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줄 위의 희망 (홀로코스트와 바이올린, 그 너머의 삶과 음악)

네 줄 위의 희망 (홀로코스트와 바이올린, 그 너머의 삶과 음악)

$23.00
Description
전대미문의 폭력도 지울 수 없었던 현(絃)의 노래
- 홀로코스트의 바이올린, 인간과 음악에 관해 묻다
바이올린은 수 세기 동안 유대인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온 악기다. 이 악기에는 유대인들의 민족혼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나치 독일은 유대 민족뿐 아니라 이들의 모든 문화유산까지 말살하려 했으며, 음악도 예외는 아니었다. 홀로코스트 시기 유대인들의 바이올린은 수용소와 게토를 거치며 주인을 잃거나, 사라지거나, 도둑맞은 것들이 태반이었다. 또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해도 연주할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지거나 크게 손상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바이올린 역시 홀로코스트의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였던 셈이다.
이스라엘의 현악기 장인 암논 바인슈타인(1939~2024)은 1990년대부터 홀로코스트 당시 유대인들이 연주하거나 소유한 바이올린들을 수집해 정성껏 수리하고 보존하는 ‘희망의 바이올린(Violins of Hope)’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유대인들의 삶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악기들은, 이들의 주인만큼이나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독일과 아우슈비츠를 넘어 팔레스타인과 모리셔스섬, 노르웨이, 루마니아 등지에서까지 이어진 끈질긴 박해 속에서 바이올린은 유대인들에게 목숨과 생계를 유지하게 한 생존과 구원의 수단이자, 나치와 불의에 맞서는 정의와 저항의 수단이기도 했다.
이 책은 주인을 잃고, 버려지고, 부서지면서도 인류사의 가장 어두운 시기를 ‘살아낸’, 잊힌 줄 알았으나 끝내 잊히지 않은 악기와 음악, 그 너머 인간에 관한 기록이다.
저자

제임스A.그라임스

(JamesA,Grymes)

미국의음악학자이자작가.버지니아커먼웰스대학교에서음악교육학학사학위를,역사음악학및음악연주학석사학위를,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역사음악학박사학위를받았다.홀로코스트시기의음악과음악가들의삶을오랫동안연구해왔으며,《네줄위의희망》이전에홀로코스트에저항했으나훗날나치전범으로거짓고발된헝가리음악가에른스트폰도흐나니(ErnstvonDohnányi)에관한책을3권냈다.2026년1월에는《네줄위의희망》에도등장한,음악가이자게릴라사령관으로나치에맞서싸운모셰길덴만(MosheGildenman)의이야기《파르티잔의노래(PartisanSong)》를출간했다.현재노스캐롤라이나주샬럿(Charlotte)에살며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서음악학교수로재직중이다.《네줄위의희망》으로2014년홀로코스트부문‘전미유대인도서상(NationalJewishBookAward)’을받았다.(홈페이지_https://jamesagrymes.com)

목차

프롤로그:암논의바이올린들-여정의시작

1장:바그너바이올린-생존의수단
2장:에리히바이닝거의바이올린-인내의동반자
3장:아우슈비츠의바이올린-모순된아름다움
4장:올레불의바이올린-정의의사도
5장:파이벨비닝거의바이올린-영원한친구
6장:모텔레슐라인의바이올린-마지막저항

에필로그:시몬크론골트의바이올린-계속되는여정

감사의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차마있어서는안될곳에있었던
어떤음악이야기

“우리는순전히살아남으려고연주했어요.우리는지옥에서연주했지요.”
-하인츠‘코코’슈만(독일의재즈음악가이자홀로코스트생존자)

인간에게음악이란과연무엇일까.즐거움일까,아니면고통을달래는수단일까.《네줄위의희망》을읽다보면이러한질문을거듭되묻지않을수없게된다.우리는홀로코스트에대해이미많은것을이야기했지만,지금까지이야기한것보다앞으로이야기할것이여전히더많이남아있는것또한사실이다.
바이올린은수세기동안유대인문화에서중요한부분을차지해왔다.유대의전통음악을연주하는클레즈머(Klezmer)악단부터클래식연주자들에게이르기까지,바이올린은유대인정신의핵심이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그런만큼나치독일에바이올린은유대민족과더불어말살해야할대상이었고,억압이심해질수록바이올린은유대인공동체에없어서는안될악기가되었다.
이책은이제껏조명된적없었던홀로코스트시기유대인들의바이올린과음악에관해이야기한다.인류의가장어두운시간이라고할수있었던이시기에,바이올린은홀로코스트의비극성을극대화하는동시에실재(實在)한한줄기희망이었다.제자리가아닌곳에서울려퍼진바이올린소리는,역설적으로바로그때그자리에존재해야만했던음악으로남아하나의전설이되었다.

