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종언

얼떨결에 종언

$17.00
Description
“이 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철거를 앞둔 기숙사에서 보내는 마지막 일주일

일본 청춘 희곡 〈얼떨결에 종언〉, 국내 첫 출간
희곡출판 희곡탐미소가 일본 극작가 데구치 메이와 오오타 유우시의 공동 창작 희곡 〈얼떨결에 종언〉을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한다.

〈얼떨결에 종언〉은 노후화로 인해 철거가 결정된 오래된 학생 기숙사를 배경으로, 그곳을 떠나야 하는 학생들의 마지막 일주일을 그린 청춘 희곡이다. 기숙사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학생들은 하루에 한 명씩 짐을 싸서 떠난다. 누군가는 졸업 후 새로운 도시로 향하고, 누군가는 고향으로 돌아가며, 누군가는 취업을 앞두고 사회로 나아간다.

작품은 기숙사 폐쇄라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각자의 삶으로 흩어지기 직전의 청춘들을 바라본다. 이들은 거창한 이별식을 치르지도 않고, 자신의 감정을 분명하게 말하지도 못한다. 대신 함께 마작을 하고, 차를 마시고, 술을 마시고, 장난을 치고, 마지막 식사를 준비한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시간을 보내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다. 이 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얼떨결에 종언〉은 청춘의 마지막을 비장하게 그리지 않는다. 작품 속 인물들은 끝까지 서툴고,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한심하다. 그러나 바로 그 모습 때문에 이들의 이별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작품은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대화와 사소한 행동을 통해, 한 시절이 끝나가는 순간의 아쉬움과 먹먹함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저자

데구치메이

出口明
일본의극작가.〈얼떨결에종언〉의공동저자다.일상속에놓인청춘의불안과관계의어긋남,사소하지만쉽게사라지지않는감정들을섬세하게포착한다.

두작가가함께쓴〈얼떨결에종언〉은철거를앞둔학생기숙사를배경으로,청춘의마지막공동생활을유쾌하면서도애틋하게그려낸작품이다.

목차

작가의글
번역자의글
얼떨결에종언_본문
작품및작가소개

출판사 서평

시놉시스

현대일본의어느낡은학생기숙사.

노후화로인해기숙사는해체가결정되었다.대학교와의협의도이어지고있지만상황은달라지지않고,기숙사의마지막날은일주일앞으로다가온다.

기숙사벽에는먼저이곳을떠난사람들이남긴낙서와메시지가빼곡하게적혀있다.오래된한자,알수없는외국어,노래가사,농담같은문장,이별의말들.누군가는이곳에서살았고,누군가는이곳을떠났으며,그흔적들이벽전체를채우고있다.

그리고이제마지막으로이방을떠날사람들이남았다.

2학년미츠키는기숙사폐쇄로인해새로구한방으로이사한다.졸업을앞둔카나에는도쿄의회사에서근무를시작할예정이다.츄키치는졸업후니가타현의본가로돌아가야하고,신타로는고베로떠날예정이다.오래도록기숙사에머물러온사나코는가능하면마지막까지이곳에남고싶어한다.

학생들은하루에한명씩기숙사를떠난다.

월요일밤,미츠키는먼저짐을싸서나간다.방의전구가나가고,누군가다른방의전구를가져오는작은소동이벌어진다.마작을하던사람들은전구하나를두고웃고떠들고,떠나는미츠키는벽에자신의마지막말을남긴다.짧은시간이었지만잊지않겠다는말.그문장하나가기숙사벽에더해진다.

화요일저녁,카나에의송별회가준비된다.사나코와신타로는카나에를위해특별한음식을준비하지만,서프라이즈는예상처럼흘러가지않는다.츄키치는카나에에게마음을전하려하지만쉽게말하지못하고,카나에역시사나코와의관계에대해복잡한감정을품고있다.모두가웃고있지만,그웃음속에는끝내말하지못한마음들이남아있다.

수요일,목요일,금요일이지나며기숙사에는점점사람이줄어든다.어제까지함께있던사람이떠나고,방안의공기는조금씩달라진다.남은사람들은떠난사람의빈자리를느끼면서도평소처럼행동하려한다.하지만기숙사의마지막날이가까워질수록,이들이함께보낸시간이정말끝나고있다는사실은점점분명해진다.

〈얼떨결에종언〉은철거를앞둔기숙사에서벌어지는마지막일주일의이야기다.누군가는떠나고,누군가는배웅하고,누군가는말하지못한마음을안은채남는다.작품은그이별의순간을슬픔으로만그리지않는다.오히려웃음과농담,장난과소동속에서청춘의진짜얼굴을보여준다.

끝이라고생각했지만,사실은모두가조금씩앞으로밀려나가는시간.

〈얼떨결에종언〉은바로그애매하고도소중한순간을담아낸작품이다.


사라지는공간,남겨지는말들

〈얼떨결에종언〉에서기숙사는단순한배경이아니다.이작품에서기숙사는인물들의관계와시간을품고있는또하나의주인공에가깝다.

방벽에는이미수많은사람들이남긴말들이적혀있다.먼저떠난학생들은자신이이곳에있었다는증거처럼짧은문장들을남겼고,그문장들은새로운세대의학생들에게이어졌다.기숙사를떠나는사람은마지막으로벽에말을남긴다.그것은거창한유언도아니고,완성된선언도아니다.하지만그말에는한시절을지나온사람의마음이담겨있다.

작품속인물들도마찬가지다.이들은자신의청춘이끝난다고말하지않는다.이별이두렵다고고백하지도않는다.다만벽앞에서망설이고,떠나는사람에게선물을건네고,마지막식사를함께하며,아무렇지않은척작별을준비한다.

기숙사는곧철거된다.벽에남겨진말들도언젠가사라질것이다.그러나작품은사라지는것들을허무하게만바라보지않는다.오히려사라지기때문에더또렷해지는시간과관계를보여준다.


웃음으로견디는이별

이작품의가장큰매력은이별을다루는방식에있다.

〈얼떨결에종언〉은청춘의끝을눈물과비장함으로밀어붙이지않는다.인물들은마지막순간에도장난을치고,실없는말을하고,엉뚱한일을벌인다.누군가는전구를훔치고,누군가는뱀나베로송별회를준비하고,누군가는좋아하는사람앞에서제대로말한마디꺼내지못한다.

이들은멋있게이별하지못한다.오히려자주어설프고,가끔은한심하다.하지만바로그점이작품을더욱생생하게만든다.실제청춘의이별은언제나정리된말과아름다운장면으로만이루어지지않는다.마음과다르게농담이먼저나오고,중요한순간에엉뚱한행동을하고,헤어진뒤에야하지못한말이떠오르기도한다.

〈얼떨결에종언〉은그런청춘의모습을있는그대로그린다.그래서작품의웃음은가볍지만,그웃음뒤에남는감정은결코가볍지않다.


일본의기숙사에서시작된,누구에게나있었을이야기

작품의배경은일본의한지방대학기숙사다.등장인물들의생활방식과문화,대화의리듬에는일본청춘극특유의정서가담겨있다.

그러나작품이다루는감정은특정한나라나세대에만머물지않는다.졸업을앞둔불안,사회로나아가야한다는부담,친했던사람들과멀어지는아쉬움,익숙했던공간을떠나야하는허전함은누구나한번쯤경험하는감정이다.

〈얼떨결에종언〉은일본의청춘을다루지만,읽는이들은자연스럽게자신의시간을떠올리게된다.학교를떠났던날,오래머물던방을비우던날,다시는돌아갈수없는어떤시절이끝났음을뒤늦게깨달았던날.작품은바로그런기억들을조용히불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