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이디 인 더 밴

더 레이디 인 더 밴

$17.00
Description
어떤 돌봄의 일기
“타인의 삶을 돌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다”
어느 날, 낡은 노란색 밴을 몰고 런던의 한적한 주택가에 노숙자가 나타난다. 그 후 15년 동안 노숙자와 작가의 조금은 각별한 동거가 시작된다. 셰퍼드는 가족도 없고 집도 없는 데다가 무척 독특하고 괴팍하다. 남의 도움을 받기를 거부하고, 자신이 싫은 것은 싫다고 거절하고,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걸 극도로 꺼린다. 더구나 그녀의 밴이 그녀의 집이다. 그런 셰퍼드를 베넷은 자신의 집 앞마당에 그녀의 밴을 들어오게 한다. 그것은 자신의 순전한 자비심에서 우러나왔다거나 셰퍼드가 불쌍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셰퍼드 때문에 분노하는 날이 많았다. 그녀와 어떤 식으로든 얽힌 사고 없이 지나가는 날이 드물어 마음의 평화를 자주 깨뜨렸기 때문이다.

셰퍼드는 동네의 가장 큰 골칫거리이자, 뻔뻔한 데다가 사람들에게 큰소리도 친다. 그녀의 낡은 밴과 그 주변에는 헌 옷, 비닐봉지, 먹다 남은 음식, 휴지 뭉치 등 잡동사니로 가득할뿐더러 고약한 냄새가 풍긴다. 셰퍼드는 헌 카펫 쪼가리를 빗소리를 줄인다고 밴 지붕 위에 씌우며 베넷을 분노하게 만든다. 노란색에 집착하거나(교황님이 노란색을 좋아한다), 정의를 최우선하는 ‘피델리스당’을 창당하거나(세상의 정의를 위해), 자신은 멀쩡한데도 휠체어를 밀어달라고 하거나(휠체어를 타고 앞으로 가는 법을 익히지 않는다), 광신도처럼 달력에 표시되어 있는 종교 기념일을 정확하게 지킨다. 동네 사람들은 그녀가 정신이 약간 이상하다고 말한다. 베넷은 그녀에게 친절을 베풀면서도 목을 조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더 레이디 인 더 밴』은 베넷의 집 앞마당에 셰퍼드의 노란색 중고 밴이 들어와 살았던 15년 동안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셰퍼드가 죽을 때까지 숱한 에피소드를 겪는다. 이 소설은 저자인 앨런 베넷이 직접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또한 매기 스미스 주연의 영화 〈더 레이디 인 더 밴〉의 원작 소설로, 이 작품을 영화화한 니컬러스 하이트너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방법대로 살기를 결정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어쩌면 셰퍼드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소설은 버릴 수도, 떠안을 수도 없는 우리의 이웃에 대해, 이해와 인정의 상호 관계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저자

앨런버넷

저자:앨런베넷(AlanBennett)
1934년영국요크셔에서태어나옥스퍼드대학에서역사학을전공했다.1960년에든버러페스티벌에서시사풍자극<프린지너머(BeyondtheFringe)>를공동으로극본을쓰고출연하며주목받기시작했다.그는다수의소설과희곡을통해영국사회의계급과생활상을위트와따뜻함으로그려내며영국을대표하는작가로자리잡았다.
2007년발표한소설『일반적이지않은독자(TheUncommonReader)』는영국아마존베스트셀러에올랐으며,전세계30여개국에번역되었다.1989년『런던리뷰오브북스』에처음실린『더레이디인더밴』은연극·영화·라디오드라마로변주되며지금도가장널리읽히는소설이다.그의산문집『아무에게도들려주지않은이야기(UntoldStories)』는2006년국제펜클럽애컬리상(자서전부문)을수상했다.
그의작품들은대부분영화와TV드라마로각색되었다.지금까지20여편의연극극본,10여편의영화시나리오,40여편의TV드라마와라디오드라마를집필했다.이작품들은영국아카데미상(BAFTA),이브닝스탠더드상,로런스올리비에상,사우스뱅크상,비평가협회상,뉴욕드라마비평가상,토니상등여러상을수상했다.

역자:류초롱
연세대학교학부와동대학원에서심리학과문화연구를공부했다.현재바른번역소속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책으로『마음의과학』,『기분을관리하면당신도잘살수있습니다』,『방구석심리학실험실』,『뉴스킷수도원의강아지훈련법』,『이기는사람은악마도설득한다』등이있다.

