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시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다들 시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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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21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변윤제의 세 번째 시집 『다들 시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가 타이피스트 시인선 014번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와 『반국가세력』 등을 통해 현실과 환상, 비애와 유머가 뒤섞인 독창적인 감각의 세계를 구축해온 변윤제는 이번 시집에서 인간 중심의 감정 구조를 서서히 해체해나간다. 인간만이 슬픔을 독점하지 않는 세계, 모든 존재가 서로의 외로움을 나누어 갖는 세계. 그것은 이번 시집이 끝내 도달하고자 하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일 것이다.

『다들 시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에서 변윤제는 감정을 단순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냄새와 기척, 곡물의 온기 같은 구체적인 감각들 속에서 인간의 감정이 몸 안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그의 시는 비극 앞에서도 지나치게 비장해지지 않으며, 죽음의 한가운데에서도 인간 존재의 시시하고 평등한 감각을 발견한다. 인간과 벌레, 나무와 귀신 같은 존재들까지 서로의 외로움과 감각을 공유하며 살아 움직이는 이 세계 속에서, 변윤제는 ‘시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설명할 수 없는 삶 앞에서 오래 중얼거리는 마음의 언어로서, 그는 웃음과 슬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한국시의 독특하고 생생한 감각을 보여 준다. 또한 이번 시집에는 포엠매거진과 진행한 인터뷰가 함께 수록되어, 시인의 창작 세계를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

변윤제

2021년『문학동네』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저는내년에도사랑스러울예정입니다』『반국가세력』이있다.2025송수권시문학상올해의젊은시인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부드럽고어두운곡물수프
2인칭/다들시를뭐라고생각하는걸까/속/끝끝내코딱지/머나먼코털이야기/부드럽고어두운곡물수프/유신론자에게보내는편지/나의유령에게/진눈깨비마음/4월/잊기로결심했으나,결국잃고말았습니다/왜,어떻게/팥죽과시간/엄마연습/색약을앓는벚나무에게

2부숲은자세히헤어진다
가지진료소/검은바다동아리/슬픈곤충학자의꿈/슬픈참매미업무/엮다/투명태아/점심시간/광화문의발명/오리수집가의꿈/영화처럼/모과엽서/이중슬릿슬픔실험/숲은자세히헤어진다

3부잠의잠
잠의잠/곱게자랐습니다/꿀벌의우울증/농사꾼귀신에게/뒤/까막새의교육법/낱알답게/어둠감각/퍼스널컬러2/전세대출을받은친구에게/천하무적오이(들)/퍼스널컬러/시절인연

인터뷰_시이후의시,삶이후의삶
(변윤제x포엠매거진)

출판사 서평

“시는슬픔을기록하는일이아니다
슬픔이되어보는일”

모든존재가서로의외로움을공유하는세계
슬픔과유머,사랑과죽음이뒤섞인
변윤제만의감각적인애도


변윤제의세번째시집『다들시를뭐라고생각하는걸까』를읽으며가장오래남는것은슬픔자체가아니라,슬픔이인간의몸안에서어떻게살아움직이는가에대한감각이다.이시집에서슬픔은하나의정서로고정되지않는다.그것은냄새가되고,벌레가되고,곡물의온기와팥죽의냄새가되며,때로는코딱지같은우스움으로변형된다.변윤제는슬픔을설명하지않는다.대신슬픔속으로직접걸어들어가그내부의감각을더듬는다.그래서그의시는언제나‘무엇을말하는가’보다‘어떻게존재하는가’에더가까워진다.

첫시집『저는내년에도사랑스러울예정입니다』와『반국가세력』에서변윤제는현실과환상,비애와유머가뒤섞인독특한감각의세계를구축해왔다.장면과이미지가빠른속도로충돌하고,감정은기묘한상상력속에서번져나갔다.그러나이번시집에서그상상력은이전보다훨씬느리고깊은방향으로침잠한다.이전시집들이세계의균열을향해바깥으로뻗어나갔다면,『다들시를뭐라고생각하는걸까』는상실이후남겨진인간의내부를오래들여다본다.특히어머니의죽음이후시인이겪는감각의변화는이번시집전체를관통하는가장중요한정서적축이된다.

