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박소영 시인의 이번 디카시집 속엔 그가 다녀온 여행지의 풍광이 순간순간 알찬 영상으로 담겨 있다. 이에 곁들여진 5행 이내의 시행들은 실제 경치를 설명하지 않으면서 사진을 찍기 직전의 피사체를 만난 첫 순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살리고 있다. 여행 후기와 시인의 말에서 밝히고 있지만, 시인은 18개국이나 낯선 나라를 찾아다녔고 본시 자신은 수리數理적인 사고에 길들여 있어 정서가 메마른 편이었다고 한다. 그나마 일찍이 익힌 영어 회화는 여행에 도움이 되었을 터이다. 시인이 디카시를 만나고부터는 새로운 길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거나 기록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데에도 일조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그런 무디고 딱딱한 감정들이 샘물처럼 녹으면서 인문학 쪽으로 손을 내밀게 했을 것이고, 여행 또한 디카시를 만나게 되면서 색다른 의미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되었음을 짐작해 본다. 푸코는 전통시 담론을 펼치면서 “기존의 시 담론은 특정 엘리트 지식인의 권위와 문단 제도에 의해 규정되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시는 고상한 언어의 예술로, 난해하고 해석 가능한 구조만을 가졌다. 반면 이상옥 교수는 ‘그 담론의 구조 자체를 흔드는 새로운 멀티 언어예술 행위이다.’라고 디카시를 정의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눈길을 끄는 말은 ‘행위예술’이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상상만으로 쓰는 시가 아닌 몸으로 발로 손가락으로 움직여야만 탄생하는 행위성이 반영된 것이 디카시라는 말이다. 박소영 시인이 여행을 통해 얻은, 이번 시집의 작품들은 다녀온 18곳의 모든 기록이 아니라, 근래의 작품들이다. 문학을 공부하면서 디카시와 만나게 된 그 이후, 다녀온 여행지는 베트남, 중화민국(대만), 조지아, 아르메니아, 이집트이다. 낯선 문명과 인간사 혹은 풍속들이 감정과 얽히면서 시인이 가지고 있던 갑갑한 사고의 벽을 허물려는 시도를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보여주고 있다. 신비한 울타리 밖의 새로운 세상과의 조우 혹은 몸으로의 만남을 통해 정체된 나를 벗어나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열정이 이번 시집 『잠든 파라오들은 편안하신가』에서, 여행 디카시 형태로 잘 표현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잠든 파라오들은 편안하신가?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