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직 어른이 돼 보지 않았지만

너는 아직 어른이 돼 보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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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10
박희선 『너는 아직 어른이 돼 보지 않았지만』 출간
꼰대라고 해도 괜찮아
엄마 말도 좀 믿어 볼래

나이 들어 보면, 늙고 나면
뒤늦게 알게 되는 게 있어서
제발 내 말 한번 믿어 보고
더 푸르게, 더 빛나게 살아 보길 바라

“울지 말고 힘차게
오래도록 새롭게 있어 줘
알겠지? 엄마 말 꼭 기억해”
아직 부치지 못한 엄마의 편지, 박희선 시인의 청소년 시집
저자

박희선

저자:박희선
시골의바람과흙내음속에서자란나는유난히여리고조용한아이였다.지금은어른의이름으로세상을살며때로는단단한척도하지만시앞에서는여전히마음이어린빛으로드러난다.집에서도학교에서도오래아이들속에머물다보니나이보다마음이먼저청춘으로물들었다.요즘은대학에서외국인유학생들에게한국어를가르치며,한글과함께보람된날들을살고있다.시집『아니무스아니무스』를펴냈다.

목차

1부엄마어릴적이야기하나해줄게
어떤고
닭다리
뒷배가좋아
우리들의무심천
박하아닌민트이고싶어
별의별날
투병추정
정북토성
엄마의엄마
외할머니의엄마
무럭무럭

2부엄마말도좀믿어볼래
두달생일
아직못부친편지1
아직못부친편지2
엄마말도좀믿어볼래
꿈의엔진
매일새로태어나는아들
굳은살
배신한노력이주는기회
꺾어놓은꿈
너를위한기도
읽기어려운네마음

3부학교가려고횡단보도건널때
아직못부친편지3
엘리베이터
다이어트가어울리지않는달
횡단보도
반짝이는증거
나를운행해보는날
거울을보며가위바위보
우산을잃어버리자
갱년기대사춘기
2병
저기서핀꿈

4부우리엄마이름은
헐크의여름
엄마의이름은박희선
엄마의이름은
취하지않은말
정성말고물질
멀리가지마세요
화해용어사전
택배선물
참잘살거야

5부네품에서네가잘컸구나
빈틈사이꽃밭
다르게가는길
달콤한꿈
피리부는소녀
독립
달천맛집
청주시외버스터미널
내품,네품
그날의딸
야누스
무심천
천천히빨리,빨리천천히

시인의산문
학교가고싶어

독서활동지

출판사 서평

박희선시인은아이들의시간이얼마나불안하고빛나는지를이해하는시선으로,청소년의유년기와사춘기를조용히쓰다듬는다.“너는아직어른이돼보지않았지만/엄마는어려봤잖아”(「엄마말도좀믿어볼래」)라는시구처럼,시인은경험을앞서산어른으로서자녀에게건네는말에따뜻한유머와깊은체온을실어보낸다.늙어봤기에청춘이부럽고,어려봤기에어른의시간이그립다는역설속에서,이시집은지나온시간과다가올시간모두를품어안는법을보여준다.

이시집에서엄마는아이들을‘키우는’사람이기보다,아이와함께‘자라는’사람이다.학교가무너져내릴듯힘겨웠던딸,일진처럼보이고싶어위태롭게흔들리던아들,매일문을걸어잠그며사춘기를통과하던아이들.그러나모두의성장뒤에는어김없이그들을믿고기다린누군가가있다.시인은산문「학교가고싶어」에서,딸이국악기피리를만나다시학교에가고싶어진순간을,아들이어른흉내로서툴게몸부림치다가도마침내혼자가아니란사실을깨닫게된시간을따뜻하게회상한다.동시에“아직학교가가기싫은학생들이있다면꼭가고싶어야하는건아니”라며,마음의축이기울어진아이들을위한깊은이해와위로를건넨다.

이시집은또한엄마의시간을담아낸기록이다.아빠가돌아가신뒤무너져내리던어린날의기억,병원에서의검사결과를기다리며상상만으로도조각나는미래,엄마의희생을닮고싶지않다다짐하면서도끝내닮아가는자신.아이를키우며시를쓰지못했던시간,가족이깨질까두려워마음을단단히붙잡았던순간들.“내온사랑을줄시간이있으니지금이참좋다”는고백처럼,박희선시인은고비와상실을지나더단단해진마음으로청소년들에게말을건넨다.

『너는아직어른이돼보지않았지만』은결국사랑을흘려보내는법에대한시집이다.앞서살아본사람이뒤에오는이에게경험을강요하는것이아니라,“제발내말한번믿어보고/더푸르게,더빛나게살아보길바라”(「엄마말도좀믿어볼래」)하고조심스럽게건네는희망의노래다.세대와세대사이에서오가는다정한신호들,불완전한마음들이서로에게기대며서서히단단해지는과정,자라는아이와그아이를바라보며함께자라는엄마의온기가이시집전체에온전히스며있다.

