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의 강원

모든 날의 강원

$20.00
Description
벅차서 벅찬 곳, 강원!
골목과 마을, 숨은 길을 따라
강원의 진짜 얼굴을 만난다
강원도를 다룬 책은 많지만 강원도를 이렇게 오래 바라보고, 그곳의 삶과 역사, 그 안에 스며 있는 이야기까지 함께 길어 올린 책은 드물다. 이 책은 동해 바다와 설악산, 여름 피서지와 겨울의 스키장 같은 익숙한 이미지 뒤에 가려져 있던 강원의 속살을 천천히 드러낸다.
이 책을 쓴 저자는 강릉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KBS 강릉방송국 아나운서다. 스스로를 ‘토포필리아적 인간’이라고 부를 만큼 장소에 대한 애정이 깊어 어디든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제주에서의 19년 삶을 풀어낸 첫 책 『진심, 제주!』 이후, 그는 이번 책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았던 강원의 숨은 절경과 그 안의 삶, 일상에 켜켜이 쌓인 오래된 서사와 아픔까지, 강원의 결을 한 권에 끌어안는다.
논골담길의 경사와 정선 아우라지의 물길, 강릉단오제의 열기와 커피 도시 강릉의 생태계, 태백 탄광촌의 검은 삶과 영월의 단종 애사, 석호와 고원의 절경, 휴게소와 와인, 폭설과 가뭄…. 이 책은 유명 명소를 빠르게 훑어가는 대신, 강원을 이루는 풍경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 풍경을 견디고 살아온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왜 우리는 이 땅을 자꾸만 다시 바라보게 되는지를 꾹꾹 눌러 쓴 문장으로 되묻는다.
저자

이영재

말하는시간보다자판을두드리는시간이점점늘고있는KBS강릉방송국아나운서.빼어난경관과속깊은이야기가있는고장들을두루오가며밥벌이해온것을늘자랑스럽게생각한다.글쓰기플랫폼브런치에서‘TotalEclipse’라는필명으로여행글을올리고있으며,인스타그램에도가끔메타의의도에반하는장문의글을올린다.‘토포필리아’,장소에대한사랑이지나쳐어디든쉽게지나치지못한다.읽고쓸때행복해하며,머지않은미래에산과바다가보이는곳에서책방주인이되는날을꿈꾸고있다.19년의제주생활을풀어낸『진심,제주!』를2022년에출간했다.
인스타그램@total_eclipse0913

목차

프롤로그:여행을떠나며
map이책에소개된장소

PART1나아가는걸음
경사예찬
보고싶다정선아
걷는다는것,걸음이란것
해저문소양강에
학산백경
PART2풍경을빚는건사람
다시그날이군요
슈베르티아데인평창
커피유니버스
그들만의생태계
자작은책이되어
다리는술샘을가로지르고
PART3아픔은그자리에
진격의거탑
태백,하늘아래검정은빛으로1
태백,하늘아래검정은빛으로2
극한과극단사이에서
PART4잇고맺는이야기들
바다의기억은호수가되어
강원의조망,언덕삼대장에서
저산은내게
그래도봄날은1
그래도봄날은2

에필로그:여행의끝에서

출판사 서평

강원의풍경은저절로생기지않는다
이책은강원을그저아름다운곳으로소개하지않는다.동해논골담길의경사는전망좋은언덕일뿐아니라그비탈을따라밀려올라가야했던사람들의생활사이며,정선아우라지는두물줄기가만나는절경에머물지않고삶에서무엇을남겨둘것인가를생각하게하는장소가된다.풍경은언제나사람의시간과맞닿아있다.
최근영화〈왕과사는남자〉로다시주목받고있는영월.이책에서그곳은화제의배경이아니라기억의장소로읽힌다.장릉과엄흥도의묘를따라이어지는이야기는단종의비극을과장되게소비하지않고,오히려그죽음이후에도인간의도리를포기하지않았던엄흥도의선택이어떻게한고장의기억으로남았는지를조용히드러낸다.
그리고이흐름은태백에이르러더욱깊어진다.산업유산의공간인태백은,이책에서강원의검은시간과흰시간이함께포개진장소로읽힌다.저자는철암탄광의역사를떠올리며검정의묵은때가벗겨진뒤의내일을생각하는한편,겨울이면주차된차의문을열지못할만큼눈이쌓이는고원도시의생활감각을생생하게불러낸다.태백의겨울하늘아래서새하얀눈과순도높은검정밤하늘,그위로쏟아지는별빛의향연을마주하는장면은이책전체에서도유난히오래남는대목이다.강원의설경이아름다운까닭은그렇게혹독한계절을견디며살아온삶의무게가그안에스며있기때문이라는사실을이책은놓치지않는다.

