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시간

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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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의 여울에서 시간의 깊이를 찾게 하는 8개의 이야기
문학계의 중심을 묵묵히 지켜온 원로 소설가 연용흠이 세 번째 소설집 『물의 시간』을 펴냈다.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허상의 뼈」로 등단한 이래 42년간 창작과 교육 현장에서 후학을 길러온 그는, 이번 신작에서 인간의 마음을 꿰뚫는 감성과 시간의 철학을 더욱 치밀하게 가다듬었다.

이번 소설집은 ‘시간’이라는 하나의 축이 전편을 관통하며,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예견된 미래 포스트 아포칼립스까지 넘나들며 문학적 세계를 폭넓게 확장한다.

표제작 〈물의 시간〉을 비롯하여 「불의 시간」, 「흙의 시간」, 「나무의 시간」 등 동양의 오행 사상을 모티프로 한 작품군은 개인의 삶을 둘러싼 인연과 업(業), 그리고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질서를 사유하게 만든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에게 신은 사랑이 아니고 시간이다.” 이 선언은 이 소설집 전체를 하나의 커다란 울림으로 묶어낸다.

이 소설집의 맨 첫 작품 「별의 주인은 누구인가」는 특별한 존재의 탄생을 시작점으로 독자를 긴장하게 한다. 삼촌의 출생과 집안에 얽힌 전설, 별과 뱀, 죽음과 구원 같은 원초적 표징들 속에서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운명의 무늬를 만들었다. 작품은 가족사와 신화가 중첩되는 독특한 구조를 통해 “개인의 시간은 곧 우주의 시간”이라는 주제를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이어지는 흙의 시간」은 가족·출생·죽음의 질감이 흙처럼 손에 잡히듯 느껴지는 작품으로, 대가족을 배경으로 한 세대 간의 사랑과 상처, 가족 공동체의 이면을 차분한 문체로 펼쳐 보인다. 삶의 무게를 담백하게 응시하는 이 작품은 읽는 이를 자연스레 자신의 시간으로 데려간다. 반면 후반부의「라스트 컴퍼니」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세계를 다룬 SF 단편이다. 아포칼립스 이후의 지구에서 인간의 존엄과 생존을 묻는 이 작품은 연용흠의 기존 문학적 이미지와 다른 결을 보여주며, 세대 간 독자층이 폭넓게 반응할 만한 신선한 시도를 담고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 목소리, 영상까지 복제하는 시대가 되었다. 작가는 오히려 이 시대를 통찰하는 시선으로 “AI가 복제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감성”을 강조한다. 그의 작품 「소금꽃」을 읽다 보면 절묘한 문체적 특징이 도드라진다. 그의 이야기는 사건의 속도보다 마음의 결을 따라 움직이며, 서사적 긴장 속에서도 늘 사람의 내면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인 양애경은 작가의 미학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의 문학은 유미주의에 가까울 만큼 치열한 미의식이 야생의 날카로움과 버무려있다.” 이렇듯이 연용흠의 문장은 섬세함과 야생적인 에너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독특한 음영을 지닌다. 고요한 풍경을 그리다가도 어느 순간 인간 존재의 아득한 심연을 건드린다. 이는 오직 오랜 시간 삶을 응시해온 작가만이 가진 힘이다.

『물의 시간』의 독보성은 정교한 문장은 물론이고 작품마다 등장하는 화자들이 다양한 연령·성별·시대를 가로지른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나이가 들어있지 않다. 이러한 이유가 세대를 초월한 공감형 문학으로 만든다. 부당함과 모순이 넘치는 이 시대에서 인간의 존엄을 찾으려는 인물들. 이들의 서사가 결국 따뜻한 진심으로 수렴하고 있으므로 그의 소설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소설집 『물의 시간』은 삶의 미세한 떨림과 시간을 관통하는 철학을 섬세하게 직조한 8개의 기록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잊고 지냈던 감정의 결을 되찾고, 시간이 남긴 생명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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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연용흠

연용흠은대전출생으로한밭대학교에서전기·전자공학을,원광대·한남대대학원에서교육방법과국어교육학을전공했다.1983년중앙일보신춘문예「허상의뼈」로등단한이후소설집『그리하여추장은죽었다』,『코뿔소지나가다』,『물의시간』,시집『소금밭에서배꽃보다」,『뿔에관한소고』를발표했다.현재한국소설가협회중앙위원,대전소설가협회회장,충남시인협회이사로활동하며강의와창작을병행하고있다.

목차

-작가의말
-별의주인은누구인가
-흙의시간
-어둠그별빛
-물의시간
-소금꽃
-불의시간
-나무의시간
-라스트컴퍼니
-해설,이혜림,사유의행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