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시인의 영화

죽지 않는 시인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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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시적인 영화 에세이,
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영화적인 시집이 될 것이다.
시인이자 음악가인 강정이, 세상의 빛보다 어둠에서 더 선명하게 타오르는 영화들의 초상을 써 내려간다. 영화가 남긴 진동과 침묵을 붙잡는 시인에게 영화의 모든 장면은 몸으로 기록된다. 꿈처럼, 혹은 고백처럼. 그에게 영화란 체험에 가깝다. “영화는 망상의 거울이고, 그 거울은 결국 나 자신이다.” 그는 스크린 위 죽지 않는 영혼들의 이야기 속에서 ‘죽지 않는 시인’으로서의 자신을 투사하는지도 모른다.
타르코프스키의 〈거울〉을 시작으로, 줄랍스키의 〈포제션〉, 레오 카락스의 〈홀리 모터스〉를 비롯해 유럽과 할리우드의 장르 영화들 그리고 한국 영화 〈발레리나〉를 거쳐 마침내 〈조커〉에 이르기까지, 그가 선택한 영화들은 모두 인간의 내면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어둠의 이야기들이다. “세상에도,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속에도 ‘어둠’은 항상 존재한다는 근본 사실을 상기”하며 그 어둠 속에서 인간 존재의 상처, 욕망, 구원, 사랑을 시인의 언어로 다시 써 내려간다. 독자는 어느 순간, 스크린이 아니라 거울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시적인 비평서가, 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영화적인 시집이 될 것이다.
저자

강정

저자:강정
1971년부산에서태어났다.1992년《현대시세계》로등단했다.시집〈기적』등10권.산문집〈미치고,지치고홀린〉등6권을냈다.
시로여는세상작품상,현대시작품상,김현문학패등을수상했다.프로젝트록밴드엘리펀트슬리브보컬로앨범〈맴도는나무〉를냈다.「제네시스」등5편의연극에배우로출연했다.현재새로운프로젝트밴드앨범을준비중이다.

목차


서문_영화보다낯선영화들
거울은무얼먹고투명해지는가_거울
소년은어떻게아저씨가되는가,아니,되어야하는가_허공에의질주
아버지는늘바깥에서엇박으로춤추지_아버지를위한노래
사랑은괴물의피를마시고산다_포제션
매순간다른얼굴로살아있으라!_홀리모터스
세상은더럽고비참한놀이터…화끈하게놀다가자!_가여운것들
“불편한세계에오신걸환영한다!”_인히어런트바이스
‘학교’에서진짜스승은학생자신이다_예언자
오직사랑하는자만이멸망하지않는다_산책하는침략자
외계인은왜지구인의태아처럼생겼을까?_싸인
인류는변태(變態)하노니,새로운사랑을발명하라!_티탄
인간은기계를만들고기계에먹히며기계를먹는다_미래의범죄들
내가‘미셸’이냐고?그냥‘그녀’일뿐이야!_엘르
털속에숨은몸은보물일까,괴물일까_퍼
복수는달다,아니쓰다,아니드물게예쁘다_발레리나
“뭘물어봐?그림을보는건당신들이잖아?”_히든어웨이
나를알려고하지마!_더킬러
무사는죽어야산다,아니죽음의리듬으로산다_고스트독
예수는모든세기,어느어두운지하에서매번부활한다_몬트리올예수
괴물은내그림자속에서눈뜬다_맨헌터
“나?바늘하나로세상잡아먹을사람이야!”_나이트크롤러
강물은결국과거로흐른다_미스틱리버
지옥이따로있나?바로여기가지옥이지!_마더!
이새로운우주의태아를보라_2001스페이스오디세이
영화는침묵속에서울리는장대한꿈이야!_멀홀랜드드라이브
내게영화는너무써!_8과1/2
조커의방아쇠는누가당긴걸까_조커
내가정말조커냐고?영화가다조커놀음이야!_조커-폴리아되
이세계는조만간자폭할것이다!_김미데인저

출판사 서평

“영화는어둠을먹고사는물질적환영이다.”

여기수록된영화들에등장하는인물들은킬러,조커,괴물,혁명가,정신병자다.이들은사회의정상테두리밖에있거나,그테두리자체의모순을폭로한다.〈발레리나〉의복수극이든〈미스틱리버〉의과거의악순환이든,저자는영화가인간이가진"가장첨예한본성"을노출시키며현실의역설을역상으로되비추는“거름판”이될수있음을보여준다.

