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눈보라

$18.00
저자

부희령

저자:부희령
번역가,칼럼니스트

2001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이당선되어글쓰는일을시작했다.펴낸책으로는장편청소년소설『고양이소녀』,소설집『꽃』『구름해석전문가』,앤솔로지『그순간너는』,『선량하고무해한휴일저녁의그들』,산문집『무정에세이』,공동르뽀집『당신은나를이방인이라부르네』가있다.번역한책으로는『모래폭풍이지날때』『매일읽는헨리데이비드소로』,『아무것도사라지지않는다』등80여권이있다.〈국민일보〉(2015-2017),〈한국일보〉(2016-2019),〈서울신문〉(2019-2021),〈경향신문〉(2019-2024)에칼럼을정기적으로연재했다.대안연구공동체,경향시민대학,우리가치인문동행등에서글쓰기강의를했다.서울문화재단창작기금을두차례받았다.

목차

작가의말

눈보라
하늘
밤산행
산에서내려오는법
귀신은뭐하나
전쟁과소년
이야기의시작-바람의말
자작나무는말한다
낙타의환생
달팽이의순간이동
꺼지지않는불
마법의씨앗
소금과설탕
항아-달의이야기
나비밤하늘빛

은행나무꽃
명예의전당
어떤자연도태의경위
비밀의완성
그림자괴담
사마리아교정프로그램
세가지소원
벌거벗은왕의독백
폐허관광

출판사 서평

-세계여러문화권의신화·경전·설화(불교,힌두교,그리스도교등)를오늘의현실과개인사에겹쳐놓는독특한구성
-인간과비인간(동물,자연물,귀신)의목소리를나란히배치해‘이야기하는존재’의경계를질문
-노동,젠더,죽음,기억,공동체적애도등부희령문학의오랜주제의식이산문형식으로응축
-경향신문연재당시부터독자들의반응을얻은칼럼을단행본으로완결

세상모든곳에서,사람들은비슷한이야기를주워나른다.성경속사마리아인,천개의손가락을모으려던앙굴리말라,불속으로걸어들어간시타왕비,억울하게죽어열차안을떠도는여자,낙타로환생한어떤영혼-시대와국경을건너온이이야기들은부희령의문장속에서다시한번몸을바꾼다.

소설가이자번역가인부희령이2022~2023년경향신문에연재한칼럼‘이야기의발견’을묶어낸이산문선은,오래전부터사람입에서입으로굴러온이야기들과작가가지어낸이야기사이의경계를지운다.불교경전과힌두서사시,성경의비유,근대노동사의상처,그리고눈보라치는제주산길에서마주친개인적환각까지-사람의목소리와사람이아닌존재(귀신,낙타,바람,불꽃)의목소리가한편한편속에서뒤섞인다.

“현실과헛것은연속선위에서로겹쳐존재하는건아닐까”라고작가는묻는다.25편의이야기는그경계선이무너지는자리에서,매번다른얼굴로태어난다.


책속으로

도로위에서휘몰아치던눈보라처럼,현실과헛것이서로맞닿아경계선이무너질때태어나는것이바로이야기다.

‘작가의말’중에서

갑오년에추수끝내고도인수만명이모였지.모두가하늘인새세상이열린다기에집에서뛰쳐나왔어.탐관오리몰아내자며처자식두고길을떠났고,임금이제나라백성을죽이려고끌어들인이웃나라군대와맞서려부모형제모여사는고향을등졌다네.처음에는승승장구쳐올라갔지.관군과왜군을우금티에서맞닥뜨렸어.놈들은산등성이를방패삼았지.우리가다가가면일제히총을쏘고숨었다가,능선을넘으려하면다시총을쏘아댔지.그래도오르고또올랐지.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1)주문을외우면죽음이두렵지않았거든.
남자는눈이녹은물인지눈물인지,얼굴에흘러내리는물방울을손등으로닦아내며중얼거렸다.

p18‘눈보라’중에서

하늘에해와달이두개씩뜨고초목과금수가말을하며사람이물으면귀신이답하는혼란의시대가있었소.천지왕의아들대별왕이이승으로건너와해와달을하나씩쏘아떨어뜨리고,송피가루를뿌려초목과금수의입을막았소.귀신과사람을저울로달아백근이넘는것은사람으로,백근이안되는것은귀신으로보냈소.세상을가지런하게정돈한뒤천지왕은사람들이하늘의뜻을잊지않게하려고땅위에도하늘궁전을마련했소.바로여기,천상천하의영기가모여든다는할로영산이라오

p44,45‘산에서내려오는법’중에서

비틀거리며돌아나오는데키큰처녀하나가따라나온다.처녀는소년을움막에숨기고주먹밥을갖다준다.내동생도인민군으로끌려갔음메.처녀는옷고름으로눈물을찍어낸다.소년은처녀에게하소연한다.우리어머니에게내가여기에있다고알려주세요.사례는꼭하겠습니다.제발,나좀살려주세요.

처녀가소년의어머니에게기별하러간다며일어선다.소년은거적을덮은채축축하고무거운잠의늪으로빠져든다.멀리서어머니가소달구지를끌고산길로올라온다.손가락에서쌍가락지가반짝인다.어머니옆에는누구인가.김명순이다.소년의다친다리에붕대를감아준김명순이가하얀모자를쓰고웃고있다.

p63,64‘전쟁과소년’중에서

우리눈앞에서있는것은철과강화유리로지은거대한안전건물이었다.방사능에오염되지않은이들이유리탑속에살고있었다.구름을뚫을듯높은고층건물속에는공기가정화되는온실과목장도있다고했다.어디에서도보이지않던군대가방호복을입은채건물을에워싸고우리를제지했다.아무도알려주지않았으나그토록찾기힘들었던진실을조용히깨달았다.우리는오염되었고,버림받았다는사실을.

p222‘폐허관광’중에서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