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옻칠로 위로받았다 (나성숙 옻칠과 서로재 이야기)

나는 옻칠로 위로받았다 (나성숙 옻칠과 서로재 이야기)

$33.00
Description
서울미대 출신, 국립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였던 나성숙이 옻칠을 만나면서 새로이 깨닫고 치유받은 이야기다. 북촌 한옥 ‘서로재’를 배경으로 한, 사람들과의 인연, 전통 옻칠에서 현대적 조형미로의 변화와 발전, 예술혼과 삶의 고통이 만나 정화되는 과정을 옻칠을 바르는 것처럼, 사포를 치는 것처럼, 자개 등을 깎아내는 것처럼, 금칠을 더하는 것처럼…. 그렇게 켜켜이 쌓았다. 작가의 바람대로, 과도한 편집을 거치지 않은 작가의 육필 원고 그대로, 숨소리까지 들리는 듯한 살아있는 문장을 담았다.

이 책은 어떤 한 개인의 옻칠로 인한 치유와 성장만을 담은 ‘휴먼 스토리’로 끝나지 않는다.
작가 나성숙의 그야말로 ‘에너제틱’한 옻칠 작품을 선보이면서, 20년 터득한 옻칠의 매력과 지식을 오롯이 전하고자 한다.

옻칠은 낯설다, 어렵다, 옛것이다? ‘현대에 살아있는 것을 전통이라 한다’라는 ‘나성숙옻칠학교’에서
옻칠은 혁신이고, 첨단이며 케이컬처(K-culture)다. 중국의 조칠, 일본의 마키에, 우리나라의 나전을
20년 동안 묵묵히 수련한 나성숙의 옻칠은 소재의 질감, 과정의 재발견, 현대적 조형미를 새롭게 포착하고 개척했다. 나성숙의 옻칠이란 하나의 장르인 셈이다. 30기 옻칠 작가를 배출한 ‘나성숙옻칠학교’의 20년 옻칠 지식을 재료, 도구, 18단계의 과정으로 정리했다.
저자

나성숙

羅成淑SeoungsookNah

*출간작으로나는옻칠로위로받았다,북어국(디자인하우스,2005),유쾌한반란(여백미디어,2002-절판)이있다.

서울대학교미술대학응용미술학과및환경대학원을졸업하고하버드대학교GSD(NiemannFellowAffiliate)에서연수했다.한국여성디자이너협회장,국제아트앤디자인협회설립자,미술과비평운영위원장등을맡았으며,국립중앙박물관C.I.서울시경관계획,2000여수엑스포프로젝트등에참여했다.‘도시환경의시각요소로서슈퍼그래픽의선호도에관한연구’로박사학위를취득했다.〈유쾌한반란(여백미디어,2002)〉,〈북어국(디자인하우스,2005)〉를쓰고,〈기자이병규24년(한국여성디자인연구소,2005)〉을엮었다.또한1997년부터개인신문‘여우보’를발행하여2025년30호에이른다.
한국전통에매료되어,북촌한옥봉산재와서로재를터전으로삼아,전통미술과문화의연구와보급에20여년을바쳤다.2007년문을연‘나성숙옻칠학교’는옻칠교육,옻칠작품전시와판매를통해옻칠의새로운조형적아름다움을발굴하고수많은옻칠작가를키워내고있다.
예술의전당과선화랑등에서개인전을열었고,쌍용건설,차병원,태양금속,현대자동차,세종호텔,디자인하우스,까사미아,동국제약등에작품이소장돼있다.

현재서울과학기술대학교디자인학과명예교수이자북촌아트센터이사장이며,제자들과함께‘나성숙옻칠학교’에서열정적으로옻칠작업에몰두하고있다.

목차

제1장시린가슴에옻칠해주오
1.1하늘길열려봄의노래-다시살다
1.2날마다조금씩말없이-옻칠시작
1.3저눈부신햇살속으로-한옥구입

제2장옻칠의탯자리에서
2.1물오른미루나무-최고위과정
2.2그뿌리끝에가닿고싶다-금박
2.3돌아서속으로우는소리-존재,킨츠키

제3장척박한흙위에던져진혼불
3.1맑은뿌리는동쪽에두고-부모,남편
3.2강물한켠에오두막짓고-사랑
3.3함께울었을눈물인여자를보아라-소반

제4장하늘과바다가한끝에서만나듯
4.1꽃피지못한날들이슬프지않다-정년퇴직
4.2창밖엔윙윙바람이불고-중년여자
4.3우리서로다리가되어-청주공예비엔날레

제5장부대낄수록뜨거워지는피
5.1강건너오라시네-옻칠사업
5.2내심장을그대잔에-그는갔다
5.3밤마다널향해돌아누워도-함
5.4구름이맘껏제갈길가듯-기물

제6장목마른코뿔소처럼
6.1내안에그대를찾아-민화와지붕
6.2별하나가와서안긴다-옻칠판화,목분
6.3붉은해를마시며-옻칠화
6.4기다림과만남과헤어짐이-진주패.색자개.교칠