영화의본질을“어둠을먹고사는물질적환영”으로정의하는저자에게‘어둠’은단순한물리적암흑을넘어서현실이감추고있는것,진짜현실을숨기고있는베일이며영화는그어둠속에빛을비추어인간의얼굴을다시본다.영화의역할에대한근본적재고속에서“현실이가려버리는어떤흑막들을거꾸로보여”주는영화를탐색하지만,어떤답을제시하기보단우리와세계안에언제나존재하는어둠을직시한다.그리고빛과어둠사이,허상과실재의틈에서인간존재의심연을드러낸다.“엇나간시선”으로세계를바라보는사람으로서,그‘엇나감’의세계관으로만들어진영화들을포착하여폭력과사랑의공존,꿈과현실의경계,트라우마의악순환,정체성의분열,자본주의의포섭,죽음과재생,개인의광기와사회의병증을날카롭게간파한다.스크린속허구를꿰뚫어‘현실의진실’을마주하려는독자에게저자는“죽든살든,현실도영화도더없이낯설어진다면이책은그나마효능있는물건으로남을것이다”라고말한다.

시와영화가교차하는미적사유

여기『죽지않는시인의영화』에는영화가지나간자리에남은잔광과여운,그흔적이한편의시처럼놓여있다.타르코프스키의〈거울〉을보고저자는이렇게쓴다."거울은고요한평면이나그안엔온갖시간과사물과사람의잔영들로요란스럽다.'사랑'을비추면'증오'가튀어나오기도하고,'슬픔'을던지면'욕망'이반사되기도한다."저자는영화자체를거울로본다.거울속으로들어가는것은우리내면의가장어두운부분과맞닥뜨리는것이다.줄랍스키의〈포제션〉에선"괴물을만난다음더푸르러진하늘"이란무엇인가?라고묻는다.영화속에서사랑은소유욕이되고,소유는폭력이되고,폭력은결국구원으로위장한다.인간관계의가장근본적인모순이드러나는것이다.안토니오리가부에를다룬영화〈히든어웨이〉,사진작가디앤아버스를다룬영화〈퍼〉,그리고이기팝에관한다큐멘터리〈김미데인저〉를보며소위정상성이라불리는일방적질서와억압을해체하는예술가의힘을떠올리거나〈허공에의질주〉속에완벽한청년으로살고있는"불사조가된길의감식가"리버피닉스처럼,노화하고부패하는현실에서우리가영화속에서만영원을꿈꾸듯예술작품속에만영원할수있다는예술가의잔잔한한탄도섞여나온다.

〈조커〉와〈조커:폴리아되〉에대한두편의글은광기를다루며이책의핵심을보여준다.조커는"사회적인습바깥으로배제되어야할존재"이지만,"바로그렇기에사회적인습과규율및편견등을뒤엎는예상치못한대중적역린"이다.관객을향해선더욱급진적으로선언한다."거기,판결의총신을겨누며슬며시웃거나화내고있는자,당신또한조커가아니라는사실을스스로증명할수있는가."

일관된주제들을반복하면서명확해지는것은"영화자체가조커"라는저자의깨달음이다.영화는관객을유혹하고,허구로현실을뒤바꾸며,스스로가면을쓴다.영화가보여주는환상은단순한엔터테인먼트를넘어,우리가세상을해석하는방식자체를지배한다.더나아가이제현실자체가영화처럼작동한다.〈나이트크롤러〉의루이스가"사실을편집할뿐,진실을말하지않듯"언론과SNS,영상매체는사건을창조하고현실을편집하고조작한다.저자는이지점에서불안을감지한다.영화와현실의전도."현실에서일어나는모든일들이웬만한드라마나영화보다훨씬흥미롭고요란해졌다."

영화와현실의경계가무너졌다는것은무대가사라졌다는것을의미한다.펑크록의대부이기팝의삶과음악을다룬짐자무시의다큐멘터리〈김미데인저〉를보며자본주의사회의절박한(?)문제들을새로운각으로예리하게설파한다.이기팝의무대공연은극단적인예다.반라상태에서자해하고,대놓고음란한포즈를취하고,관객속으로다이빙하는'크라우드서핑'등,이모든것은무대라는제한된공간안에서벌어졌다는것이다.현실과구분되는공간이었다.과거에는무대(영화,연극,음악)위에서"모든게가능하면서도모든게허구"였다.그안에서인간의억눌린본능과광기를안전하게발산할수있었다.그러나지금그무대가사라지고현실자체가쇼가되었으며,구분할수없는혼종상태에서"이세계는조만간자폭할것"이라는암담한예감을전한다."이구아나처럼요리조리몸을비틀고춤추면서,모든모욕과환희를인간의가장첨예한본성이라소리"치고싶다는저자의마지막말은,절망속에서도성찰의가능성을붙들려는저항으로읽힌다.그것이이책의제목『죽지않는시인의영화』에담긴의미가아닐까.시인은죽지않는다.그는계속말하고,계속묻고,계속저항할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