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공항

밤의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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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2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원석의 두 번째 시집 『밤의 공항』이 타이피스트 시인선 013번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엔딩과 랜딩』이 끝과 도착 사이의 감각을 탐색하며 가능성의 언어를 더듬어 갔다면, 이번 시집은 그 이후의 세계, 더 이상 도착이 의미를 갖지 못하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폐쇄된 공항과 반복되는 순찰, 끝없이 이어지는 밤의 구조 속에서 시인은 떠나지 못한 채 남겨진 존재의 상태를 구축한다.

이 세계에서 이동은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이미 지나간 것을 되밟는 반복에 가깝고, 감정은 직접 드러나기보다 사물의 질감과 구조로 번역된다. 사랑과 죽음은 구분되지 않는 무게로 겹쳐지며, 시는 그 감정을 정서가 아니라 물리적인 감각으로 구성한다. 『밤의 공항』은 상실을 말하기보다, 상실 이후에도 세계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는 존재의 방식을 기록한다. 떠난 이후에도 계속되는 밤 속에서, 이 시집은 끝내 사라지지 않는 감각을 붙든 채 그 지속의 시간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저자

이원석

공항에서수레를끌고시쓰는사람.
시집『엔딩과랜딩』.

목차

1부세계를밤과너,둘로나누고
순찰기록/쇠막대의규격/기초공사/NightIsland-해상매립/NightShift-야간근무/NightAirport-밤의공항/NightFlight-야간비행/NightShift-밤의공항/Nightmare-밤의환영/NightTrain-공항철도/NightDrift-밤의혼란/NightEye-공항경계등/교차시각/곧공항이폐쇄됩니다/NightBus-심야버스/NightSleep-밤잠/NightDrive-야간운전/NightCall-심야통화

2부고장나기직전인나를붙들고
나,맥도날드맨/업무외일지/업무외일지/꿈의기록장/물의도시/우리들의리스트/드리운이야기/이고있는이야기/자소서/누구에게나각자의이야기

3부미안해솔직하지못한내가
약속/로우랜드/마법소년/썬더A/I’myou/사건의지평선/휴양지/벨크로/남은아이/플레이리스트

4부그걸사랑이라고착각해서
4년3개월21일/여름불시착/스파링/블라인딩/잡아두다/불꽃놀이/늦여름에도착한편지/가져가지않은날/해에게/성간매질/머무네/겨울편지

산문_럼주상자

출판사 서평

“세계를밤과너,둘로나누고너를찾을수없는세계에너를만들고”

폐쇄된공항을순찰하는존재의방식파국의잔해를사랑으로돌아보는야간일지

타이피스트시인선013번으로이원석시인의두번째시집『밤의공항』이출간되었다.첫시집『엔딩과랜딩』(문학동네)이끝과도착사이의가능성을더듬어갔다면,이번시집은그이후의자리에가깝다.더이상도착이의미를갖지못하게된자리,이미무너진세계안에서남겨진존재가어떤방식으로자신을유지하는지를묻는다.공항이라는공간은여전히이동을전제하고있지만,이시집안에서는오히려그반대의상태를오래붙들고있는장소로바뀐다.

이런생각이나는것은내가걷고있기때문이다
걷는다는것은삶을진행시키는것이다
가만히있어도흐르는시간을두다리로천천히
되밟는것이다
-「순찰기록」중에서

“걷는다는것은삶을진행시키는것이다”라는문장은이시집의움직임을잘보여준다.이원석의시에서이동은앞으로나아가기보다,이미지나간것을다시밟고확인하는일에가깝다.공항은떠나기위한곳이아니라,떠나지못한감각들이머무는자리로남고,시인은순찰이라는반복을통해무너진세계를붙잡는다.끝없이이어지는복도와문,인식장치와폐쇄구역,기록과점검의형식은이공간을하나의시스템처럼만든다.

이세계에무거운것은두가지
죽음과사랑뿐이다
출렁이는정의도일어서는함성도
때없이변하는물위의깃털처럼떠돈다
사랑가까이에죽음가까이에갈수록
둘은구분할수없이엉겨붙는다
사랑은이루어지지않음으로무게를얻고
죽음은이루어짐으로무게를얻는다
-「쇠막대의규격」중에서

이원석의시에서사랑과죽음은서로다른감정이아니라같은방향으로가라앉는두개의힘이다.그는감정을직접말하기보다,그것을사물의질감으로바꾼다.선반의재질,쇠막대의규격,철제강관과유리병같은물질의언어를통해감정의무게를구성한다.「쇠막대의규격」에서그무게는“철괴의손가락”과“닻의손”으로감각화된다.침몰을정서가아니라물리법칙처럼진술하는이방식에서,사물은장식이아니라감정의구조를떠받치는버팀목이된다.

그렇다고이시집이구축적이기만한것은아니다.시인의말에서“내모가지를꺾어너에게달아주고싶던/봄”이라고쓰는순간,이모든구조는결국한사람을살리고싶었던절박함의우회적표현이었음을드러낸다.1부의공항은사랑을잃은뒤의폐허이면서,타인의파괴를대신견디려는마음의방주이기도하다.

고장나기직전까지나를붙들고
놓아주지않던사람과
고장나기직전인나를붙들고
놓지않아준사람
감사하다는말을너무많이한날에는
아무에게도감사하지않았다
-「업무외일지」중에서

2부에이르면시집은노동과비인간화의장면으로옮겨간다.컨테이너,회로,톱니,부품,산성비,녹아내리는동료들.이원석은사회적파손을신체의결함으로,노동의착취를감정의작동불량으로번역한다.그럼에도그는구호를반복하지않는다.오히려자신의고통을시스템의언어로바꾸며,인간과기계,관계와기능이뒤섞인상태를드러낸다.3부와4부로갈수록시집은대중문화와사랑의장면으로이동하지만,그바닥은여전히동일하다.이사랑은성취되거나화해에이르는감정이아니라,착각과미련,잔존의형태로만남는다.

사랑이랑분간이어려울땐사랑이라고생각합니다
죽음이랑구별할수없는삶이
죽음이나마찬가지인것처럼요
-「Nighteye-공항경계등」중에서

사랑과죽음이서로를닮아가는이문장은이시집의핵심사유로읽힌다.사랑은삶을구원하는힘이아니라,삶을끝없이순찰하게만드는힘이다.떠나지못한자가폐허를관리하는마음,떠난사람보다남은사람의시간이더길다는것,사랑이끝난뒤오히려세계의유지가시작된다는것.『밤의공항』은그시간을끝까지버티는사람의기록이다.그리고그버리지못함이야말로,오늘이원석의시가끝내남겨둔하나의형식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