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달린 예수는 낯선 이가 아니다 (혐오의 시대에 십자가를 마주한다는 것의 의미)

십자가에 달린 예수는 낯선 이가 아니다 (혐오의 시대에 십자가를 마주한다는 것의 의미)

$15.00
Description
십자가, ‘그때 거기’의 사건에서 ‘지금 여기’의 현실로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현대 신학의 거장 세바스천 무어의 대표작
『십자가에 달린 예수는 낯선 이가 아니다』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영성 신학자이자 그리스도교 사상가인 세바스천 무어의 대표작이자 십자가 사건에 관한 현대판 고전이다. 1977년 처음 출간된 이후 반세기 가까이 수많은 판을 거듭하며 읽히고 있는 이 책은 오늘날 우리에게 십자가를 읽는 새로운 문법을 제시한다.
대체로 십자가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은 “그때, 거기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역사적 질문에 머무르거나 시공간을 초월한 교리적 의미를 따지는 데 그쳤다. ‘객관적 사실’과 ‘보편적 의미’를 도출하려는 이러한 시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십자가와 우리 사이에 좁힐 수 없는 심연을 만들어냈다. 그 거리감 속에서 예수는 한 역사 속 인물, 숭배의 대상일지는 몰라도, 우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혹은 연결되지 않는 ‘낯선 이’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십자가 신학의 전환을 시도한다. 심층 심리학과 고전 신학의 언어를 사용하여 십자가를 ‘과거의 유물’이 아닌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재해석해 낸다. 무어에게 십자가는 우리 바깥에 있는 전시물이 아니라, 우리 내면 가장 깊은 곳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 거울 앞에서, 그리스도교의 가장 오래된 두 가지 믿음(인간은 하느님의 형상이라는 믿음, 예수는 우리 죄로 인하여 십자가에 매달렸고 이를 통해 우리를 구원했다는 믿음)은 새로운 입체성을 얻는다. 무어에 따르면, 십자가에 매달린 '희생자' 예수는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다. 그는 죄와 욕망에 가려져 있던 우리의 참된 형상, 즉 '참된 나'이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은 인간과 문화가 우리의 참된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가리는 방향으로 형성되어 왔음을 폭로한다. 나아가 우리가 그 참된 형상을 마주했을 때, 이를 반기기는커녕 짓누르고 억압하며 급기야 죽여버린다는 섬뜩한 진실을 고발한다. 동시에 십자가는, 우리의 잔혹한 폭력에도 불구하고 그 형상이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의 죄마저 품어 안아 새롭게 변모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십자가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는 예수의 사랑과, 이로써 내 안에서 깨어나는 참된 ‘나’는 서로 다른 둘이 아니다. 따라서 십자가 위의 예수는 결코 낯선 이가 될 수 없다. 그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그리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우리 자신에 관한 가장 깊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십자가 사건은 고독 속에 웅크린 인간의 자아가, 자신을 뚫고 들어오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랑’에 의해 해체되고, 마침내 ‘급진적 용서’를 통해 해방되는 치유의 드라마다.
무어는 우리에게 점잖게 포장된 신앙이 아니라, 태곳적부터 고독과 죄책감에 푹 절어 있는 우리의 비루한 자아를 있는 그대로 들고 십자가로 나오라고 초대한다. 그때 우리는 알게 된다. 십자가에 매달린 이는 결코 2천 년 전의 낯선 타인이 아니었음을. 그분은 지금도 내 안에서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나의 구원이자 나의 생명임을 말이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는 낯선 이가 아니다』는 그 뼈아픈 진실과 마주하게 하는 낯설고도 아름다운 안내서다.
저자

세바스천무어

SebastianMoore,OSB(1917~2014)
영국출신로마가톨릭사제이자베네딕도회수도사,신학자.1938년수도생활을시작하여1944년사제서품을받았으며,제2차세계대전중에는해군군종사제로복무했다.전쟁이끝난뒤케임브리지대학교크라이스트칼리지에서영문학을공부했다.1970년대후반부터는미국보스턴칼리지로너건센터연구원으로활동하며심리학과문학,신학을하나로통합하고자힘썼으며,마켓대학교를비롯한여러대학에서강연과연구를이어갔다.1980년대중반영국으로돌아와모원인다운사이드수도원에정착했고,부원장을지내며학문과영성을아우르는활동을펼치다2014년97세에세상을떠났다.
인간이품은‘욕망’을신학중심에놓은선구자로평가받으며,타인을향해내뿜는혐오와폭력이실상은자기를향해품은혐오와결핍에서비롯한다는사실을날카롭게파헤쳤다.신학자데이비드트레이시는현대인이겪는파편화된자아를그리스도가통과한수난과부활이라는서사속에통합해낸신학자라는찬사를바쳤다.그리고로완윌리엄스는그를추모하며말했다.“그는지난50년간신학계에서가장중요하면서도충분히인정받지못한목소리중하나였으며,인간영혼의가장깊은지형을탐사한위대한지도제작자였다.”
주요저서로『십자가에달린예수는낯선이가아니다』TheCrucifiedJesusIsNoStranger(비아)를비롯하여,『불꽃과장미는하나다』TheFireandtheRoseAreOne,『욕망을해방하는예수』JesustheLiberatorofDesire,『예수가퍼뜨리는전염』TheContagionofJesus등이있다.

