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이다 (임형남·노은주의 집 이야기)

건축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이다 (임형남·노은주의 집 이야기)

$18.00
Description
집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사람들의 생각과
사람들이 살면서 쌓아나가는 시간이다
“제주 바다를 품은 ‘까사 가이아’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숨숨하우스’까지”
★ 빛과 바람을 담은 집, 금산주택
★ 반석 위에 지은 집, 도무스 페트라
★ 자연에서 생겨나는 집, 까사 가이아
★ 가장 따뜻하고 포근한 집, 층층나무집
★ 단순함과 여백이 있는 집, 루치아의 뜰
★ 반려동물의 눈높이에 맞춘 집, 숨숨하우스
★ 두 개의 태양을 품은 집, 존경과 행복의 집
★ 사찰의 고정관념을 깬 집, 제따와나 선원

집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생각’과 ‘시간’이다. 집 짓는 일은 나무나 철이나 유리를 땅 위에 세우고 붙이며 지어 나가는 일이지만, 집을 완성하는 것은 그 공간에 담기는 사람들의 생각과 사람들이 살면서 쌓아나가는 시간이다. 생각은 어떻게 집으로 완성되는가? 그 생각은 자기 자신의 욕망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다. 그 안에는 가족이 담기고 가족의 생각이 담긴다. 그렇게 생각은 방이나 마루나 마당 등의 공간으로 환원된다. 또 그 안에서 가족이 함께 살아가면서 가족만의 온기와 시간이 포개지며 시간의 무늬가 새겨진다. 그렇게 집은 시간과 생각으로 천천히 완성된다.
집은 그곳에 사는 사람을 닮는다.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생각이 집에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집이란 거기에 사는 사람과 비슷한 개성을 가지며 함께 나이를 먹고 자라는 것이다. 또 집은 가족을 덮어주고 데워주는, 어머니 품처럼 안온하고 포근한 덮개이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공간이다. 어쩌면 집은 가족이 서로의 생을 존중해주고 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게 묶어주는 부드럽고 느슨한 끈일지도 모른다. 결국 좋은 집이란 몸에 맞게 늘어나고 색이 바랜 평상복처럼 편안한 공간이어야 한다.
집을 짓는 것은 땅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고 땅 위에 이야기를 입히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땅을 ‘읽고 해석하는’ 일이 중요하다. 또 집을 짓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땅속에 숨어 있는 의지를 찾아내는 일이자, 땅에 신세를 지는 일이다. 오랜 시간 바람과 햇빛만을 얹고 지내던 땅을 건드리고 그 위에 집을 얹는다. 그럴 때 건축가의 역할은 다른 차원의 존재 속에 숨어 있는 의지를 찾아내는 주술가와 같고 땅속에 숨겨진 시간을 복원해내는 고고학자와 비슷하다. 건축가는 당연히 땅의 결을 읽고 그 결에 벗어나지 않는 집을 앉힌다. 결국 건축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이다.
『건축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이다』는 임형남ㆍ노은주 부부가 그동안 만났던, 사랑하는, 함께 지었던 집에 대한 이야기다. 제1부 ‘집은 땅이 꾸는 꿈이다’에는 제주의 바다를 품은 ‘까사 가이아’, 퇴계 이황의 도산서당에 대한 오마주인 ‘금산주택’, 100년이 넘은 옛집의 모양과 닮은 ‘도문 알레프’ 등 10곳, 제2부 ‘집은 생각을 담는다’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숨숨하우스’, 집 안에 꽈배기처럼 이중나선 계단이 있는 ‘더블헬릭스 하우스’, 가족 구성원과 기호와 취향도 다른, 단독주택 아홉 채가 한 건물에 담긴 ‘맑은구름집’ 등 10곳, 제3부 ‘집은 시간이 짓는다’에는 50년이 조금 넘은 살림집을 단순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되살린 ‘루치아의 뜰’, 딸이 아버지의 꿈을 이어 지은 집 속의 집인 ‘언포게터블’, 삼대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포근한 집인 ‘층층나무집’ 등 10곳이 등장한다.
저자

임형남,노은주

저자:임형남,노은주
건축은땅이꾸는꿈이고,사람들의삶에서길어올리는이야기다.임형남,노은주부부는땅과사람의목소리에귀기울이고,둘사이를중재해건축으로빚어내는것이건축가의역할이라생각한다.이들은홍익대학교건축학과동문으로,1999년부터함께가온건축을운영하고있다.‘가온’이란순우리말로가운데중심이라는뜻과‘집의평온함(家穩)’이라는의미를함께갖고있다.가장편안하고,인간답고,자연과어우러진집을궁리하기위해이들은틈만나면옛집을찾아가고,골목을거닐고,도시를산책한다.그여정에서집이지어지고,글과그림이모여책으로엮인다.
2011년‘금산주택’으로한국공간디자인대상을,2014년‘루치아의뜰’로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우리사랑상을,2020년‘제따와나선원’으로아시아건축사협의회건축상을수상했다.2023~2025년3년연속으로미국의디지털건축미디어플랫폼‘아키타이저’가‘가온건축’을한국최고의건축사사무소1위에선정했다.
저서로『집의미래』,『나무처럼자라는집』,『공간을탐하다』,『건축탐구집』,『도시인문학』,『집을위한인문학』,『골목인문학』,『내가살고싶은작은집』,『생각을담은집한옥』,『그들은그집에서무슨꿈을꾸었을까』,『집,도시를만들고사람을이어주다』,『사람을살리는집』,『작은집큰생각』,『이야기로집을짓다』,『서울풍경화첩』등이있다.EBS<건축탐구-집>에출연해집의존재이유와중요성을전했다.임형남은2023년부터(사)새건축사협의회회장으로도활동하고있다.

