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인문학 5 (음악처럼 존재하는 삶과 예술의 사유)

오페라 인문학 5 (음악처럼 존재하는 삶과 예술의 사유)

$27.00
Description

『오페라 인문학』 4권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개인적 실존의 물음을 탐구했다면, 5권은 '어떻게 사랑하며 살 것인가'라는 관계 속 인간 존재의 깊이로 나아간다. '나는 누구인가'에서 '나는 누구와 함께 있는가'로 질문이 확장되는 실존적 여정이다. 동시에 5권 자체로도 완결된 탐구를 이루도록 구성되어, 전작을 읽지 않은 독자도 사랑과 고통, 만남과 침묵, 시간과 미완성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이 책의 독특함은 추상적 철학 개념을 구체적 예술 작품과 일상의 체험으로 연결하는 방식에 있다. 레비나스의 타자 철학은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낯선 이의 얼굴로 설명되고, 베르그송의 '순수 기억'은 아침 출근길에서 피어나는 꽃나무의 감각으로 풀어진다. 각 장은 철학자의 사유로 시작해 작곡가의 체험으로 이어지고, 독자의 일상으로 완성되는 구조를 갖는다.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독자 자신의 실존적 변화를 목표로 삼는 책이다.

오페라가 묻는 것들
현실 속에서 우리는 직장인, 부모, 시민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진정한 자아를 잃어가곤 한다. 베르디의 〈리골레토〉는 사회가 부과한 가면과 내면의 진심 사이에서 분열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무대 위에 세운다. 푸치니의 〈라 보엠〉은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촛불이 꺼지듯 소진되는 청춘과 시간의 잔인함 속에서 무엇을 지켜내야 하는지를 묻는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권력의 전복을 넘어선 용서와 관계의 회복을 통해 진정한 평등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탐구한다.

철학이 답하는 것들
만남과 침묵 — 레비나스, 부버, 도스토예프스키
레비나스의 타자 윤리학은 낯선 타자의 얼굴에서조차 외면할 수 없는 책임이 시작됨을 보여준다. 마르틴 부버의 '나-너' 철학은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고립된 현대인에게, 상대를 목적 자체로 대하는 진정한 만남의 길을 제시한다. 말이 언어의 한계에 부딪힐 때,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인이 겪는 내면의 절규를 지나 구레츠키의 〈슬픔의 교향곡〉은 극도의 단순함과 침묵으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타인의 고통을 껴안는다.
시간과 기억 — 베르그송, 베토벤, 프루스트
앙리 베르그송의 철학은 기계적 시계의 시간 너머, 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녹아드는 '지속(Durée)'의 시간을 일깨운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0번은 단순한 선형적 시간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정이 교차하는 순환과 회상의 시간을 완벽한 음악적 건축물로 구현한다. 스마트폰 수백 명의 연락처 속에서도 마음을 나눌 곳 없는 현대인의 소외감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노래한 200년 전 이방인의 고독과 본질적으로 같다.
부조리와 일상 — 파스칼, 카뮈, 모차르트
파스칼의 『팡세』는 오락과 권태 사이에서 표류하는 인간 조건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알베르 카뮈의 부조리 철학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과 만나 일상의 새로운 의미를 창조한다. 매일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반복되는 출퇴근길과 일상 속에서도 변주곡처럼 조금씩 다른 삶의 결을 발견하고 긍정하는 태도를 이 책은 탐구한다.
미완성의 아름다움 — 바흐, 슈베르트
바흐의 마지막 작품 『푸가의 기법』은 작곡가의 이름이 악보 위에 등장하는 순간 멈추었고, 슈베르트의 8번 교향곡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끝내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의 삶 역시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결과가 보장되지 않아도 매 순간 전력을 다해 오늘을 기록하고 시도하는 그 자체가 이미 충분히 숭고한 완성임을 책은 증명한다.

음악은 시간 안에서 흘러가지만 그 울림은 영원히 남는다. 만남도 마찬가지다. 독서의 시간은 끝나지만 그 깨달음은 삶과 함께 계속된다.

이 책의 독자
이 책은 결코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다. 레비나스의 현상학, 베르그송의 지속 개념, 블랑쇼의 재난의 글쓰기를 온전히 따라가려면 상당한 집중과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어려운 것을 쉽게 포장하는 대신, 그 어려움 속에 숨겨진 삶의 깊이를 정면으로 통과하는 방식을 택한다. 클래식 음악과 철학이 만나는 이 탐구는 엘리트적 교양 과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갈등, 상실의 고통,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가장 절실하고 실용적인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다.
레비나스를 이해하고 나면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낯선 이의 얼굴이 달라 보인다. 말러의 교향곡을 체험하고 나면 시간의 유한함이 다르게 느껴진다. 파스칼의 『팡세』를 읽고 나면 권태로운 주말 오후도 더 이상 공허하지 않다. 관계 속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일상의 지루함에 지칠 때마다, 타인의 침묵이 두려울 때마다 이 책에서 만난 작곡가와 철학자들의 사유가 새로운 빛을 발하게 된다.
저자

