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을 칠할 시간

다시 사랑을 칠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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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20년에 첫 시집 『목련꽃 사다리』를 낸 지 햇수로 이제 6년이 된다. 두 번째 시집의 원고를 통독해 보니 첫 시집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채자경 시인은 서울 출생임에도 시의 공간적 배경은 거의 다 대자연이다. 자연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과 섬세한 묘사는 소월과 영랑, 서정주와 박재삼, 청록파의 시정신에 가 닿아 있다. 도시에서의 삶이란 촌각을 다투며 전개된다. 출퇴근 길의 인파, 차량의 물결, 온갖 소음, 탁한 공기가 우리네 몸을 지치게 하고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시골’로 일컫는 자연으로 나가보면 동식물을 비롯한 온갖 것들이 ‘자연스러움’을 지향하고 있다. 스스로 自 자에 그러할 然 자인 자연! 우리는 대자연의 이모저모를 죄다 잊고, 잃어버리고 살아간다. 나 같은 현대인에게 시인은 자연의 목소리를 들려주려고 시를 쓴다.
저자

채자경

목차

〈1부〉
가시나무등고선
망개나무갈무리
구룡포겨울
동지冬至의둥지
호랑가시나무겨울
고요의바닥
곡비哭婢
광장
그늘의비애
길위의관계
꽃비그이후
꽃피는과녁
철든다,늦가을에
내바람은늘그래
등꽃일지
늦은기도
또다른처방전
등불,바람도끄지못한

〈2부〉

말무덤
면面의끝
모바일불나방
모서리지우기

묵정밭유산
물가에길
민달팽이경전
바라춤
바람깁다
바람의셈법
바람의집
바탕화면
발은크로키한다
발효를품다
방목
백지의바다

〈3부〉
벽꽃
별마당
봄눈치
빈섬의하루
다시,사랑을칠할시간
새해의기도
손빨래
송화의그늘
어느나무의자의꿈
어리연꽃
오월을마무리하며
울음타는붉은강
우일우화
유리의날들
이런저런,말말
인터넷창
장미의수난
모래의구간

〈4부〉

정수리길
조율
지상철풍경
지워지는구도
초겨울은하
추일서정秋日抒情
칠월의노래
칡꽃
침묵의자서전
폭염아래서
푸른밤푸른별
피날레
화가畫家의바다
풍경의날개를엿보다
회전문
종간終刊처럼
내안의블루
변산노을

〈5부〉
가을밤
달꽃의자리
다시사랑을칠할시간
내,쉴곳은
어느시인의노래
아시꽃풋사랑
이젠사랑할시간
거울장미
분홍바람


해설|이승하

자연의것들은저렇게자연스럽거늘

출판사 서평

□나무키우기가쉽지않다.자연의것들은제가알아서살아가지만,정원안에있는,사람이돌봐야하는나무는소홀히하면죽는다.망개나무는낙엽교목이다.잎은어긋나며긴타원형이고잎아래는고르지않아날카로우며끝은날카롭고톱니가없으며잎뒷면이분백색이다.열매는핵과로긴타원형이며8월에붉은색으로익는다.뜰에서살아가고있는나무에게물을주는화자는가을이깊어가는시점에“억지를부리려하지않았는지를/떠나는잎들에”게물어본다.시는후반부에가서창작의고통으로연결된다.망개나무가열매를맺는것처럼나의시도열매를맺어야할텐데,쉽지않다.
□망개나무는자신의한해를저렇게잘갈무리하는데왜나는시한편을제대로마무리짓지못해이렇게헤매고있는가.“나날이생각이깊어진가을볕”을받으면서“마침표를찍지못해”내마음은마냥스산하다.뼛속까지시려와앞가슴을여미니,시여너는도대체어떻게된것이냐.왜이렇게한편쓰기가어려운것이냐.이번에는호랑가시나무를보자.때는겨울이다.
□호랑가시나무는감탕나무과에속하는상록활엽수인데중국에서는‘늙은호랑이의발톱’이라는뜻으로노호자老虎刺또는개의뼈라는뜻으로구골狗骨이라고부른다.이나무의붉은열매는성탄절엽서그림에많이나온다.붉은열매는장기臟器에좋다고하는데조경에사용되고,특히크리스마스장식을위해꺾어서사용한다.시인은겨울에도호랑가시나무가주변의것들과얼마나조화롭게잘지내고있는지를얘기해준다.우선빗금으로드는겨울햇살을향해등을구부려준다.땟거리를찾으려고날아든새들에게는구름길을헤치고나아가는셈법을가르쳐준다.눈이펑펑내려눈을흠뻑뒤집어써도발가락으로언나뭇가지를꽉쥔채기지개를켠다.호랑가시나무는삭풍에헝클어진머리를하고서도문틈비집고들어온황소바람에게연신빗질을하는모습을보여주기도한다.그런데이런호랑가시나무가제5연에이르면그모습을일신한다.이렇듯시인은삶의주변에있는나무한그루도시로빚어내는자연친화적인감성으로한편의서정시의전통을잇고있다.
-이승하교수해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