네줄위에놓인
홀로코스트시기유대인들의삶

총6장(章)으로구성된이책은,저마다다른사연을가진바이올린들의이야기로이루어져있다.브로니스와프후베르만은현(現)이스라엘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전신(前身)인팔레스타인오케스트라를결성함으로써홀로코스트라는죽음의문턱에서있던유대인연주자들과그들의가족1천여명의목숨을구했다(1장).에리히바이닝거는팔레스타인이주중,영국군함이이민자들을가로채는바람에모리셔스섬에5년가까이발이묶인유대인난민들을위해바이올린을연주했다(2장).그런가하면나치가점령한노르웨이에확산된반유대주의로박해받은에른스트글라저는스웨덴으로건너가자신의바이올린으로노르웨이의독립운동을지원하고(4장),파이벨비닝거는게토화된루마니아땅에서바이올린연주로16명에가까운가족과친구들을먹여살렸다.마지막으로바이올린에재능이남달랐던모텔레슐라인은가족이나치에게처참하게몰살당한뒤,소년게릴라가되어자신의바이올린으로복수를감행한다(6장).
바이올린은말이없지만,이들의주인이었던유대인연주자들이밟아온삶의궤적은악기에도고스란히새겨졌다.홀로코스트로참혹하게목숨을잃거나재앙을피해떠돌수밖에없었던유대인들은어디에서도환영받지못하는존재였고,이러한상황이인간이라면감히상상조차하기어려운고난의연속으로이들을몰아넣었다.당시에이루어진유대인박해는독일과수용소에서뿐아니라팔레스타인,노르웨이,폴란드,루마니아,우크라이나에서도자행되었으며수용소로향하는열차에서,죽음의행군에서,심지어그들의보금자리에서살해당한수보다더많은유대인이지쳐서,병에걸려서,굶어서죽어갔다.가늠조차되지않는숫자로무심히스쳐가는생명들은,이책에서바이올린이라는악기를통해한사람한사람의살아있는이야기로거듭난다.

삶이곧죽음인곳에서
진정한삶이었던음악

이러한극한의상황에서음악은과연어떤역할을했을까.유대인들의바이올린이겪은수모는장마다기록되어있지만,이책에서가장눈에띄는대목은아우슈비츠와음악을다룬3장〈아우슈비츠의바이올린-모순된아름다움〉일것이다.수용소와음악,전혀어울리지않는이둘의관계를증명하듯이책은수용소에다양한오케스트라가있었음을증언한다.한가지놀라운사실은,오케스트라대다수가나치독일이자신들의목적을위해강제로결성한것이라는점이다.
수감자들에게음악은분명한줄기빛과같은것이었다.유대인들은비밀오케스트라를조직하기도하고,바이올린을숨겨와수용소안에서몰래연주하기도했다.이렇게연주되는바이올린소리를들으면수감된유대인들은적어도마음만큼은수용소철조망너머로벗어날수있었다.
사실수용소오케스트라에서유대인들은나치의명령에이리저리끌려다니며‘악기를조금이라도연주할수있다’는이유하나로원치않는연주를해야만했다.하지만연주를멈추는순간이들의운명은여지없이가스실행(行)이었기에,심지어단원들은그때그때급한대로쥐여주는악기를연주하기도했다.이들은주로수감자들이행군할때나나치군인들의오락을위해,심지어동포들이처형되는바로옆에서비가오나눈이오나쉴새없이연주를이어갔다.한가지분명한사실은,오케스트라단원이라고해서무조건죽음을면한것은아니었을지라도음악이이들에게단며칠이라도살날을보장했다는점이다.
유대인들은자신들을죽이려하는인간들을위해연주했고,나치군인들이당시에가장즐겨듣던연주는이들이증오해마지않은‘유대인’들이연주하는,‘미국’과‘유대인’들의음악이었다.이해할수없는것들로가득찬모순투성이의역사와인간행태의한가운데에는이렇듯,음악이있었다.

한‘루시어’의신념이되살려낸,
잊힐뻔한다른세계의목소리

“홀로코스트에서무슨일이일어났는지우리는영영이해할수없을겁니다.
하지만수용소입구에서그들이어떤마음으로음악을연주했는지…우리가이해할수있다면…
이바이올린들은다른세계에서찾아온목소리인셈입니다.”
-암논바인슈타인

이책에등장하는바이올린들이세상에빛을보게된것은무엇보다암논바인슈타인의의지와노력덕분이라고할수있다.이스라엘에서나고자란암논은일찍이아버지를따라바이올린을제작하고수리하는‘루시어(luthier)’가되기로결심하고,세계적으로인정받는현악기장인이된다.1980년대,아우슈비츠에서바이올린을연주한한남성이바이올린수리를맡기러어느날찾아온일을계기로,그는홀로코스트당시유대인들이소유하거나연주한바이올린을찾아내삶을되찾아주기로마음먹는다.‘희망의바이올린(ViolinsofHope)’이라는프로젝트의시작이었다.
비극적인역사와함께한바이올린들을손에넣고,다시노래할수있도록만들기까지의과정은결코순탄치않았다.전쟁통에바이올린들은주인을잃거나,사라지거나,도둑맞은것들이태반이었다.심지어산전수전을다겪고암논에게온바이올린조차크게부서지거나망가져,연주자체가불가능한것들이수두룩했다.암논은이바이올린들을정성껏고쳐악기에새생명을불어넣고,애써수소문해주인을찾아주기도했다.천신만고끝에암논에의해목소리를되찾은악기들은전문연주자들이큰무대에서연주하면서전세계곳곳에서홀로코스트의만행을알리기에이른다.
2024년암논바인슈타인은세상을떠났지만,이프로젝트는유대인뿐아니라홀로코스트를기억하는많은사람에게지금까지깊은울림을주고있다.사실암논이남다른애정을가진바이올린은과르네리나아마티같은고가의악기가아니라,이름없는연주자들이연주한소박하고평범한바이올린이었다.암논이보기에역사적의미와절절한사연이담긴이악기들의가치는단순히금전으로환산하기어려웠다.‘수용소에서연주한유대인들의마음을이해할수있다면’,이러한바이올린들이야말로자칫역사속에묻힐뻔했던다른세계의목소리들이었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