강원을이루는것은자연만이아니다
이책의또하나의힘은강원을자연풍경의집합이아니라문화와생활의총체로그려낸다는데있다.그중심에는강릉단오제가있다.강릉단오제는외지인의눈에는며칠간의축제처럼보이지만,강릉사람들에게는계절의리듬과지역의신앙,시장의활기와사람들의체취가한꺼번에살아나는생활의장이다.단오절의술을빚기위한봉정미를모으고,수리취떡을나눠먹고,남대천둔치로며칠씩출석하며서로인사를나누는장면들은왜이축제가단순한이벤트가아니라한지역의삶그자체인지절로느끼게한다.
강릉의커피이야기는그래서더욱특별하다.‘커피유니버스’라는제목이과장이아닌것은,저자가강릉의커피를단지카페몇곳의성공담으로쓰지않기때문이다.안목해변의보잘것없는커피자판기에서시작된전설,안목커피거리의성장,강릉을‘커피도시’로만들어낸축제와로스팅문화,그리고더덕에서방점을찍는온갖라테의등장까지,이책은강릉의커피를한도시의취향과시간이빚어낸독특한생태계로읽어낸다.
이책은강원으로들어가는길또한섬세하게조명한다.옥계,한계령,내린천,홍천의휴게소들은목적지로가는중간정차지가아니라공기의밀도와빛의결이바뀌는경계의장소이고,예밀리의포도향과예밀와인은운탄고도의산길한복판에서농밀한유혹의손길을내미는장면이된다.예밀리가단순한경유지가아니라오감이깨어나는목적지가될수있다는저자의감각은,이책이왜평범한여행서의문법을따르지않는지를잘보여준다.

강원의절경에는시간의층이켜켜이쌓여있다
이책이보여주는강원의풍경은엽서처럼납작하지않다.경포호와향호,청초호와영랑호,송지호와화진포같은석호들은고요한물빛뒤에바다의기억을품고있다.물은잠잠하지만,그안에는바다였던시간과육지로붙잡힌시간이함께잠겨있다.
육백마지기와안반데기,매봉산바람의언덕으로이어지는이른바‘언덕삼대장’은이책에서더욱인상적으로살아난다.평창미탄면의육백마지기에는샤스타데이지와하늘과구름,청옥산과탐방객의움직임이한장면안에서겹쳐지고,안반데기는우묵하고널찍한지형이란이름의유래부터별보기명소이자차박성지로서의현재까지함께품는다.매봉산바람의언덕은또어떤가.여름의배추밭장관만이아니라사륜구동차량조차긴장하게만드는오르는길의난이도와정상에서한꺼번에열리는광활한파노라마가강원의높은얼굴을드러낸다.이장면들은예쁘다기보다압도적이다.척박한토양,높은고도,강한바람과극단적인계절이이풍경들을만들었기때문이다.

허진호감독의영화〈봄날은간다〉가남긴강원의이미지처럼이책의문장들도감정을함부로밀어붙이지않는다.바다와호수,고원과휴게소,축제와탄광촌이각자의속도로스며들며하나의분위기를만든다.이책을읽고나면강원은더이상익숙한관광지가아니라,높은곳과깊은곳,검은삶과흰계절,축제의열기와쇠락의그림자,커피향과흙냄새가함께뒤섞이는하나의세계가된다.
이책은강원을‘소개’하기보다강원이라는장소를다시‘읽게’만든다.그야말로‘모든날의강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