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지구는 천천히 멸망 중

우리가 사는 지구는 천천히 멸망 중

$12.00
Description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11
주민현 『우리가 사는 지구는 천천히 멸망 중』 출간
인간이 멸종되고 나면
이 지구상에 우리가 살았다는 흔적도
모두 사라질까

모든 게 사라져도
우리가 여기 있었다는 흔적은 남았으면 좋겠다

“지구에 남기고 간 우리의 작은 것들이 내일의 장면을 만들겠지요”
기후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주민현 시인의 청소년 시집
저자

주민현

책을좋아하고꿈꾸는건더좋아했다.공상과산책이특기이자취미이다.세상은읽어도읽어도계속페이지가새로생기는책같은기분,세상과나를탐구하기를즐긴다.시의다정함과반짝거림이좋아서시인이되었다.시집으로『킬트,그리고퀼트』『멀리가는느낌이좋아』,공저『연희와민현』을곁에두고있다.

목차

1부이지구상에우리가살았다는흔적
지구가멸망한다면
철새의미래
끝까지바라보기
새해맞이
지금보다눈이더많이오면
작은것들의힘
인간멸종보고서
영원한여름
산불
초록색강
식물의말
작은완두콩
죽은새들의노랫소리
멸종된공룡을찾아서

2부아주오랜시간이지난뒤에
아기냄새
나의발견
가장슬픈사람
새가된다면
커피와새
내동생까미

개의부드러움
이웃집미정언니
가벼운산책
스며드는빛
좋은결말을맺고싶다
오래된편지

3부너희랑있을때시간이멈춘것같아
혼자인날
레몬의눈부심
문버드
진짜귀한것
발자국들
창문열어두기
야작
산사태
우리의꿈을새겨넣었다
가장먼저등교한날
낙서의흔적
몰래놀러간날
수능이후
끝까지재생된뒤에

4부나도사랑받는딸이고싶었어
너의입장
깨고싶지않아
아픈날
생각은구름
어려운일
일기장
오늘의슬픈일
오늘아침침이고였다
비밀의속성
진로상담
건물주가꿈이라고하면
너의믿음
내일의꿈

5부나는가장시고못생긴과일
나쁜삶은없어
월드컵수영장
봄의기억
백일장
불의의미
베이비박스
생활의단맛
정전
스윙
아무도빌려가지않은책
첫중고거래
준비,시작

시인의산문
웃음을잃지않는용기

독서활동지

출판사 서평

쉬는시간청소년시선11번째책으로주민현시인의청소년시집『우리가사는지구는천천히멸망중』이출간되었다.기후위기를다룬이번시집은지구라는행성위에서인간이남기는흔적,그리고그흔적이불러올내일을어린독자들과함께사유하는시집이다.주민현시인은“내일의기후는보다나쁘고/우리는사랑스럽지요”(「시인의말」)라고적으며,더나빠질미래의지구와그안에서살아갈존재들을향한애정을동시에품어낸다.지구가서서히변해가는모습을받아들이면서도,여전히서로를돌보는마음에기대어앞으로나아가고자하는청소년들의감정을조용히비춘다.
이시집은기후위기라는거대한재난을‘두려움’으로만다루지않는다.‘지구가멸망한다면’이라는가설속에서사라질사계절을상상하고,“우리가끝없는얼음의가시밭길을걷는마음이거나/맨발로불구덩이를지나야하는마지막인류가되었을때/(중략)/그래도나랑같이있을거지?”(「지구가멸망한다면」)라고묻는장면에는,위기속에서도서로에게기대려는마음이담겨있다.이상기후가강화된현실을“1층의우리집은축축이젖을것이다/지하에고양이가족은꼼짝없이갇힐것이다”(「지금보다눈이더많이오면」)처럼구체적인일상의언어로포착하는감각역시이시집의중요한특징이다.재난은뉴스속숫자나추상적경고가아니라,누군가의집과가족,생활과마음에스며드는진짜현실이라는사실을보여준다.
주민현시인은인간의역사그이후를상상하며,멸종에가까운미래의지구를‘있는그대로’바라보기도한다.“2179년(중략)한국에서마지막으로살아남은생존자의맥박이멈춘것으로/최종관찰되었다”(「인간멸종보고서」)고말하는시에서는인간이사라진행성을기계적언어로기록하며,청소년들에게지금질문해야할윤리적감각을불러일으킨다.하지만이러한냉혹한전망과함께,시인은가장작고연약한생명에게서다시희망을발견한다.“도저히살수없을것같은악조건속에서도/식물은새잎을밀어낸다”(「이웃집미정언니」)는문장은,극한의조건에서도삶은계속자라난다는사실을다시떠올리게만든다.
기후위기라는커다란질문과나란히,이시집은청소년들의아주개인적인감정을놓치지않는다.우울함과불안,관계속의미묘한상처들,어른이될미래에대한두려움은시집에서또하나의큰축을이룬다.“희수야우리는서로를모르고/(중략)/말이되지않는말을해도우리는/친구야”(「레몬의눈부심」),“뉴스를틀면우울한소식뿐/우리가사는지구는천천히멸망중일까봐//그렇다면외계인이될래요”(「수능이후」)같은시구들은기후위기와청소년기의감정이어떻게포개지는지를자연스럽게보여준다.미래가불안한만큼서로에게더가까이가고싶은마음,끝내어딘가에서는빛을찾으려는마음이시에담겨있다.
류대성인문학자는추천사에서“시가정답을말해줄수는없다.하지만시가건네는공감과위로는힘이세다”고말한다.“나쁜삶도/잘못태어난삶도없어//내가나에게토닥토닥말해준다”(「나쁜삶은없어」)라는시구처럼,이시집은청소년에게‘네잘못이아니야’라고말해주는드문목소리다.지구의미래가불확실한만큼,개인의마음도흔들릴수밖에없다.이시집은그흔들림을부끄러워하지않으며,그마음을받아안아주려는시인의다정함으로가득하다.
『우리가사는지구는천천히멸망중』은멸망을노래하는시집이아니다.오히려그멸망속에서도‘서로를생각하는마음’을놓지않으려는이들의기록이다.기후위기와개인의상처가나란히놓인지금,이시집은“정말중요한걸놓치고사는건아닌지,어른들은왜그런지궁금한아이들에게”(「추천사」)건네는하나의응답이다.지구가천천히변해가는동안,우리의마음도천천히변하고,천천히자랄수있다는사실을알려준다.
이시집을읽는동안독자는지구를걱정하는‘우리’이기도하고,누군가의손을꼭잡고싶은‘나’이기도하다.기후위기속에서도서로에게따뜻한말을건네려는마음,아무리작은흔적이라도누군가에게는내일의장면이될수있다는믿음.주민현의시는그믿음을천천히,그러나단단하게밝힌다.우리가살았다는흔적이,우리가서로를사랑했다는사실이,미래의지구어디엔가남을수있기를바라는마음이이시집전체에고요하게흐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