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하는 눈동자

갈등하는 눈동자

$19.80
Description
기어코 감행하는 에세이의 모험,
재난의 틈에서 울창한 세계로 도약하는.
이슬아의 열다섯 번째 책은 다른 존재를 향한다. 한국 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만들어내고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로 ‘2023 젊은 작가’ 1위로 호명되었던 그의 시선은 다시 타인을 향한다. 굳건한 눈동자를 가진 이들만이 성공한다는 세상의 통념 속에서, 이슬아는 주저하고 흔들리며 갈등하는 눈동자로 살아가는 이들을 주목한다.

이게 마지막 싸움이라는 홍예린의 눈동자부터 천년 세월을 살아낸 프리렌의 눈동자,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눈동자, 미지의 타인을 향해 가장 크게 열려 있던 하마의 눈동자, 열망과 관습 사이에서 요동치던 에르노의 눈동자, 실명한 채 말갛게 웃고 있는 김성은의 눈동자까지 반복해서 등장하는 시선, 응시, 동공, 눈빛, 눈망울과 같은 단어들은 일관되게 다른 이를 향한다. 몹시 흔들리는 눈동자에 눈물을 머금은 채 에세이의 모험을 감행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슬아의 시선을 따라 울창한 타자의 세계로 진입한다.
저자

이슬아

1992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4년데뷔후수필,소설,칼럼,서평,인터뷰,가사,드라마각본등다양한장르를넘나들며글을쓴다.《심신단련》《가녀장의시대》《깨끗한존경》《끝내주는인생》등열다섯권의책을썼다.2025년부터직접홈드라마를찍고편집하여유튜브채널‘이슬아와짹짹이들’에발표하기시작했다.@sullalee

목차

프롤로그─내가너무아는것
격투기선수는건너온다리를불태운다
당신과다시싸우기위하여
헤어진뒤에진짜만남이시작된다면
그리움으로해내는일들
종말직전에도회사에가는사람
사는맛과죽는맛
투쟁없이는사랑도없다
내인생을가로막는사람
두엄마밑에서자랄아이에게
열두명으로보는세계의축소판
덜만들고덜사는기쁨
어떤시인의데뷔방식
내인생을멀리서보는일
심한이야기를위하여
편집자가눈에선해지기까지
당신의동시대인이라는영광
우리는왜번거로운사랑과우정을해야할까
쓰는자의여러눈동자
여자몸에뒤섞인국가들─입양인리랑그바드인터뷰
당신이내앞에얼마나울창한지─특수교사김성은인터뷰
에필로그─눈동자에서흐른것

출판사 서평

기어코감행하는에세이의모험,
재난의틈에서울창한세계로도약하는.

이슬아의열다섯번째책은다른존재를향한다.한국문학의새로운지형도를만들어내고독자들의열렬한지지로‘2023젊은작가’1위로호명되었던그의시선은다시타인을향한다.굳건한눈동자를가진이들만이성공한다는세상의통념속에서,이슬아는주저하고흔들리며갈등하는눈동자로살아가는이들을주목한다.

이게마지막싸움이라는홍예린의눈동자부터천년세월을살아낸프리렌의눈동자,종말에대처하는캐럴의눈동자,미지의타인을향해가장크게열려있던하마의눈동자,열망과관습사이에서요동치던에르노의눈동자,실명한채말갛게웃고있는김성은의눈동자까지반복해서등장하는시선,응시,동공,눈빛,눈망울과같은단어들은일관되게다른이를향한다.몹시흔들리는눈동자에눈물을머금은채에세이의모험을감행한다.그리고우리는이슬아의시선을따라울창한타자의세계로진입한다.

이슬아의시선을따라진입하는타자의세계

이슬아는무대에오를때마다미래에관한질문을받는다.에이아이가모든걸바꿔놓을격변기에작가로서어떤생각을하는지,어떤대책이나비전이있는지사람들은묻고이슬아는머뭇거리며답한다.“솔직히……말세라고생각하고있습니다.”사람들은웃는다.그러다전국을떠도는방문교사일적에만났던이들을발견한다.초등학생이었던아이들이청년이되어이슬아를찾아온것.강연이끝난후그들은길을한참잘못들어선행인에게일러주듯이슬아에게말한다.“쌤.요즘종이책읽는애들거의없어요.”이슬아는익숙한낭패감속에서웃으며답한다.“알아.”이슬아는그들손에책을쥐여쥐고그들은돌아서서스마트폰을보며멀어진다.

“그래도나는안다.그들은언젠가그책을펼치리라는것을.만난적없는다른사람이그리워서,무엇보다자기자신이그리워서,어느날책으로돌아오리라는것을.”_본문에서

《갈등하는눈동자》에는열여덟편의에세이와두편의강연록,두편의인터뷰가실렸다.다양한형식의산문들이지만주인공은모두타인들이다.애매한승리보다는가슴벅차오르는패배를선택하는,한없는존경을담아복수를기약하는걸출한종합격투기선수들,멸절을앞둔세계에서동료의이름을외우는캐럴,혜화역2번출구바닥에이동권투쟁의승리를동판에새긴이규식과그의친구들,누군가의승인없이스스로데뷔하고디지털영토위에시집을발표한계미현……이들은웃고울고흔들리고갈등하는눈동자를가졌고저마다울창한세계를만들어간다.