목차

책머리에6

제1부집은땅이꾸는꿈이다
자연에서생겨나는집_까사가이아15
서로대화하듯이어지는집_프라즈나의집22
빛과바람을담은집_금산주택30
사람을닮은집_자기앞의집38
자연과사람이만나는집_간청재46
시간의우물에서길어올린집_도문알레프54
수평과수직이만나는집_선의집62
자연이주인인집_평온의집70
비상하면서내려앉는집_네개의날개를가진집78
즐거움을끝없이펼치는집_장락재86

제2부집은생각을담는다
즐거운놀이터가되는집_상안주택97
두개의태양을품은집_존경과행복의집105
움직임이가득한집_라비린토스113
반려동물의눈높이에맞춘집_숨숨하우스121
아이들과함께자라는집_적당과작당의집129
마당을수직으로쌓아올린집_장연재137
산과물을즐기는집_요산요수145
따로또같이꿈꾸고자라는집_더블헬릭스하우스153
한지붕아래단독주택아홉가구가있는집_맑은구름집161
사찰의고정관념을깬집_제따와나선원169

제3부집은시간이짓는다
단순함과여백이있는집_루치아의뜰179
들꽃으로가득한집_들꽃처럼피어나는집186
아버지의꿈을이어지은집속의집_언포게터블194
고요히머물며온기를나누는집_적이재202
반석위에지은집_도무스페트라210
각각원하는대로지은집_어사재218
가족과의유대가끈끈한집_산조의집226
가장따뜻하고포근한집_층층나무집234
도시의천이를준비하는집_웃음베이커리242
역사의풍경을담은집_지구의한조각249

출판사 서평

집은땅이꾸는꿈이다
-까사가이아,금산주택,도문알레프……

‘까사가이아’는바다색이아름다운김녕바닷가에제주도의풍광을그대로담은집이다.제주토박이건축주부부의요구사항은단하나,바다가훤히보이는욕실을만들어달라는것이었다.가장중요한것은바다를가리지않으며바닷바람에견딜만한집을,오랫동안그곳에있었던제주도의돌처럼단단하게세우는일이었다.지붕은최대한도로보다낮게얹었고,바다를향한외벽에는검은색제주석을붙였다.땅의모양이올록볼록한비정형이라서집의평면은부드러운곡선의입술모양이되었다.그형상은무수한비바람을견디며살아온제주도의강인한여성성을상징하는듯했다.그렇게‘까사가이아’는어머니의안온한품처럼바다와오름사이를넘나들며오가는햇빛과바람을모두품어안은집이되었다.

우리에게맞는적합한크기의집은얼마만큼일까?경북안동도산서원에있는퇴계이황의도산서당은마루와방과부엌으로구성된일자형남향집이다.이집은모든것이아주단순하며실용적이다.아주작은집이지만,아주큰생각을담고있다.즉,작고소박한집이지만우주가담겼다.이황이평생추구했던‘경(敬)’이라는정신을바닥에깔고실용성과합리성을추구한평생의삶이그집에스며있다.우리가꿈꾸는집은규모가큰집이아니라생각이담긴집이다.충남금산에지은‘금산주택’은거주면적약13평,마루약8평의동서로긴네칸반짜리아주소박한집이다.이집은마루에앉으면산이걸어들어오고,발아래경쾌하게흘러가는도로를내려다보는시원한조망을가졌다.

강원도속초에집을짓고싶다는건축주부부는원래서울에서살다회를워낙좋아해속초에자리를잡은지꽤되었다고한다.그곳에는100년이넘은10평정도의옛집이있었는데,그집을허물어주차장으로쓰려고계획하고있었다.그런데오래된나무외장은세월이쌓여멋지게변색되었고녹슨철판지붕은낡았지만,조금만손을보면당장이라도들어가살아도될정도였다.다행히새집을지으면서낡은집을고치는일을동시에진행했다.그리고옛집을고치며건축주는원래짓고자했던새집에대한생각이바뀌었다.삶에적당한크기와편안한재료에대해생각하게된것이다.그렇게‘도문알레프’는원래있던집의모양과닮고,집을에워싸고있는산들과도비슷한모양으로지어졌다.