목차

서론
제1부십자가에못박히신분
I.최악과최선
II.성육신
III.그분이십자가에서흘린피로평화를이루다
IV.태초부터죽임을당한어린양
V.예수를알아보기
VI.십자가에달린예수에게서나를발견하기
VII.고통숭배에관하여
VIII.그분은서두르지않고우리를추격하신다
IX.내가겪은이러한슬픔이,어디에또있단말인가
X.죄의의미
XI.시선을더깊게하기
XII.인격을이해할때꼭필요한표현
XIII.정욕
XIV.참된구원
XV.한가지분명히해둘점
제2부죽으시고부활하신분
I.죽음에이르기까지
II.주님의죽음
III.여정의끝이보이다
IV.신앙인의마음안에서아버지와하나되는예수
V.자기애에빠진인간
VI.다시금시선을또렷하게하기

제3부실제삶에서드러나는것
I.애통함은종말에닿아있다
II.붓다와그리스도
III.용서에대한비유
IV.하느님과용서I
V.하느님과용서II
VI.나의체험,그리고바울
부록과후기
부록:그리스도인의자기-발견에관하여
후기
세바스천무어저서목록

출판사 서평

십자가,'그때거기'의사건에서'지금여기'의현실로

십자가는그리스도교에서가장중심적인상징이지만,동시에가장멀게느껴지는상징이기도하다.교회에서수십년을신앙생활해온사람도십자가앞에서이런질문을품어본적이있을것이다."저게나와무슨상관인가?"2천년전팔레스타인의어느언덕위에서벌어진그사건이,지금여기나의삶과어떻게연결되는가.
『십자가에달린예수는낯선이가아니다』는바로이질문을정면으로마주하는책이다.저자세바스천무어는20세기를대표하는영성신학자이자그리스도교사상가로,이책은1977년처음출간된이후반세기가까이수많은판을거듭하며읽혀온현대판고전이다.국내에는이번에처음소개되는만큼,한국독자들에게는낯선이름일수있다.하지만책을읽고나면,왜이책이그토록오랫동안살아남았는지자연스럽게이해하게된다.
대체로십자가사건에접근하는방식은두가지로나뉘었다.하나는"그때거기서도대체무슨일이일어났는가?"라는역사적질문에집중하는방식이고,다른하나는시공간을초월한교리적의미를논리적으로따지는방식이다.두방식모두나름의가치가있지만,공통된한계가있다.바로십자가를'객관적으로분석해야할대상'으로다루다보니,오히려십자가와우리사이에좁힐수없는거리를만들어낸다는점이다.그거리감속에서예수는역사속의한인물,경배의대상이될수는있어도,나와본질적으로연결된존재로다가오기어렵다.
무어는이거리를허물기위해심층심리학과고전신학의언어를함께끌어들인다.그가제안하는십자가읽기는이렇다.십자가는2천년전에완결된사건의기록이아니라,지금이순간우리내면에서벌어지고있는사건이다.그것은우리바깥에걸린전시물이아니라,우리내면가장깊은곳을비추는거울이다.
그렇다면그거울에는무엇이비치는가.무어에따르면,십자가에매달린예수는단순한희생자가아니다.그는우리가죄와욕망,두려움과체면뒤에가려두었던우리의참된모습,즉'참된나'다.예수의십자가처형은인간의문화와사회가우리의참된모습을드러내기는커녕얼마나집요하게억압하고가려왔는지를폭로한다.더나아가,우리가그참된모습과마주쳤을때이를반기기는커녕짓누르고,억압하고,결국죽여버리고만다는섬뜩한진실을고발한다.십자가는그저신앙의상징이아니라,인간의가장어두운민낯을드러내는사건이기도한것이다.
그러나십자가는거기서멈추지않는다.무어가강조하는것은그다음이다.우리의잔혹한폭력에도불구하고,그참된형상은결코사라지지않는다.오히려우리의죄와상처마저품어안아새롭게변모시킨다.십자가를통해우리에게다가오는예수의사랑과,그사랑으로인해내안에서깨어나는참된'나'는서로다른둘이아니다.
이지점에서전통적인대속신학의언어도새롭게읽힌다.십자가는누군가가낸빚을다른누군가가대신갚아주는법적거래가아니다.그것은고독과죄책감속에웅크린인간의자아가,자신을뚫고들어오는'이해할수없는사랑'과마주치면서서서히해체되고,마침내'급진적용서'를통해해방되는치유의드라마다.구원은외부에서주어지는판결이아니라,내면에서일어나는변화다.
무어는독자에게점잖게정돈된신앙을요구하지않는다.오래된고독과죄책감을짊어진채,자신의비루하고초라한모습그대로십자가앞으로나오라고초대한다.그때우리는비로소알게된다.십자가에매달린이는2천년전의낯선타인이아니었음을.그분은지금이순간에도내안에서끊임없이말을건네오는,나의구원이자나의가장깊은진실임을.
『십자가에달린예수는낯선이가아니다』는신학서적이지만,결국이책이말하는것은아주단순하고오래된질문이다.나는누구인가.그리고나는사랑받을수있는가.그질문을십자가앞에서다시묻고싶은사람에게,이책은낯설고도아름다운안내서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