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정직하게 유산을 말하다
이 책은 성공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지나온 시간을 솔직하게 말합니다. 회사에서는 초고속 승진을 했지만 사장이 되지 못했고, 부산으로 밀려난 뒤에는 회사가 부도났습니다. 신앙을 갖고도 3년을 술자리와 예배당 사이에서 양다리로 살았고, 7년간 이어 온 손주 교육에서도 실패했던 부분을 숨기지 않습니다. 화려한 간증도 좋지만 정직한 고백도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읽는 내내 느끼게 됩니다.
'맛'이라는 은유로 완성한 80년 이야기
가장 인상 깊은 점은 '맛'이라는 단어가 책 전체를 일관되게 관통한다는 것입니다. 배고픔은 결핍의 맛이 되고, 알사탕과 누가바는 세상의 맛이 되고, 부도와 좌천은 고난의 맛이 됩니다. 당뇨 진단까지 이어지는 '세 번의 맛의 변화'는 분주하게 맛을 좇던 혀가 변화하고 영혼이 참맛에 눈뜨는 과정으로 읽힙니다. 한 사람의 삶을 선명한 하나의 은유로 읽어 낼 수 있는 것은 저자의 독특한 이야기이자 통찰입니다.
손주를 향한 편지, 그리고 손주들과의 이야기
저자는 "교회에 맡기면 된다"는 생각이 신앙전수의 가장 큰 적이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하브루타를 통해 가정의 밥상을 신앙전수의 본부로 되살리려 애쓴 7년의 시행착오를 구체적으로 기록합니다. 교재를 찾아 헤맨 일, 줌 화면 속에서 몸을 뒤트는 아이들, 학원에 밀리는 목요일 저녁 강의 시간, 망각 앞에서 깨달은 '반복의 영성', 부산에서 서울까지 버스를 빌려 다닌 역사 탐방까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각 부 끝에는 '하브루타 나눔 질문'이 실려 있습니다. 가족, 독서모임, 소그룹이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자기 삶의 결핍과 선택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대화로 이어지도록 돕습니다.
한 사람의 순종이 한 가정을 변화시킨다는 추천사의 말처럼, 이 책이 많은 가정의 식탁에서 새로운 대화를 여는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책 속에서
나는 평생 맛을 만들며 살았다. 알사탕을 만들었고, 자유시간을 팔았고, 죽어가던 누가바를 다시 살려냈으며, 태평양을 건너온 키세스를 이 땅에 정착시켰다.
- 프롤로그
쌀은 귀했다. 아버지 밥에만 하얀 쌀알이 몇 톨 섞였다. (…) 나는 내 밥을 다 비운 뒤에도 상을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가 밥을 남기시기를, 그래서 그 몇 술을 내가 마저 먹을 수 있기를 기다렸다. 아버지의 밥그릇이 나의 후식이었다.
- 1부 1장 보리밥 한 끼, 아버지가 남긴 밥
우리가 그때 어떻게 살았는지 아느냐고, 아이들이 먼저 물었다. 얘기해보라고 하니, 라면을 두 봉지 끓여서 다섯이 나눠 먹었다고 했다. 라면 두 봉지, 다섯 개의 숟가락. 그것이 내 아이들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밥상이었다.
- 1부 7장 라면 두 봉지로 다섯이 먹던 밥상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하나의 제품을 살리면, 다음 제품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국의 아이들이 알사탕을 입에 물고, 자유시간을 나눠 먹고, 컨츄리콘 봉지에 손을 넣던 그 시간에, 정작 내 아이들은 아버지 없는 밥상에 둘러앉아 있었다. 나는 전국의 아이들 입은 채웠다. 그러나 내 아이들의 저녁 자리는, 비워두고 있었다.
- 2부 5장 알사탕, 자유시간, 컨츄리콘
오히려 때로는 쓰고, 때로는 낮고, 때로는 억지로 삼켜야 하는 맛이었다. 그러나 그 맛만은, 다시 배고프게 하지 않았다. 세상의 맛은 나를 계속 배고프게 했고, 그리스도의 맛은 나를 마침내 배부르게 했다.
- 4부 1장 참맛 예수 그리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