목차

이작품에쏟아진찬사들?6
더레이디인더밴?11

출판사 서평

노숙자와작가의각별한동거혹은돌봄

셰퍼드가초인종을누르고현관문을열고주방계단으로직행한다.화장실을써도되느냐고물어보면서.베넷은그건좀지나친거라며거부하지만,그녀는녹색비옷과자주색머릿수건을두르고커다랗고얼룩덜룩한손가락을깨끗하게닦아둔식탁위에올려두고일장연설을한다.베넷이정원에쓸거름을주문했는데,셰퍼드는지나가는사람들이밴에서그냄새가난다고생각할까봐걱정한다.‘거름냄새지,그녀의냄새가아니다’고안내문을써서붙여주길바란다.베넷은단호히거절하며‘거름냄새가사실훨씬낫다’고덧붙이고싶지만참는다.
‘우유,젤리베이비,위스키,생강쿠키,포도주스,레몬사탕.’셰퍼드가베넷에게장을대신봐달라고한품목들이다.위스키는마시는게아니라아픈데바르면좋다고얼버무리고,포도주스는예수가물을포도주로만드는첫기적을행한가나에서마시던것과같다고둘러댄다.셰퍼드는차의배터리가떨어져가자베넷에게고쳐달라고한다.가끔씩시동을걸고30분간공회전을하며즐기는그녀는차에엔진소리를내는것만으로는충전이되지않는다는걸알지못한다.배터리가나가면베넷이재충전을시켜야한다.‘자동차를안타면떨어진다고요.그냥엔진속도만올린다고충전되는게아니에요.바퀴가돌아야만해요.’
셰퍼드는일찍잠자리에드는편이어서누군가가밤늦게전화를걸거나집에서나오며작게이야기를나누어도불평을한다.“시끄러워!막자려고하는데…….”안부를물어보는동네사람에게는꺼지라고사납게소리를지른다.사회복지사가옷을한상자들고와서바꿔입을수있도록세벌을가져왔다고말하자,자신은세벌은필요없다고말한다.비옷은녹색이라서자신과맞지않고,특수지팡이보다는고무가붙어있는평범한지팡이를원한다.그녀를돕기란절대쉽지않다.오히려자신은필요없다고역정까지낸다.

귀찮고외면하고싶지만,그럴수없는이웃

사실셰퍼드는자신의이름을숨긴채거리를떠도는부랑자지만,어린시절에는재능있는피아니스트였다.그런데수녀가되려고피아노를포기하지만,건강문제로수녀도포기한다.전쟁중에는구급차를몰았고,가까스로죽음을면했으며,전쟁이끝나고나서는정신병원에들어가게된다.그리고어떤불행한사건이그녀의인생을뒤흔들었다.오토바이가그녀의밴을들이받아그운전자가사망했는데,사고현장을벗어난그녀는자신의책임이없었지만,늘죄책감에시달린다.그래서자신이수녀가되려고했던수녀원에서멀리벗어나지않고속죄하는마음으로오랜세월을살아왔던것이다.
그녀의밴에는층층이쌓인헌옷가지와담요,폐지,눅눅한실내화,요실금패드,반쯤먹은콩통조림,온갖건전지가굴러다녔다.또한릴라이언트로빈의안전검사증,자동차수리영수증,차량용왁스,여행상품광고지,두루마리휴지뿐만아니라국자,뒤집개,거품기따위의조리도구세트등가정집의찬장서랍속에들었음직한것들이있었다.그리고베넷에게남긴‘베넷선생에게,유사시’라고적혀있는봉투까지발견되었다.결국베넷이마주한그녀의물건들은보통사람들이사는방식과크게다르지않았다.셰퍼드는우리의이웃처럼평범한사람이었다.단지그녀의거친말과기이한행동으로성격이별나보였지만,자신의상처와아픔을오롯이견디며살아왔다.

타인의삶을이해하고받아들이기까지

베넷은셰퍼드의그모습을그대로바라보며호기심을보이지도않고지나치게동정하지도않는다.그가앞마당에셰퍼드의밴을들인것처럼.다만조금특별해보이는셰퍼드의삶을통해그것이우리의이웃이나인생처럼별반다르지않음을보여준다.자신을도와달라고당당하게큰소리로요구하고,감사하다는인사한마디도하지않을정도로뻔뻔하지만그녀가꼭밉지만은않은이유다.그녀는죽기전베넷에게밴이지저분해서미안하다며봄맞이청소를할수없었다고말한다.그녀의인생사가담긴밴도그리별나보이지않았다.즉,그안의관습과열망은우리가자라온환경과다르지않았다.
베넷은셰퍼드의삶을가장가까이에서지켜보면서자기자신을발견했다고말한다.그녀는인생을대담하게헤쳐왔고나름행동하는삶을살았지만,자신은생각만하는소심한삶을살았다.그것은셰퍼드의장례식을치르고그녀의남동생을만나고나서더욱명확해진다.그리고셰퍼드가오랫동안감춰온인생사를알게된다.전쟁이막끝나고그가아프리카에서돌아왔을때,누이가어머니를못살게굴자누이를정신병원에입원시켰고,한번도사이가좋았던적이없었다고솔직하게말한다.그는부랑자처럼산누이가자신이평생도달하지못할명성을얻었다고도말한다.베넷은그녀의남동생이재미있고친절하며선하듯이그녀도좋은사람이라고말한다.결국소설은타인의삶을이해하고,자신을돌아보는과정을유쾌하면서도따뜻하게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