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그림

걷는 그림

$15.00
Description
일상의 자리에서 바다의 마음을 품고 쏟아지는 삶의 흔들림을 그려내다.

『걷는 그림』은 제주에 사는 현문숙 작가가 일상을 거닐며 발견한 작은 풍경들을 매일의 드로잉과 글쓰기를 통해 기록한 그림 에세이집이다. 왼편에는 하루의 순간을 담아낸 따뜻한 그림이, 오른편에는 그 순간을 지나며 작가가 성찰한 짧고 깊은 문장이 놓여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미술가인 작가는 7살 때부터 돌담 옆 풀잎 틈에 숨은 고사리를 기막히게 찾아내던 사람이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는 어린아이에게 시선을 맞추듯 기꺼이 허리를 숙여 눈앞의 자연을, 사물을, 세계를 깊이 응시한다. 무심히 지나치면 잡초, 자세히 보면 모두 이름이 있는 꽃. 그처럼 작고 소중한 것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별꽃의 솜털 하나 다칠까, 가만가만한 시선으로 매만진다. 시선의 끝에서 손끝으로, 결을 따라 흐르는 글과 그림들. 결에서 곁으로.

일상에 상상을 더해 ‘지금-이곳’을 놀라운 예술의 공간으로 바꾸다.

‘여우구슬’이라는 풀이름에서 〈여우 구슬을 삼킨 소년〉이라는 제주 설화를 떠올리고는 여우가 꼬리 아래 구슬을 숨기는 생각에 킥킥대는 작가. 그는 일상에 상상을 더해 ‘지금-이곳’을 놀라운 예술의 공간으로 바꾼다. 그가 좋아하는 “삶에 진심인 식물들”(p.49)처럼 삶에 진심인 한 사람으로서, 그림과 글을 통해 우리의 관심이 조금이라도 우리가 살아가야 할 자연으로 향하기를 꿈꾼다.
이른 아침 해변을, 숲을, 길가를 걸으면서 발견한 작은 조각들을 모아 그림과 글로 우려낸 이 책은, 예술이란 거창한 표현이 아니라 지금 이곳을 사랑하는 태도임을 조용히 일깨운다. 하루에 5분,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좋다. 책을 열면, 시나브로 영원한 찰나가 흐를 것이니.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바다는 날마다 새로운 경이를 품고 요동치고 있다.
저자

현문숙

저자:현문숙
‘그물작가’로불리는화가이자미술교육현장에서아이들을가르치는교육자이다.
바닷속에서산호와함께출렁이던그물이그려낸선들에마음을빼앗겨그때부터그물을그리기시작했다.이른아침이호테우해변을걸으면서발견한그물조각과바다생물들에즐거운상상을불어넣는드로잉과글쓰기를꾸준히하고있다.일상적인것,흔한것이라서무심히지나쳐버리는것들에호기심가득한시선을두고예술의언어로말걸기를계속하는중이다.
제주에서나고자랐으며“누구나그림을그릴수있다!”라는믿음으로에꼴드에땅미술교육기관인정글에꼴드에땅과에땅블루제주에서아동부터성인까지다양한연령대를대상으로미술교육을하고있다.현재창작공동체바롬과에땅블루제주갤러리대표이다.홍익대학교미술대학원에서동양화를전공했다.

목차

책머리에

1꽃을발견하는계절

호화로운취미생활
닭의장풀
땅에서솟아난별
세상에서가장예쁜꽃
고사리꺾던날
여우구슬
분홍꽃제라늄
엉겅퀴
능소화예요,여름이에요
삶에진심인식물들


2나를이루는한장면

파도타기좋은날
무제
구도심어딘가에서찾은선
꽃병에꽂아진그물조각
일단오늘도한발내디뎌본다
9월의작업실
점선면찾기

말이필요없는퇴근시간
불안은파도같은것
옥돔미역국
그림이안그려지고막막하던날
내그물속선
바다는늘거기에
새들의우정

3새단장협동조합

감탄의순간-'그물'그림의시작
가을이남긴것

해초의왈츠
그물로끓인차
바다에서만난이상한친구들
광치기해변
원래함께였다
그물조각이나를기억하더라
반갑다,친구들
정해놓지않은쌓임
밤의해변에서줌바
왜여기까지흘러왔느냐
길고긴해초
둥지
그러니버리지말지어다
바다는너무위대하여
우리는바다를지키는새들입니다
이제쉬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p.49
삶에진심인식물들은온힘을다해뿌리를내리고주어진자리를운명처럼받아들인다.햇빛이닿지않아도,바람이막혀도그들은묵묵히그자리를살아낸다.
나는종종말라간다고느낄때가있다.힘이빠지고,마음이꺾일때마다내가끝나버린줄알았다.그런데,어쩌면나도다시뿌리를내리는중이었는지도모른다.
_「삶에진심인식물들」에서

p.55
바람이적당히불어서오늘은파도타기좋은날이에요.어떤날은너무잔잔해서내안의파도도잠들고,어떤날은세상이너무거세서서있기조차버겁고.그런데오늘은,바람이적당히불어요.넘어질수도있지만일어날수도있는그런날.오늘은파도타기좋은그런날이에요.
_「파도타기좋은날」에서

p.71-72
길을걷다우연히발견한점,허물어진벽에남은자국,비오는날유리창에맺힌물방울,낡은철문에스민녹빛,유리에붙였던시트지가낡아가며만들어낸선,커피얼룩이남긴작은무늬까지.자꾸들여다보고,멈춰서서오래바라본다.
세상이온통점과선과면으로이루어져있다는걸알게되었고그작은세계가열리며나의상상력이눈을뜨게되었다.결국‘발견’에서시작된그림에내생각이더해져기록으로남는다.
_「점,선,면찾기」에서

p.91
아주가는선들이모여처음에는굵은선이되고서로얽히고설키어마침내단단한그물이된다.조직적인짜임과질서,반복되는리듬.가까이들여다볼수록그견고함이조형적인아름다움으로다가온다.그래서나는오늘도한코한코선을긋는다.
_「내그물속선」에서

p.115
오늘아침,바다를걷다가피식,웃음이났다.엉켜있는해초두줄기가꼬리에꼬리를물고돌아가는모양이왈츠를추는것같았다.약속한것도아닌데,물살에맞춰발을맞추는모습이라니.사랑일까.아니면살다보니얽힌운명일까.그둘의춤사위에나도잠시발끝이간질거렸다.
_「해초의왈츠」에서

p.117
바다에서떠밀려온그물조각들을주워다가차를끓인다.해초와플라스틱,부서진꿈그리고약간의아침햇살을넣고조심스럽게우려낸다.차는쓰지만,따뜻하다.세상은여전히버거울때가많지만,같이마시는이가있다면조금괜찮아진다.
_「그물로끓인차」에서

p.141
바다에서오래떠돌다,해지고해져서세상에거절당한것들.누군가는피하려고만했고,누군가는아예못본척했던그조각들.그걸가지고나는둥지를만들었다.나만의안식을지었다.엉켜있었지만,따뜻했다.정리되지않아도괜찮았다.그건나를지탱해주는형태가되었으니까.
_「둥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