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치다 술독에 퐁당

뒷걸음치다 술독에 퐁당

$18.00
Description
“회사 밖은 위험해!?”
그 말만 믿다 수렁에 빠진 2n세 청년의
얼렁뚱땅 막걸리 양조장 창업 일기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 가고, 대학 졸업하면 취직하고.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니었어?’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성공한 인생의 첫걸음이라 생각했던 나. 어느덧 세 번의 인턴직과 한 번의 정규직을 거치고, 정신 차려보니 다시 백수가 되었다. 어떻게든 회사에 매달려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 크게 나동그라지는 건 왜일까? 내가 꿈꾸던 삶이라는 게 결국 입사와 퇴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거라면, 그래 차라리 창업을 하자. 아무런 기술도, 평생을 바칠 만큼 사랑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막걸리 양조장을 차려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세상에 막걸리 종류는 얼마나 많은지,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아는 건 하나도 없지만 일단 부딪혀보는 거야. 하지만 쌀은 대체 몇 번이나 씻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처음 만들어본 막걸리에서 왜 이렇게 시고 떫은맛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 잘못된 선택을 한 걸까? 그런데 이상하지. 막걸리 속 미생물들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보글보글, 각자의 할 일을 한다. 누군가의 명령도 없이, 고고한 목적도, 원대한 목표도 없이 나름의 삶을 산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보면, 어느새 새콤하고 달달한 막걸리가 되어있다. 아직은 설익은 내 인생도 언젠가 막걸리처럼 자기만의 맛을 찾는 날이 올까?

“망한 줄로만 알았던 첫 술이 혼자 제멋대로 균형을 잡았다. (…) 여태까지 내가 경험해 본 실패들과는 달랐다. 내가 애쓰지 않아도 막걸리는 스스로 제 길을 찾았으니까.” _본문 중에서.
저자

한지혜

2022년다니던회사에서도망치듯퇴사한후,회사밖에서의생존을모색하다엉겁결에막걸리양조의세계에뛰어들었다.양조장창업을결심한지1년만에맨땅에헤딩하듯신림동에해일막걸리매장을열었다.세상의기준에따르기보다는내가좋아하는맛과향을담아나만의속도로술을빚어가겠다는신념아래,다양한부재료를활용한수제막걸리를개발하여판매하고있다.
양조하는시간외에는막걸리빚기체험및강의,케이터링서비스등을진행하기도한다.해일막걸리를세상에알리기위해,회사원시절그렇게도원했던워라밸대신‘워크이즈라이프’를선택해살아가고있다.막걸리를찾는이가있는곳이라면보따리장수가되어어디든막걸리를들고달려가기도한다.변화무쌍한전통주시장에서오래오래지속가능한양조장을운영하는것이꿈이다.
인스타그램@haeilmakgeolli

목차

프롤로그:아삭아삭,아직은설익은인생
하여튼간넌나중에크게될거야
미안한데,한계가보여
솔직히말하자면기대이하였어요
그러게진작공무원시험을봤어야지

1장.비틀비틀,막걸리에게로
막걸리를빚으며살아도좋을것같은데
막걸리라는세계를엿보자고
퐁당!내입맛에딱맞는막걸리는어디에?
첫술이가르쳐준숨쉬기
일단동아줄을잡아보자
사실아무도나를믿지않았다!
양조를알면알수록못하겠어
퐁당!쌀·누룩·물이만드는무궁무진한세계
다시네번째인턴생활
쌀벌레가생길줄은몰랐어
퐁당!집에서만드는막걸리

2장.우당탕탕,내가자영업자라니?
술을팔지못한다면경험부터팔자!
태초에보따리장수가있었다
내향인의마케팅은은근하게
홧김에신림동매장을계약하다!
돈이없다면인테리어는셀프지
개업을회피하고싶었다고고백해본다
그럼감당할수있는만큼일을벌여야지
실패한팝업막걸리칵테일바
돈대신넘치는시간을쓰자
퐁당!1인자영업자가해내야할멋진일목록
잘되는건하늘의뜻이겠거니
무조건자치구와친해질속셈이다
3장.으랏차차,양조장을열자!
나홀로소규모주류제조면허받기
내막걸리니까내가좋은걸로
단하나는위험하잖아!
마주치는손님이좋아
퐁당!막걸리와어울리는안주들
첫막걸리와그뒷이야기
몸과마음이튼튼한양조사만살아남겠다
퐁당!빙글빙글돌아가는양조사의1년
모쪼록목숨부터잘챙겨야지
자꾸만욕심이나네
지속가능한제조를위하여
사실은어둠의마케팅단이있어
퐁당!특별하게즐겨보는막걸리

