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이별은한사람의삶을두동강낸다.이별이전과이별이후로.김현숙시인에게25년이라는시간은바로그이후의삶이다.남편을먼저보내고,자녀라는울타리를지키기위해꺾이지않았던단단한마음이오랜세월끝에이제아름다운운율이되어이시집에담겼다.
1부「길을잃고」는이시집의핵심을이룬다.눈물로눈뜨고눈물로눈감던날들,군고구마를구워달라보채던목소리의아련함,밥을차려놓고부르는목소리,아카시아꽃바구니를채워주던손길-그모든기억이짧고담백한시행속에살아있다.20주기에바치는시,결혼기념일과결혼50주년에쓴편지들은한줄한줄이묵은그리움의고백이다.
그러나저자는슬픔에만머물지않는다.2부「마음소리」에서시인은산책길의야생화,클래식공연,네잎클로버,친구의전화,이산가족상봉을보며울고웃는일상으로돌아온다.3부「가족울타리」에서는자녀,사위,며느리,손자손녀들이한명한명시편의주인공이된다.4부「믿음의길그리고나」는신앙과자기자신을향한조용한응시로시집의문을닫는다.
팔십에이르러처음으로시집을펴낸다는것.그것은부끄러울수있는용기를낸일이라고시인스스로말한다.그용기덕분에독자는한사람의긴생애가얼마나성실하게사랑하고,기다리고,슬퍼하고,다시일어섰는지를목격할수있게되었다.
갑작스런이별의통증을25년이라는긴세월동안시로빚어내며스스로를치유해오신어머니의긴여정에경의를표합니다.자녀라는울타리를지키기위해꺾이지않았던단단한마음이이제는아름다운운율이되어우리곁에왔습니다.이시집이어머니의남은생에따스한볕줄기가되기를,그리고이제는누구보다자신을사랑하며은혜가운데행복하시기를바라는마음을담아봅니다.
-자녀일동
꽃을예뻐하고클래식음악을좋아하고시를읽고쓰기를즐겨하는참곱고여린울언니.화창한날,바람불고눈비와도한순간무심히넘기지않고,가진것남김없이다내어주고도늘부족하다아쉬워하며지극정성으로자식,가족돌보고기쁜맘으로희생했던참강하고장한울언니.고운님보내시고허무함과쓸쓸함,그리움그리고가슴의응어리를시로승화시키고,시집을내는참멋진울언니,참좋은울언니.
언니야,우리손잡고환하게웃으며꽃구경가자.
-동생이
책속에서
또봄이네요
우리조그마한화단에
노란복수초가피고
할미꽃이피었어요
히아신스랑수선화는꽃망울머금고
꽃집에서얻어다심은
이름모른보라색꽃도곧필것같아요
봉숭아꽃씨랑사루비아꽃씨도뿌리고
상추씨랑쑥갓씨도뿌렸어요
쑥부쟁이캐서나물해먹고
쑥캐서국도끓여먹어요
또봄이네요
꽃은다시피고
쑥도다시올라왔는데
앞산아지랑이가슬퍼요
당신빈자리가슬퍼요
-본문시중「또봄이네요」
20주기에
아침에눈뜰때
작은쟁반물한잔
다시주고싶습니다
점심때쯤
어린아이되어
밥상재촉하는음성
다시듣고싶습니다
해질녘
외출나갔다들어오는자동차소리
그반가운소리
다시듣고싶습니다
어쩌다늦은밤
길아래쪽
우리집향하는그환한불빛
다시보고싶습니다
주고싶고
듣고싶고
보고싶은애달픔
기다림길어져도
지칠수없는기다림
20년
-본문시중「20주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