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홍이 (박경란 장편소설)

안녕, 홍이 (박경란 장편소설)

$18.00
Description
여성의 몸을 통과한 시대의 고통과 상처를
다시 기억과 희망으로 승화시킨 이야기
한국과 독일, 근현대를 살아간 수많은 ‘홍이’들의 서사
엄마와 딸로 살아간 수많은 이름들의 삶을 통해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세대로 이어지는 몸과 기억의 전승을 그린 장편소설

한국과 독일, 근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기억의 계보를 액자소설 구조로 드라마틱하게 구성한 서사문학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독일 내 한인들의 삶을 출판과 공연으로 꾸준히 기록해 온
박경란 작가의 필력과 세계관이 응축된 첫 장편소설
“파독 초기에는 우주의 끝에서 어깨를 맞댄 동지였지만, 시간이 흐르자 각자의 삶은 다른 우주로 흩어졌다.”
파독 간호사 60주년에 다시 기억해야 할 지금의 이야기, 『안녕, 홍이』

이야기는 1994년, 독일에 살던 파독 간호사 ‘똥례 이모(박수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시작한다. 화자인 차혜경은 장례를 치르기 위해 독일 베를린으로 향하고, 이모가 남긴 흔적들과 파독 간호사 동료들을 만나 며, 이모의 삶이 단순한 개인사가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형성된 삶이었음을 깨닫는다. 이모는 1970년대 독일로 파견된 파독 간호사 1세대로, 젊은 시절 독일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 고, 한국 사회가 산업화로 나아가는 과정에 몸으로 기여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결혼과 이혼, 타국에서의 외로움, 과도한 노동, 그리고 끝내 홀로 맞이한 죽음으로 이어지며, ‘이주 여성 노동자’의 고 독한 생존사를 드러낸다.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모가 보관하고 있던 일기장을 통해 더 이전 세대의 기억으로 확장된다. 나아가 서은수가 출간한 소설을 통해 이모의 친구 조현자와, 그의 딸 은수, 외할머니 홍이의 드라마틱한 삶의 실체,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겪은 여성의 기억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여성의 상처, 그리고 그 기억을 품고 다시 독일로 떠나야 했던 딸 세대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차혜경은 마침내 파독 광부와 간호사, 전쟁을 겪은 노인들, 한국 전쟁, 분단, 이주 노동, 5·18 광주 항쟁 등 한국 현대사의 상처들이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몸과 삶에 새겨진 ‘기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 또한 무수히 많은 상처와 기억 위에 오늘을 살고 있는 또 한 명의 홍이라는 사실을. 또한 그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빛을 따라“살면 살아지는 희망”을 새롭게 발견한다.
저자

박경란

한국에서잡지사기자와편집장을지낸후,2007년가족과함께독일로이주했다.2009년부터독일인도주의협회(HVD)동반자프로젝트홍보협력팀장으로일하며독일내이민자의삶에관심을갖기시작했다.에세이『베를린오마주』,방일영재단지원의『나는독일맥주보다한국사람이좋다』,파독간호사인터뷰기록집『나는파독간호사입니다』,국민일보신앙칼럼을엮은『흔적』,독일현지에서바라본독일공교육의가치와이상을담은『독일교육,성숙한시민을기르다』를출간했다.파독간호사50주년내한공연초청작『베를린에서온편지』를비롯,『베를린의빨간구두』,청소년연극『유리천국』,아시아인인종차별을다룬『칭창총소나타No.1』,한국근현대여성사를다룬『옥비녀』등시대를투영한희곡을썼다.

목차

1.똥례이모
2.은수
3.엄마현자
4.홍이
5.서은수그리고조현자6.파독간호사현자
7.안녕,내딸
8.안녕,엄마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2007년독일로이주한이후,독일내이민자의삶과기억에꾸준히관심을가져온박경란작가는에세이와인터뷰기록집을비롯해,파독간호사를다룬특집공연희곡,인종차별과근현대여성사를주제로한희곡등을집필하며문화예술현장에서활동해왔다.『안녕,홍이』는그작업의궤적이응축된작가의첫장편소설이다.이소설은한여성의삶에서시작해,한세대의기억으로확장된다.이야기의출발점은독일에서생을마감한파독간호사이모의장례식이다.화자는그죽음을계기로,그동안가까이있었지만제대로알지못했던여성들의삶과마주하게된다.
『안녕,홍이』는거대한역사적사건을전면에내세우지않는다.대신가족안에서,여성의몸안에서말해지지못한채흘러간시간들을따라간다.엄마의삶,이모의선택,딸의시선이교차하며,개인의기억이어떻게가족의기억이되고,다시시대의기억으로이어지는지를보여준다.이소설의문장은과장되지않는다.감정을앞세우기보다상황과시간을차분히쌓아올린다.그래서『안녕,홍이』의울림은즉각적이기보다뒤늦게,그러나깊게남는다.전쟁과분단,이주와노동의역사이면에있었던여성들의노동과돌봄,생존의시간을피해자의언어가아니라살아낸존재의언어로기록한다.작가는비극을설명하지않는다.대신장례식의풍경,오래된일기장,흩어진대화의조각들을통해독자가스스로의미에닿게한다.말해지지않은시간,기록되지않은감정들이문장사이에남아있다.이소설이다루는것은‘사건’이아니라기억의결이다.무엇이말해졌고,무엇이끝내말해지지않았는가.『안녕,홍이』는그질문을끝까지놓지않는다.그런점에서이작품은가족서사이자기억에대한소설이며,여성의삶을통해한국현대사를다시바라보게하는문학적시도다.

2026년은파독간호사파견60주년이되는해다.그동안파독간호사는경제발전을떠받친노동력,헌신의상징으로주로호명되어왔다.그러나그서사속에서개별여성의삶은충분히말해지지못했다.『안녕,홍이』는바로그지점에서출발한다.오랫동안말해지지않은‘침묵의역사’로남아있던개인의삶을,한여성의몸과기억을따라가며다시불러낸다.역사가아닌삶으로서의시간,기록되지못한이름들의시간을이소설은현재로소환한다.이작품이주목하는것은‘영웅적헌신’이아니라,이주여성노동자가감당해야했던일상의무게와고독이다.언어와문화의장벽,가족과의단절,돌봄노동의이중부담,그리고노년과죽음의문제까지—『안녕,홍이』는파독간호사라는이름뒤에가려졌던삶의결을섬세하게드러낸다.이는단지과거를회고하는작업이아니다.오늘날이주노동,여성노동,돌봄노동이여전히현재진행형의사회적의제라는점에서,이소설은과거를통해현재를비추는거울이된다.그래서『안녕,홍이』는파독간호사60주년이라는시간적맥락을넘어,지금우리가다시읽어야할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