에필로그:보글보글,오늘도익어갑니다
워라밸대신워크이즈라이프
순환하는다정에대하여
막걸리도나도여전히살아있어
작은꿈도괜찮잖아

출판사 서평

시큼떨떠름한맛이나는인생?
술독을덮고잠시기다려보면
어느새새콤달달한술이만들어질테지

막걸리를마셔만보고만들어본적은없는이들이모르는사실이하나있다.바로,막걸리가귀엽다는사실이다.물과쌀,누룩으로만든재료를버무려술독에담아두고적당한온도와적당한습도에놓아두면누구든막걸리의귀여운면모를마주할수있다.내가먹고,자고,놀고있는동안에술독안의막걸리는발효라는아주기특한행위를이어간다.술독에조그마한공기방울이톡톡올라오고,가만히귀를기울이면보글보글탄산끓는소리가들린다.마치직원여럿을두고몸편히매장을굴리는사장이라도된듯,술통안은달콤한불로소득의현장이되어맛난술이만들어진다.
가만히있으면뒤처지고버려지고도태되는게인생이라고?조급함밖에모르는우리에게막걸리는새로운정답을알려준다.무엇을부러더하지않아도괜찮은때가있다고,작고귀여운미생물들에게그기다림의시간은향과맛을더해주는필수적인순간이라고.혹여술독뚜껑을열어맛본술맛이아직시큼떨떠름하다고해서실망하기는이르다.막걸리는엄연히살아있는술이니,우리가실망하는순간에도더나은맛과향을위해조금씩전진하고있다.


자본가로태어나지못한이상
노동은인간의숙명이라고?
그렇다면차라리행복한일을할래!

왠지막걸리라는건,가업으로이어져내려온양조장을물려받는다거나전통문화나지역을살리겠다는대단한결심에서시작되는거라고생각할지도모르겠다.하지만서울한구석빨간벽돌건물에자리잡은이작은양조장은둘다아니다.어느날또다시회사에서튕겨나온사회초년생의머릿속에,사부작사부작막걸리를만들어파는삶이문득머리에떠올랐다.그렇게얼렁뚱땅막걸리초짜의운명이결정되었다.
술빚는법을배우겠다고온갖막걸리강좌를찾아다니고,심지어는건너건너소개받은양조장에서제발일하게해달라고읍소해양조장인턴이자객식구가되기도했다.신규창업자를지원해준다는사업에몇번이고서류를제출하며종내에는법인까지세우고,내가만든막걸리브랜드를알리겠다는목표하나로캐리어에짐을바리바리싸들고다니며보따리장수가되어원데이클래스를하고다녔다.월세라도벌어보겠다고수제막걸리칵테일을만들어팝업바를운영했다가대차게망한건덤이다.여기서참이상한사실이하나있다.회사원시절에는‘워라밸’을생활신조로삼았으나,지금은어느새일과삶이하나로합쳐져버린‘워크이즈라이프’상태로살아가고있다는것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워라밸을지키려애쓰던때보다어째서지금이훨씬더행복하고자유로울수있을까?이것도미생물이부린마법일까?


망한줄알았던내인생
뒷걸음치다빠진술독에서
나란사람의진짜맛과향의찾다!

그렇게막걸리를팔아먹고살겠다고다짐하고매장을오픈한지19개월만에처음으로가게이름을내건수제막걸리를출시했다.누군가는내게너무오래걸린것아니냐고,그래서한달에얼마나버느냐고따져묻고싶어할지도모르겠다.하지만대체그런시선들이무엇이중요하리오.내입맛에맞춰최고의맛과향을담은이술을맛보려고오늘도조그만양조장을찾아주는손님들이있으니,나만의속도와방향으로비틀비틀옳은길을가고있다는사실만은부정할수없다.
뒷걸음을치면물에빠지거나벼랑에서떨어지거나,적어도뒤로넘어져코가깨지는줄알았던날들에게이제는안녕을고하자.어쩌면삶이버거워한발물러선그자리에,우연찮게도당신만의술독이얌전히놓여있을지도모른다.그리고그안으로퐁당빠져버린순간부터당신의인생도어딘가에서조용히,그러나분명히익어가기시작하겠지.당신만의향과당신만의맛을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