집은생각을담는다
-숨숨하우스,더블헬릭스하우스,맑은구름집……

요즘반려동물을가족으로여기며사는집이많다.2024년말기준으로전체가구의약26.7퍼센트가반려동물을키우고있다.반려동물은생활을보조하기위해존재하는것이아니라마음에온기를주거나정서적인안정을위해필요한존재로바뀐것이다.서울의어느경사진동네의맨끝,산과의경계지점에있는‘숨숨하우스’는주변이웃과불화를피하고좀더편안하게고양이를돌볼수있도록자연이가깝고주변의시선에서독립된곳에지어졌다.건축주는‘캣맘’들이모여사는집을짓고싶다고했다.가족이된고양이의눈높이와습성을고려해창턱을계획하고,두께가두껍고미끄럼방지가되는장판을사용하고,캣타워를설치하고,방묘문과방묘창도달았다.그렇게반려동물과의삶을위한‘숨숨하우스’가탄생했다.

집안에꽈배기처럼이중나선계단이있는‘더블헬릭스하우스’는부산의오래된골목안쪽에있는집이다.이집은두살터울의남매가함께집을짓고공동육아를하는방법을찾아보기위해지은집이다.집은첫째따로또같이,둘째동등한조건,셋째동래향교쪽전망확보를우선으로두었다.그리고집의중간에는채광과환기가가능한중정을넣었다.꽈배기계단은우측과좌측을번갈아가면서오를수있어두집모두네방향의전망을갖고,서로만나지는못하지만창문을통해교류가가능하다.1층과3층과5층은공적인공간이고,2층과4층은침실이있는사적인공간이다.다섯개의층으로구성된집의편의성을위해양방향으로열리는엘리베이터도설치했다.그렇게‘더블헬릭스하우스’는두집이꿈꾸고자라는집이되었다.

‘맑은구름집’은가족의구성원도제각각이고,기호도취향도다른,단독주택아홉채가한건물에담긴공동체주택이다.이웃이될가구원들은일찌감치모여서대지를마련하고각자의개성과용도를반영하며집을구성했다.땅의모양도남북으로좁은사다리꼴형태여서가구마다채광,조망,주방이나화장실의형태가다르다.심지어복층까지결합된복잡한구조로완성되었다.방의크기나개수도제각각이다보니밖에서보는창문의모양도불규칙적이다.지하에는공동주방과거실이면서각자의책을모은도서관이자음악실이있다.여분의짐들을가구별로보관할수납공간과세탁실도마련했다.그렇게‘맑은구름집’은단독주택과공동주택의장점이결합된집으로지어지고,이웃을맺고함께사는공동체를이루게되었다.

집은시간이짓는다
-루치아의뜰,언포게터블,층층나무집……

충남공주의‘루치아의뜰’은원래세칸짜리,즉10평이조금넘는가장일반적이면서전형적인살림집이었다.또지은지50년이조금넘어아주오래된한옥은아니었다.주인은그집을보고뜰이마음에들어사들였고,‘루치아의뜰’로고치고싶다고했다.집의뼈대는멀쩡했고지붕도새는곳이없어청소만잘하면될것같았다.집의정면에유리창을달고막혀있던다락은시원하게열고서까래를노출해누마루처럼만들었다.두개의문은틀을그대로살려창호지만새로발랐다.그렇게먼지를걷어내고남은살림살이들은소소하게되살렸더니,단순한삶과여백이있는집으로다시태어났다.

결혼을앞둔예비신랑신부가찾아와신부의고향에있는지은지20년된콘크리트창고를자신들의새로운인생을시작하는신혼집으로삼고싶다고했다.이창고는20년전신부의아버지가지었으며,아버지는나중에창고옆에2층집을지어가족이단란하게살예정이었다.그러나1년후아버지는교통사고로세상을떠났다.‘언포게터블’은집안에집을넣는다는개념에서출발했는데,1층은주방과식당과거실과벽뒤로숨겨져있는작은서재로구성하고,2층은가족실과욕실과드레스룸을갖춘침실로구성했다.집의외관의거친콘크리트벽에는벽화를그려넣었다.그렇게‘언포게터블’은아버지가만들어놓은달팽이집같은포근한껍질속에딸이화음을곁들이며아버지가꿈꾸던2층집을집어넣은집으로탄생했다.

‘층층나무집’은60대에접어든부부가80대부모를모시고살아갈,세상에서가장따뜻하고포근한집이다.부부가평생타인을위해살아온탓에많은돈을모으지못해소박한집을지어야했다.더구나삼대가사는집이다보니작게지을수도없었다.무엇보다도이집은장년과노년이새롭게시작하는삶을담을수있어야했다.이집은단순한집이아니라가족을다시모이게하는의미있는공간이었다.층층나무가있는샘옆으로주방과부엌을놓아안주인이늘바라보게했고,동네가내려다보이는입구쪽으로노부모가앉는거실을놓았다.그렇게건축주부부가여태껏살아온삶,지켜온방향에의해지어진집이자동시에평생을보낼‘층층나무집’이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