박경준

대한민국을대표하는바리톤성악가이자,감정을노래하는오페라인문학자이다.서울대학교음악대학성악과를졸업한그는프랑스파리사범고등음악원에서최고연주자과정을,이탈리아베르디음악원에서는오페라과와가곡과를졸업하였다.또한로마국제아카데미에서지휘과와뮤지컬과를수료하며음악전반을아우르는폭넓은식견을갖추었다.세계50여극장에서28편의오페라주역으로400여회무대에섰으며,프랑스파리,중국상하이,이탈리아베르가모등에서40여회초청독창회를포함해400회이상의콘서트를개최하였다.이탈리아대통령메달,문화부장관표창,2024대한민국국가브랜드대상,대한민국오페라대상남자주역상,세계평화의메달세계한인협력기구(W-KICA),GAF문화예술대상등국내외유수의상을수상했으며,KBS신인음악콩쿠르,중앙일보콩쿠르,베르디국제콩쿠르등17개의국제콩쿠르에서우승한바있다.ArtCompanyBUON의대표이사겸예술감독이자,클래식음악전문웹매거진‘박경준의스테이지’의발행인으로활동중이며,한국오페라예술원학장으로서예술교육과공연기획을병행하고있다.프랑스Flaine국제여름음악아카데미주강사,이탈리아에르바시립음악학교,영산콘서바토리교수등을역임했으며,한국예술가곡총연합회이사,사색의향기홍보대사로도활동하며예술과사람,무대와일상사이를잇고있으며문화예술의대중적확산에도헌신하고있다.저서로는‘오페라인문학’,‘오페라와썸타는남자’,‘내가나에게던진사직서’,‘고요하게철학하고음악처럼존재하라I’,‘밀라노에서나폴리까지’,‘오페라인문학II’가있으며,현재‘고요하게철학하고음악처럼존재하라II’,‘오페라인문학III’,‘센강에서루아르까지’등예술과삶을잇는인문에세이시리즈를집필,출간중이다.

목차

프롤로그
Chapter1.침묵의철학
레비나스와타자의얼굴-윤리의시원적경험
슈베르트의『겨울나그네』-고독한영혼의내면풍경
도스토예프스키의‘지하인’-내면깊숙한곳에서터져나오는절규
구레츠키의『슬픔의교향곡』-어머니의침묵과절제의기도
Chapter2.베르디의〈리골레토〉
광대의가면,권력의그림자
빅토르위고의외침
걸작의영역에들어가는베르디
선과악의슬픈광대
Chapter3.사랑의변주곡
부버의나와너-만남의철학과관계의윤리
멘델스존바이올린협주곡e단조Op.64-순정의선율,사랑의윤곽을따라
체호프의일상서사-침묵속에숨은삶의진실
하이든교향곡제49번f단조〈수난〉-고요한고통속에서울리는영혼의무게
Chapter4.푸치니의〈라보엠〉
뮈르제의보헤미안사용설명서
여자가죽어야사는남자
푸치니의선전포고
〈렌트〉로보는〈라보엠〉
Chapter5.시간의철학
베르그송과지속의시간-기계적시간을넘어선체험의시간
베토벤피아노소나타30번Op.109-회상의리듬과감정의변주
블랑쇼의재난의글쓰기-언어의한계에서만나는침묵
말러교향곡제9번-시간의거대한건축물과존재의노래
Chapter6.조르다노의〈안드레아쉐니에〉
베리스모의정점에서태어난명작
편지로빚어낸걸작
공화주의자의사랑엘리자베트르바와롤랑부인
자매애와세계여성운동
Chapter7.일상으로의귀환
파스칼의팡세-“마음의이유를이성은알지못한다”
모차르트피아노소나타11번K.331-기억과순환의형식
카뮈의부조리와반항-시지푸스의행복한상상
바흐의마지막푸가-미완성으로남은예술과삶의의미
Chapter8.모차르트의〈피가로의결혼〉
풍자와사랑으로쓴혁명의예고장
조롱이잉태한풍자
〈수잔나의결혼〉이다
시대와계급을초월한자매애
에필로그
오페라(음악)노트/참고문헌/위로의음악(QR코드수록)

출판사 서평

■무대위의비극에서일상의지혜를발견하다오페라속인물들의이야기는먼과거의전설이아니라,복잡한21세기를살아가는바로우리의이야기다
.저자는베르디의〈리골레토〉를통해사회가부과한가면과내면의진심사이에서갈등하는인간의분열을짚어내고
,푸치니의〈라보엠〉을통해물질적가난을넘어선청춘의열정과시간의잔인함을이야기한다
.또한조르다노의〈안드레아쉐니에〉에서신념과사랑을지키는결단을
,모차르트의〈피가로의결혼〉에서권력의전복을넘어선용서와관계의회복을탐구한다
.
■철학과음악이교차하는8개의변주곡이책의서사는철학자의통찰에서시작해작곡가의체험으로,그리고관객의일상으로이어지는독특한구조를띤다
.레비나스의타자윤리학을바탕으로지하철에서스쳐가는타인에대한책임감을논하고
,마르틴부버의‘나-너’철학을멘델스존의바이올린협주곡과엮어진정한만남의의미를묻는다
.베르그송의‘지속’의시간과베토벤의피아노소나타를연결하여기억과회상의미학을,알베르카뮈의부조리철학과모차르트의변주곡을통해지루한일상을긍정하는법을밀도있게그려낸다
.
■미완성의삶을긍정하는따뜻한위로우리는늘무언가를완성하기위해고군분투하지만,바흐의『푸가의기법』이나슈베르트의『미완성교향곡』이미완성그자체로위대한예술이되었듯우리의삶도미완성자체로충분히아름답다
.책의후반부에서저자는완벽을강요받는30대,40대,50대의독자들에게“결과가보장되지않아도전력을다해오늘을기록하는것”이바로예술과삶의진정한의미임을강조하며따뜻한위로를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