이슬아의비기와정점

두편의강연록은네이버‘2025물음세미나’에서진행한〈우리는왜번거로운사랑과우정을해야할까〉와마음산책이주관한‘마음폴짝홀겨울맞이특강’〈사랑과글쓰기─관찰과거절에대하여〉를다듬어옮긴것이다.이슬아는무수한타인들과눈을맞추며사랑과우정,사랑과글쓰기의가능성을타진하고제안한다.이시대가장뜨거운작가인동시에가장인기있는연사인이슬아의비기가이강연록에담겼다.

마지막으로두편의인터뷰가이어진다.첫번째는덴마크의시인마야리랑그바드와의인터뷰다.한국에서태어나덴마크로입양된그는부조리한세상을향한근원적분노를시로짓는다.마야와이슬아와이훤은한국어와덴마크어,영어를오가며,모국과모국어,친모와양모,글쓰기와집에관해대화한다.시각장애인김성은과의인터뷰는이책의정점이다.이슬아와이훤은실명한채말갛게웃고있는김성은옆에서몰래눈물을훔친다.손귀귀로세상을보는김성은옆에서,이슬아는이책의제목을생각한다.갈등하는눈동자.나는눈동자에대해무엇을아는가.

이슬아에세이즘의눈동자

아일랜드의비평가브라이언딜런은말했다.에세이란“노력하고,시도하고,시험하는글.추정하거나감행하는만큼,실패로끝날가능성도높은글.재난의틈에서무언가를구해낼가능성이있는글.형식,스타일,표면적짜임새의차원에서무언가를이룩할가능성이있는,그리고이로써사유의차원에서도무언가를이룩할가능성이있는글.감정의차원에서는두말할필요가없는글”(《에세이즘》,김정아옮김,카라칼,2023,15쪽)이라고.

이책의산문들에는눈동자,시선,응시,동공,눈빛,눈망울과같은단어들이계속등장한다.이단어들은주체의내면과외면이부딪히고흔들리는그사이에서일관되게타인를향한다.끊임없이자신을갱신하며만들어낸이슬아의세계에웃고울며환호했던독자들은이제이슬아의시선을따라타인에게로,타자에게로옮겨간다.재난의틈에서가까스로,그러나울창하게존재하는타자의이야기로.“재난의틈에서무언가를구해낼가능성”은이슬아에세이즘의간절한지향이다.


표지와사진에대하여
책을쥐면,표지중앙을가로지르는얇은선이만져진다.은색박을입혀위치마다다르게반짝인다.힘이느껴지는젊은나무가표지를가득채우고있다.한밤의나무다.어둠위로흰반원이,재색띠가퍼진다.눈동자가깜빡이는상(像)같기도하다.가지사이로‘갈등하는눈동자’라는텍스트가백색과흑색으로두번쓰여있다.

책을열면다른나무가양면가득들어차있다.시간이흐른듯환하다.나무는볕을온몸으로받고있다.오랫동안흔들려온수령의영혼이천천히움직이는광경같기도하다.이사진은다음장까지총세쪽에걸쳐이어진다.우측에는원본이하나뿐인폴라로이드사진이자리해있다.나무의혈관을채집한듯보인다.

마지막페이지에도사진이있다.나무도숲도어두워서만지면짙은어둠이묻어나올것같다.수령들사이로작은사람이보인다.손을모은채기도하는중이다.위아래로흰옷을입고있는데,암부와대조되어서인지반사된빛때문인지마치다른시공간에들어서는장면같기도하다.

이슬아,박연미,김진형의시선을아우르며이훤이쓰다.

편집자의말
울창한세계를만드는이의눈동자

이슬아의마지막글과이훤의마지막사진을,새벽아무도없는방에서가만히응시한다.결코흔들리지않는확신의눈동자를가진사람만이성공한다는전설은세상과함께잠들었고,몹시흔들리는눈동자에눈물을머금고있는이만이울창한나무앞에서기도하고있다.나는이책을만드는내내그마음이길바랐다.굳건한눈동자를가진사람의세상은소란하지만,갈등하는눈동자를가진사람의세상은울창하다.나는이슬아와이훤덕분에그것을믿게되었다.

“출판사를만들려고해요.이원고를첫책으로해도될까요?”
“그럼요.선생님과만들고싶어요.출판사보다편집자가중요하니까요.”
출판사를만들기로결심한후에그들을만났다.그들은고민하지않고원고를주었다.이슬아와이훤은사랑의천재.그들은정확히셈하는상인의감각을가졌는데자신보다동료의몫을먼저헤아린다.

지난여름퇴사인사를전하며다음과같이적었다.“내가만들고싶은책을만들고싶어서,만들기싫은책은만들기싫어서,만든책을남겨두고떠나고싶지않아서,좋아하는이들하고만일하고싶어서,염치를아는출판인이되고싶어서,그렇다면출판사를만드는것밖에선택지가없다.”오랜고민끝에찾은답변이었는데,먼곳프레스의첫책은그불가능한조건을모조리충족한다.이책은기어코나무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