제7장내마음의일주문을들어서니
7.1산새왼종일울거나-후회
7.2실바람에도얼음이녹고-연결
7.3큰산이터지는소리-미래

제8장나무야나무야옻나무야
8.1옻칠배움나무앞에서-옻나무
8.2천년별밤을지키고살았네-옻의성분
8.3억겹꽃잎으로다시피는날-옻칠종류

제9장등짝을후려지며
9.1숨어있어도보이는그대-옻채취하는날
9.2가자,가자,배우러가자-배움터
9.3전생어느길목에선가-옻의독성

(부록)옻칠은나로인해새로워졌다-‘나성숙옻칠학교’기본교재-
1.모래로몸을씻어그대나의꿈-도구,재료
2.오늘도바람앞에선다-과정

출판사 서평

심연에서만난검은위로,옻칠
서울미대졸업,하버드연수,주요언론사입사,국립대시각디자인과교수,유명언론인의아내,총명한두딸의엄마….작가나성숙이스스로‘상위몇프로쯤!’이라며자부하며살고있었던그즈음,가장빛나는존재를잃었다.사랑하는남편을,그것도남편자신의선택으로.작가나성숙은그어둠의심연에서,검은광채-옻칠을만났다.
그로부터20년.옻칠은나성숙의곁을지키는위로가됐다.사포질하고옻칠하고자개박는일자체가심호흡이었고생명줄이었다.옻칠로사람을만났고,옻칠로사람들을위로했고,옻칠로나성숙의남은인생을써내려왔다.
2년전,지주막하출혈로죽음을눈앞에두고도,혹시라도덤으로주어지는시간이있다면이경험을‘주자,나누자’라는생각뿐이었다고한다.옻칠과함께한운명,치유,깨달음으로단한사람이라도위로받았으면하는바람을이렇게책으로만들어담았다.

어떤고독은저절로길이된다
나성숙작가는시각디자인을전공하고환경대학원을나온(게다가시각디자인을강의하는)현대적이거나미래적인미감에몰두하는사람이었다.2004년8월,남편을잃은후,반려자를잃었다는상실감과더불어따뜻한조언,목표와방향성설정,중요한의사결정과설계를모두잃은당혹감을경험하게된다.작가는‘촛불은흔들릴지언정초는흔들리지말아야겠다’라는심정으로‘우리나라전통문화’라는것에눈을떴고,북촌에한옥을지어공간을마련했다.고독과상흔이길이되고동력이되어주는경험이었다.
그리고혼자남은시간을‘만드는것’으로채우리라는생각에소반을배우고,옻칠을깨우쳤다.취미수준이아니라,그가학생들을가르쳐온것처럼큰스승을찾고서당의학동처럼하나하나배웠다.문기현대목장을통해한옥에눈떴고,배움은소목과소반까지이어졌다.전용복옻칠작가를따라일본모리오카에서옻칠을접하고배우는이야기는,범접할수없는열정과인내를느끼게한다.

나성숙은옻칠은‘업’과‘전통’에대한일침이다
나성숙작가가자주하는말이있다.일은직(職)과업(業)으로나뉘며,일생을관통하고통찰하는업을찾아몰두하라는것이다.작가는‘인공지능’의세상에서사람만이할수있는손작업이야말로구식이아니고첨단이며‘감성지능’이라고확신한다.그리고뭔가를‘디자인’하고‘크리에이트’해야만직성이풀리는자신의‘업’에서옻칠이라는운명적인소재와함께하고있는것이다.
옻칠전통을가진한중일의조칠,금칠,나전등을모두경험한작가가바라는것이있다.옻칠의영문표기가‘저팬(Japan)’이나‘동아시아래커(EastAsialacquer)’가아니라‘옻칠(Otchil)’이어야한다는것이다.어느나라의것이좋고,낫고,아름답다는차원이아니다.세계그어느곳의것이라도받아들이고,일상에서쓰고발전시켜‘익숙한옛것’이될수있는여지가한국의옻칠에,나성숙의옻칠작품에깃들어있기때문이다.이책의또다른의미는,옻칠화가,옻칠작가나성숙의작품70여점을초근접사진으로만날수있다는것에있다.

결국은사람이고사랑이다
오늘도북촌골목의낡은한옥‘서로재’에는사포치는소리가가득하다.20년동안제자30기를배출한‘나성숙옻칠학교’의주인장,‘옻칠인’나성숙.정작자신은‘옻칠장인’도아니라하고,‘옻칠작가’라는명칭도사양한다.옻칠을핑계로함께공간을나누고,사포질하는시간을나누고,가끔이야기도나누며선을넘지않은위로를전한다.알아간다는것은공간이아니라거리를좁히는것.옻칠로통하는사이가되면,“나는옻칠로큰위로를받았어요.당신도그렇지요?”라며공감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