이시집을읽는동안독자는‘너’이기도하고‘엄마’이기도하다.아직어른이되어보지않았지만,환하게피어나는청춘의마음.이미어른이되어버렸지만여전히성장하고싶은마음.이두마음이한자리에앉아서로를바라보고손을맞잡는다.『너는아직어른이돼보지않았지만』에는그렇게서로를키우는사랑이있다.“누군가는자라고,누군가는지켜본다.그두자리가모두내자리였다”는시인의말처럼,이시집은누군가의성장을오래바라본사람이쓴가장조용한응원이다.학교에가고싶지않았던날들마저언젠가는지나가고,함께웃으며다시학교로향하게되는날들이오기를바라는마음이담겨있다.

이시집은아직어른이되어보지않은청소년에게,이미어른이되었지만여전히자라는모든사람에게말을건넨다.때때로마음이쪼그라들더라도다시펴보고,오래멈춰있던사랑을다시흘려보내고,서로를바라보며함께자랄수있기를바라는마음.『너는아직어른이돼보지않았지만』은그마음이어떻게한문장안에서흔들리고빛나는지를보여주는다정한기록이다.

책속에서

조직검사를마치고돌아오는날
결과가나오는일주일이
십년은되는것같아

아직입시도못치른딸들과
군대도보내야하는아들에게
수능날도시락도못싸줄까봐
입대날눈물배웅도못할까봐
결혼식에혼주자리가비어있을까봐
손주가태어나면산바라지는누가해주나

별의별걱정은
암보다
무섭고
서글프고
아팠다
―「별의별날-병원에다녀온엄마의독백2」전문

아빠지갑속에너는
유치원생,중학생,고등학생이기도해
돈이들어왔다나가며지갑은낡아지고
돈은있다가도없다가도하지만
너는오래또새롭게끄떡없이살고있어
그것도가장깊고소중한곳에

엄마보물상자속에너는
할머니댁지붕위에얹어진젖니가되어
오랫동안반가운까치를불러들이고
탯줄도손톱도배냇저고리도
세월이지날수록더새롭지

아빠지갑속에,엄마보물상자에담겨
언젠가엄마아빠가사라진세상에서도
너희는다이아몬드처럼단단해져빛날때까지
울지말고힘차게
오래도록새롭게있어줘
알겠지?엄마말꼭기억해
―「아직못부친편지1-딸에게,그리고아들에게」전문

너는아직어른이돼보지않았지만
엄마는어려봤잖아
너처럼어렸을때는나도몰랐는데
나이들어가며어렸을때가그립더라
너의지금이푸르고맑아서좋아
넘어져도발딱발딱일어서는청춘이부럽단다

너는늙어보지않았지만
엄마는젊어도봤잖아
학교가기싫고친구랑노는것만좋고
엄마잔소리는싫고친구랑수다는좋지
늙어가며엄마는학교에다시가고싶고
기억이흐린할머니를젊은엄마로만들어
다시티격태격말다툼하고싶어

꼰대라고해도괜찮아
엄마말도좀믿어볼래

나이들어보면,늙고나면
뒤늦게알게되는게있어서
제발내말한번믿어보고
더푸르게,더빛나게살아보길바라
―「엄마말도좀믿어볼래」전문

오늘도얼굴이붉게달아오른엄마는
몸속의화를과격하게뿜어내고
온몸에마그마를품고있는중2병남동생은
터질듯눈에힘을주고문을걸어잠근다

굳게닫힌아들방문을
굳이열겠다고용쓰던엄마는
갑자기쏟아지는소나기울보가되고
타격없는엄마의잔소리지만
머지않아큰공격을받을것같은동생은
길을잃은뒤집힌나침반이되었다

두활화산이말로붙인화염은
마음까지까맣게태우고는휴전하지만
매일불똥이튀는화산옆에서
여기저기구멍나는것은아빠와나
―「갱년기대사춘기」전문

천천히빨리먹어
천천히빨리가

아침등교시간
지각할것같은내게
엄마는늘천천히빨리하란다

도대체어떻게
천천히빨리하냐고요
지각은아침을안먹으면그만
학교는뛰어가면그만인데
그런데도
빨리먹어라,빨리가라
그런데엄마,천천히는뭐야?

체할까봐
뛰어가다넘어지기라도할까봐
걱정하는거지?

빨리보다늘빠른엄마의천천히
나도천천히빨리새겨들을게
―「천천히빨리,빨리천천히」전문

시인의말

누군가는자라고,누군가는지켜본다.
그두자리가모두내자리였다.

세아이의엄마로
수많은아이의선생으로살아오며
나는성인이되기전의순간이얼마나찬란한지본다.

세상과처음부딪히며울고웃는그시간속에서
너희에게건네고싶은말들이마음에자꾸피어났다.
그래서지금,이때가가장좋은때라믿는다.
아이였던나와,아직아이인너희에게
시로이야기를건넨다.

2025년11월
박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