“죽음은떠나는일이아니라도착하는일같다없어지는일이아니라만들어지는일같다”
-「부드럽고어두운곡물수프」중에서

변윤제시의중요한특징가운데하나는죽음을단순한상실이나부재로다루지않는다는점이다.그의시에서죽음은오히려새로운감각이생성되는장소에가깝다.「부드럽고어두운곡물수프」에서죽음은곡물의냄새와수프의온기속으로스며든다.병상에누운어머니는더이상인간의언어를말하지못하지만,시인은그존재를“향기의일종”으로받아들인다.여기서애도는떠난존재를붙잡는일이아니라,남겨진냄새와감각을천천히헤아리는일이된다.흥미로운것은변윤제가이비극을지나치게숭고하게만들지않는다는점이다.그는슬픔을높여세우기보다오히려생활의가장낮고사소한감각속으로끌어내린다.

“코딱지는외로운것,기쁜것을구분하지않고모멸과영광을넘나들며”
-「끝끝내코딱지」중에서

변윤제시의가장독창적인지점은바로이런순간들에서발생한다.죽음의한가운데에서조차그는코딱지와귀지,냄새와벌레같은시시한것들을시선밖으로밀어내지않는다.삶과죽음의위계를무너뜨리는이러한감각은결국인간이란모두비슷한육체를가진존재이며,슬픔조차완벽하게고결해질수는없다는사실을드러낸다.그래서그의시에서는애도와웃음이서로충돌하지않는다.오히려웃음은슬픔을더오래,더깊게지속시키는방식이된다.

이번시집에서또하나인상적인것은인간과자연,사물과생명사이의경계가끊임없이흔들린다는점이다.벌레와나무,귀신과바다같은존재들은단순한비유가아니라인간의감정을공유하는또하나의생명처럼움직인다.

“색약을앓는나무가매계절자신의빛깔을증명하는일에관하여”
-「색약을앓는벚나무에게」중에서

변윤제의시에서자연은풍경이아니다.그것은인간과함께늙고흔들리며슬퍼하는감각의공동체다.「슬픈참매미업무」에서매미의울음은인간의슬픔과뒤섞이고,「슬픈곤충학자의꿈」에서는벌레의움직임이사랑과작별의감각으로번져간다.이러한연결속에서변윤제는인간중심적인감정의구조를조금씩해체한다.인간만이슬픔을독점하지않는세계.모든존재가서로의외로움을조금씩공유하는세계.그것이이번시집이보여주는가장아름다운풍경중하나다.

“엄마를적을수록엄마에대해단한줄도적은적이없는사람이되어간다.”
-「엄마연습」중에서

이번시집은동시에‘쓰는일’자체에대한시집이기도하다.변윤제는끊임없이질문한다.시는무엇인가.누군가를쓴다는것은가능한일인가.사랑하는존재를언어안에붙잡아두는일이정말가능한가.그러나이질문은끝내해답으로수렴되지않는다.오히려그는계속실패하면서쓴다.엄마를쓰려할수록엄마로부터멀어지고,슬픔을적으려할수록슬픔은다른냄새와기척으로흩어진다.바로그실패와미완성속에서변윤제의시는가장인간적인얼굴을드러낸다.

『다들시를뭐라고생각하는걸까』는상실이후에도끝내삶쪽으로기울어지는마음의기록이다.사랑과미움,웃음과슬픔,생과죽음이한데뒤섞인채오래흔들리는세계.변윤제는이번시집에서포엠매거진과진행한인터뷰를함께수록해,시와글쓰기,상실과애도에대한시인의생각을더욱깊이들여다볼수있도록했다.그리고그오래된중얼거림속에서우리는비로소시가무엇인지가아니라,왜인간이끝내어떤마음들은언어로남기려하는지를이해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