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작가 *1964년 경남 남해 출생 *희망봉광장 문인회 2018년 소설부문 등단 2024년 시 부문 등단 *한국 茶학자 고 유건집 교수 *짱유화 교수 산하 다도 이수 *국문학자 신석환 교수 장성진 교수 문하 한문 수학 *장성진 교수 평론으로 "앵강 남파랑 길" 첫 시집 출간
‘앵강 남파랑 길’은 단순한 도보 여행의 경로가 아니라, 남해의 해안선을 따라 인간의 내면과 자연의 시간이 교차하는 서정적 공간으로 읽힌다. 여기서 ‘길’은 물리적 이동의 통로를 넘어 기억과 사유가 축적되는 존재론적 여정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특히 ‘앵강’이라는 지역적 명칭이 지닌 토착성은 작품에 구체적 현실감을 부여하면서도, 동시에 보편적 정서를 환기시키는 매개로 작용한다.
이 길 위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미학적 특징은 ‘느림’과 ‘겸허’의 정서다. 급속한 현대 사회의 속도감과 대비되듯, 남파랑 길은 걷는 이로 하여금 속도를 낮추고 주변을 응시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풍경 감상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비추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바다의 출렁임, 바람의 결, 그리고 길 위의 고요는 인간 내면의 파동과 공명하며 하나의 서정적 리듬을 형성한다.
또한 이 작품은 공간의 확장성을 통해 시간의 층위를 드러낸다. 해안길을 따라 이어지는 풍경은 현재에 머물지 않고, 그곳에 축적된 역사와 삶의 흔적을 암시한다. 어부의 삶, 마을의 기억, 바다를 건너온 수많은 이야기들이 보이지 않는 서사로 잠재되어 있으며, 길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이자, 개인의 기억과 공동체의 서사가 교차하는 접점이 된다.
한편, ‘앵강 남파랑 길’은 인간 중심적 시선을 넘어 자연과의 공존을 사유하게 한다. 자연은 배경이 아니라 주체로서 존재하며, 인간은 그 안에서 잠시 머무는 존재에 불과하다. 이러한 인식은 생태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 가치와도 맞닿아 있으며, 작품을 단순한 감상적 서정에서 벗어나 사유의 깊이를 지닌 텍스트로 확장시킨다.
결론적으로 ‘앵강 남파랑 길’은 길이라는 상징을 통해 인간의 내면, 자연의 시간, 그리고 공동체의 기억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서정적 성취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단순히 ‘걷는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결국 이 길은 외부를 향한 이동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해 되돌아가는 내면의 순례라 할 수 있다.
2026년 4월
열린동해문학 평론가/서인석
앵강 남파랑 길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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