대한거부와‘십자가의역설’을다루는방식이다.언더힐은기도가우리의심리적위안을위한도구가아님을분명히한다.그녀에게신앙은위험하다고표시된길이라면피할줄아는유순함을거부하는모험이며,겟세마네의공포와골고다의패배를직시하는담담한용기다.그녀는루이스캐럴의『거울나라의앨리스』를빌려와,우리네삶이체스판의폰pawn처럼혼란스럽고무의미해보일지라도결국은‘선수'ThePlayer이신하느님의섭리안에있음을역설한다.이책이나온시기가전쟁시기였다는사실은그녀의문장에비장미를더한다.그녀가책에서말하는“용서”는책상물림의신학이아니다.“조국을짓밟은침략자를용서하는것”이곧하느님의나라에들어가는조건임을말할때,독자는전율을느낀다.그녀는적의패망을비는대신그들의영혼을위해기도했고,이‘영적인전쟁활동’을통해그리스도인의사랑이자연적인본성을거스르는초자연적인힘임을증언했다.그녀가말하는영광은세상의승리가아니다.가장비참한십자가의죽음안에서,역설적이게도가장찬란하게빛나는하느님의사랑,그‘기이한반전’을보는눈이다.
책의마지막,언더힐은모든신학적담론을뒤로하고아바라는가장단순하고원초적인부르짖음으로돌아간다.나라와권세와영광이아바,당신의것이라는고백은패배선언이아니다.그것은나의작은자아를잊고,우주의시작이자끝인거대한‘전부’를향해어린아이처럼손을뻗는신뢰의도약이다.평생토록신비의심연을탐사했던대가가마지막으로남긴메시지가‘어린아이의신뢰’였다는점은우리를숙연하게한다.
종교를심리적안정제로소비하는오늘날『아바』는우리에게서늘하고도엄중한질문을던진다.당신의기도는당신을위한것인가,하느님을위한것인가?그녀는화려한영적체험이나난해한이론을좇지말고,그리스도께서가르쳐주신기도로돌아가라고권면한다.거기에우주의신비와인간의구원이모두담겨있기때문이다.우리가길을잃었을때,혹은너무멀리왔다고느낄때,이책은우리가다시시작해야할자리가어디인지정확히가리키고있다.바로“하늘에계신우리아버지”를부르는,가장위험하고도가장안전한그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