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으로읽는천재들의골때리는도전기
수학이두려웠던당신에게,이제다른이야기를들려드립니다
수학시간은언제부턴가낯선나라의언어를억지로암기하는시간처럼느껴지고,공식을외우고대입하고답을맞히고또잊어버리는일의반복이된다.그러다보면어느새스스로에게'수포자'라는이름표를붙이고수학의세계와담을쌓아버리게된다.그런데조금만다른방향에서바라보면어떨까.수학은원래공식이아니라질문에서시작되는학문이다.‘왜이렇게되는걸까?’,‘다른방법은없을까?’,‘이둘사이에는어떤관계가있을까?’하는질문들이쌓이고쌓여인류의수학은지금껏발전해왔다.문제는우리가받아온수학교육이그질문의과정을통째로생략하고오직정답만을요구해왔다는점이다.그러니수학이재미없고어렵게느껴지는것은어쩌면당연한일이다.
이책은그잃어버린질문의과정을되찾아주기위해쓰였다.공식과증명대신사람의이야기로,수학이라는세계의문을다시한번열어젖히고자한다.4년에한번,만40세미만의수학자에게만주어지는필즈상.흔히‘수학계의노벨상’이라불리지만사실노벨상보다받기훨씬어려운이상을거머쥔수학자들의이야기는,우리가교과서에서상상해온완벽한천재의이미지와는사뭇다르다.그들은실패하고,방황하고,포기하고싶었던순간을수없이겪은지극히인간적인존재들이었다.바로그인간적인이야기들이,수학과멀어진우리를다시그세계의문앞으로데려다줄것이다.
4년에한번,가장젊고가장치열한수학자들의잔치
필즈상은단순한상이아니다.4년마다열리는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수여되며,반드시만40세미만이어야한다는나이제한이이상을더욱특별하게만든다.노벨상은나이제한이없어평생의연구가쌓이면언젠가기회가올수있지만,필즈상은다르다.젊음과천재성과행운이동시에교차하는단한번의찰나에만주어진다.매번수상자가발표될때마다전세계수학계가술렁이는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
금메달앞면에는아르키메데스의얼굴이새겨져있고,그옆에는라틴어로된문구가적혀있다.“자신을뛰어넘어라,세계를파악하라.”이짧은문구는필즈상이단순히뛰어난계산능력을치하하는상이아님을말해준다.인류가아직이해하지못한수학의세계를새롭게개척하고,그지평을넓혀나간상상력과도전정신을기리는상이다.상금은약1만5천캐나다달러로노벨상에비하면미미한수준이지만,수학자들사이에서이메달이갖는무게는그어떤물질적보상과도비교할수없다.
그렇다면이상을받은수학자들은어떤사람들일까.흔히상상하듯어릴때부터모든시험에서만점을받고,인간계산기처럼복잡한숫자를순식간에처리하는그런천재들일까.이책은그선입견을조용히,그러나강하게뒤집는다.필즈상수상자들의면면을들여다보면오히려놀라운공통점이발견된다.그들은모두‘왜?’라는질문을포기하지않은사람들이었고,틀린길을수백번걷고도다시지도를펼친사람들이었으며,때로는수학바깥의세계에서헤매다가결국수학안에서자신의언어를찾아낸사람들이었다.
포기란없다:수포자시인부터숲속의은둔자까지
2022년,한국의허준이교수가필즈상을수상했을때전세계수학계는물론한국사회전체가들썩였다.그런데많은사람들을더욱놀라게한것은수상소식자체가아니라그의과거였다.허준이교수는스스로를한때‘수학을포기한학생’이라고불렀다.시를쓰고싶었고,수학과는거리를두고싶었던청년.물리학을전공했다가그마저도흥미를잃고방황하던시절,어느교수의말한마디에이끌려뒤늦게수학의세계로걸어들어갔다.그리고그는조합론과대수기하학이라는전혀다른두세계를하나로잇는다리를놓아수학의역사를새로썼다.그의이야기가특별한이유는단순히‘한국인최초’이기때문만이아니다.수포자라는이름표가결코운명이아니라는것을,정답을빨리찾는것보다좋은질문을오래붙들고있는것이더중요하다는것을몸소증명해보였기때문이다.
한편수학의역사를통틀어가장극적인이야기라면단연그리고리페렐만을빼놓을수없다.러시아출신의이수학자는100년넘게아무도풀지못한난제‘푸앵카레추측’을혼자서,7년동안,거의외부와단절된채풀어냈다.더놀라운것은그증명을저명한학술지가아닌인터넷아카이브에아무런예고없이툭올려버렸다는사실이다.전세계수학자들이내용을검증하는데만수년이걸렸고,결국증명은완벽한것으로확인되었다.수학계는그에게필즈상과100만달러의상금을안겼다.그러나페렐만은둘다거절했다.“나는이미내가원하는것을얻었다.”그한마디를남기고그는상트페테르부르크의작은아파트로돌아가조용히숲속산책을이어가고있다.
허준이와페렐만,두사람의이야기는서로달라보이지만결국같은진실을가리킨다.수학의세계에서진정으로위대한것은빠른계산도,화려한수상경력도아니다.포기하지않고질문을붙드는것,그리고답에가닿았을때의순수한기쁨을아는것.그것이수학자를수학자이게만드는힘이다.
수학은지금이순간에도세상을움직이고있다
수학이어렵고추상적으로느껴지는또다른이유는,그것이우리의현실삶과아무런관계가없는것처럼보이기때문이다.그런데정말그럴까.오늘아침유튜브가당신에게추천한영상은어떻게선택되었을까.인터넷쇼핑몰에서결제할때카드정보가안전하게보호되는원리는무엇일까.화성탐사선이수억킬로미터를날아가정확히목표지점에착륙하는것이어떻게가능할까.챗GPT같은인공지능이사람의말을이해하고대화를이어가는원리는무엇일까.
이모든것의밑바닥에는수학이있다.유튜브의추천알고리즘은선형대수학과확률론을기반으로작동한다.인터넷보안을떠받치는암호체계는소수(素數)의성질을이용한정수론에서나왔다.화성탐사선의궤도는미분방정식으로계산되며,인공지능이언어를이해하는방식은고차원벡터공간의기하학에기반한다.필즈상을받은수학자들이칠판에끄적인낙서같은공식들이,수십년이지나세상을바꾸는기술이된다.
실제로필즈상수상자들의연구가현실세계에미친영향은놀랍다.1994년수상자장피에르세르의대수기하학연구는현대암호학의기초가되었고,2010년수상자세드리크빌라니의최적수송이론은물류최적화와머신러닝분야에직접응용되고있다.‘쓸모없어보이는’순수수학이수십년후세상에서가장쓸모있는기술로돌아오는것,이것이수학의경이로운역설이다.
정답보다중요한것은질문을포기하지않는것
이책은수학과현실사이의이눈부신연결고리를독자들이직접느낄수있도록다양한사례와함께풀어낸다.코딩을잘하고싶다면수학과친해져야하는이유,소수점하나의오차가우주탐사의성패를가르는이야기,수학자가국가보안을책임지는암호전쟁의현장까지.수학은현실과동떨어진상아탑안의유희가아니라,지금이순간에도우리가사는세상의언어로작동하고있다는사실을이책은생생하게보여준다.
수학을잘하기위해이책을읽지않아도된다.성적을올리기위해읽지않아도된다.그저이이야기들을읽으며‘나도언젠가이런질문을품어볼수있겠다’는생각이한번이라도스쳐간다면,그것으로충분하다.천재는타고나는것이아니라,‘왜?’라는질문을끝까지붙들고있는사람이되어가는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