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파이를 먹으면 나을 것 같아- 사유악부 시인선 11

블루베리 파이를 먹으면 나을 것 같아- 사유악부 시인선 11

$12.00
저자

최석균,이주언,박은형,김명희,임성구,김승강,정남식,서연우

저자:최석균
시집:《배롱나무근처》,《수담(手談)》,《유리창한장의햇살》,《그늘을비질하면꽃이핀다》

저자:이주언
시집:《꽃잎고래》,《검은나비를봉인하다》,《기분세탁소》

저자:박은형
시집:《흑백한문장》

저자:김명희
시집:《향기로운사하라》,《꽃의타지마할》,《외진마음이격렬하게기운곳도저쪽이었다》

저자:임성구
시조집:《오랜시간골목에서있었다》,《살구나무죽비》,《앵통하다봄》,《혈색이돌아왔다》,《복사꽃먹는오후》,《고함쳐서당신으로태어나리》,현대시조100인선집《형아》,번역시조집《성구成九의시절인연時節因緣》

저자:김승강
시집:《흑백다방》,《기타치는노인처럼》,《봄날의라디오》,《어깨위의슬픔》,《회를먹던가족》,《타임지를읽는경비》
산문집:《노인을기다리며》

저자:정남식
시집:《시집》,《철갑고래뱃속에서》,《입가로새가날았다》

저자:서연우
시집:《라그랑주포인트》,《당신에게서내얼굴을하나가져갑니다》

목차

특집시―소멸
최석균/집을삼킨집
이주언/공중전화
박은형/구곡아지매
김명희/문득,
임성구/소멸연서戀書
김승강/흑과백너머
정남식/가숙의날들
서연우/업무안내
본문시
최석균「뼈아픈날」외8편/이주언「오동꽃질무렵」외6편/박은형「오동꽃」외6편/김명희「식욕」외6편
임성구「칡꽃」외8편/김승강「그저녁의맛」외8편/정남식「꽃」외8편/서연우「산책길을가로질러」외6편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바둑의천변만화는생의파란만장과대응된다.그래
서일까,바둑처럼집이많으면이기는줄로알고집짓
기에일생을바치는사람이있다.
또반집을지나만방으로지나,지는건매한가지라는
생각에건곤일척승부수한번던져보고중도에종국
을선언하는사람도있다.
나를복기한다.집짓기에급급한행보끝에부실한집
한채를얻었고헐한시로서너권시집을묶었다.하
지만아직흑백을가릴줄모른다.
한해의삶이한판바둑이면하루의삶도마찬가지,과
연평생의집은어디에있고승패는무엇인가
---「최석균,집,집착」중에서

너는붉은물감을내밀었다그것을풀어보았지나도
네게붉은마음을내밀었다그것을풀어보았겠지우
리의화폭은동일했으나우리가내민색감은자주달
라지기도했다잘익은사과는사과나무에달린채썩
기도했고냉장고에서썩기도했다썩기시작할때는
향그런냄새가나기도한다시큼해지다가서서히문
드러진마음이되기까지빠르게혹은느리게,그래서
우리는색의변화에더욱민감했다거무스레하거나
물컹해진기분을붉은방안에서함께나누었다사랑
한다는말은하나로표현할수가없어,내마음은조금
씩다른깃발들을흔들어대니까
조금은아픈
붉은방이있을뿐이야
---「이주언,노을」중에서

어딜가셨나석공은
석탑몸돌에천년자물쇠새겨두고
세상에쓰일질문과대답들돌모종이되려는데
비그쳤구나지빠귀,
면경같은울음빻아사랑이나도모할뿐
명랑서너발꿰찬물소리
꼭대기나무에번갈아지정석을차리는흰구름
덧나버렸으면싶은초여름세목들사이
저물녘의공기는마음깎기좋은칼날처럼불고
열쇠도없이절마당에훤칠한고적한짐부리는
천년잠긴꿈
---「박은형,성주사」중에서

가슴에끼고다니던문고판한질폐지더미위에서순
번을기다린다내손으로염하듯묶으며한그루나무
로돌아가라홀로인죽음에는꽃도피지않고검은새
도울지않는다무연고시신처럼유골을분쇄하는기
계음만이죽음을묵도할것이다서가에암암리에퍼
진곰팡이나쥐오줌냄새습한여름성정에빌붙어점
조직으로기습한다미물의빠른발퇴로를막는건흐
름을막는거느닷없이치고들어오는죽음같은거죽
음이내게말걸었던첫기억은나무상자였다옻칠냄
새가역해서뒷걸음치면당신이름자에더큰못이박
혔다또한구목록을살핀다얼마나손을많이탔는지
순누더기다어디서언제태어났을까찢어진마지막

나는책에머리를박을듯자주졸곤했지
---「김명희,순殉」중에서

세워둔삼지창이달을푹!찔렀다
비명을내지를뻔,비밀이새나갈뻔,
일생을밝게비춘웃음뒤
저고독한울음하나
---「임성구,삼지창에꽂힌달」중에서

너는비가온다고해놓고안온다고투덜댔다애인
이온다고해놓고안오는것처럼너는강아지와공원
에나가야겠다고했다비가오면할일이있었는데비
때문에계획이틀어졌다고했다그러면서너는비를
좋아한다고했다어떤때는강아지를산책시키는게
귀찮아서비가왔으면한적도있다고했다비가온다
비가온다는예보도없이비가온다애인이온다애인
이온다는말도없이애인이온다갑자기오는소나기
처럼그랬으면좋겠다너는생각한다창밖을바라보
며애인만큼이나변덕이심한너는날씨처럼변덕이
심한너는
---「김승강,날씨의소녀」중에서

분홍트렁크가하늘을날아왔다
터키항공카파도키아행입국대에서서
무게를다는데15kg상한선을넘어
트렁크의문을열고,옷을벗기고,덜어내었다
저울의시간이땀을흘리며지나갔다
천가방을꺼내그의어깨에걸었다
분홍트렁크는비닐커버에싸여벨트를타고사라졌다
룸에서메이트와트렁크를함께여니옷이펄쩍
부풀어튀어나왔다기내에서압사한트렁크가
크게숨을내쉬었다의복은아직
열리지않았다트렁크그물에걸려잤다
그날런웨이에얼결에서서양가죽옷을입고
턴하기전포즈를취했다난,난,런,런,스톱,팟,
새재킷이트렁크에들어갔다꿀집에서산
꿀물이흘렀는지숙소에서번개가치고전기나갔다
트렁크는어둠에잠겨서문을닫았다
출국할때그의트렁크에넘치는머플러를
넣었다인천에서트렁크를그가가져갔다
트렁크에나를넣고떠나갔다
고속버스에서트렁크는,트렁크인나를싣고
트렁크는나를낳고다시떠나고있다
집에오니,잠이든그대로
분홍트렁크는비닐커버가굳게닫혀있다
나는내분홍비닐을벗고잠들었다
트렁크안에서나는잠들었다
---「정남식,트렁크에대한기억」중에서

발을디디면
큰뒷부리도요의발자국이
발을앞질러놓는다
나는아직닿지않았는데
발끝이나를지나간다
바닥은
마르기전에사라진다
부리가찍히기전
이미지나가있고
찍힌뒤에는
비어있다
바람이돌아오면
지나간자리가아니라
지나가지않은자리가먼저지워진다
이미놓여있는자국위에
다시발을얹는다
겹치지않는다
새들이서로의방향을놓친채
날아오르는동안
내안에서
아직도착하지않은박자가
먼저울린다
손을쥐면
잡히는것이아니라
늦게놓친것이남는다
---「서연우,누가그몸속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