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고 묻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공화국 시민의 삶과 분별에 관하여)

왜냐고 묻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공화국 시민의 삶과 분별에 관하여)

$21.00
Description
‘공화정의 언어’가 거부되고 왜곡되는 시대,
‘공화국’ 대한민국을 향한 인문학자 김경집의 질문

공화정은 단순한 정치 체제가 아니다. 권력의 정당성을 시민의 판단 아래 두고, 공적 문제를 함께 숙고하려는 오래된 약속이다. 공화국은 언제나 질문하는 시민 위에서 유지되어왔다. 권력은 위임되었고, 그 정당성은 끊임없는 의심과 검증 속에서만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 토대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넘쳐나는 정보는 사유를 깊게 하기보다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한다. 판단은 단순해지고, 언어는 설득이 아니라 선동의 수단으로 쓰인다. 사람들은 스스로 묻기보다 이미 주어진 해석에 기대어 현실을 받아들인다. 질문이 사라진 자리에는 맹신이 남는다.
이 책은 이러한 균열을 역사적 장면을 현실로 소환하며 다시 짚는다. 서로 다른 시대의 사건과 사상을 교차시키며 오늘날 공화정의 작동 방식과 그 한계를 사유하게 한다. 위기의 순간마다 흔들린 것은 공화정이라는 체제가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던 사고와 태도였다. 이 책은 그 지점을 따라가며, 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조용히 드러낸다.
저자

김경집

대학에서영문학과신학을,대학원에서예술철학과사회철학을공부하고가톨릭대학교인간학교육원에서재직후인문학자로많은책과강연,방송등으로대중과소통하고호흡하는일에집중하고있다.‘김경집어른연구소’를만들어청년과교감하며응원하고지지할발판을마련하는일에도관심이크다.오랫동안대학에서가르치고배우면서조금이라도청년을위한소통의실마리를마련하고싶었고,그와함께어른세대의인식전환으로시대정신을포착하고미래의제를도출하는일에도디딤돌이될수있는활동에관심이크다.사회적약자를위한인문공동체‘책고집’이주관하는,재소자와재활인등소외된사람들을위한한국형클레멘트코스디딤돌인문학강연모임인〈곁과볕〉에서도활동하고있다.
인문교양과더불어청소년,고전,종교,시대정신등에대한다양한책을써왔으며공저까지포함하여47권의책을썼고『어린왕자,두번째이야기』등을우리말로옮겼다.『책탐』으로2010년한국출판평론상을받았고2016년『엄마인문학』이여러도시에서‘한도시한책’으로선정되었으며2018년에는『앞으로10년대한민국골든타임』이‘전라남도올해의책’으로,『김경집의통찰력강의』가‘고양시가뽑은올해의책’으로선정되기도했다.대표저서로『인문학은밥이다』,『인문학자김경집의6I사고혁명』,『생각의융합』,『진격의10년,1960년대』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_‘반공화주의시대’를슬기롭게건너는힘4

I부역사와기억
“국사(國史)는곧국혼(國魂)이다.”─박은식,『한국통사』

역사의유산,기억의책임
_금속활자의나라,그러나인쇄혁명은없었다
권력의조건,역사에되묻다
_정통성이취약한권력은어떻게스스로무너지나
국보(國寶)가남긴흔적들
_‘제1호’라는이름에남은식민의그림자
불망비를‘불망(不忘)’하라
_망각위에세운비석,누구를위한불망인가
‘엘클라시코’는내전을기억하고있다
_경기장너머,스페인내전의긴그림자

II부정의와불의
“침묵은동의를의미한다(Quitacet,consentirevidetur)”─로마법언

차별은‘익숙함’아래숨겨져있다
_관행의이름으로강제된성차별의서사
집단적광기,변주는계속된다
_매카시즘에서계엄령까지,반복되는마녀사냥의역사
‘보이지않는손’에관한오독
_애덤스미스를오해하는사람들과자본주의를둘러싼착시
그날,시상대에선사람들
_피터노먼에서쉰들러까지,연대를선택한이들
동성애,침묵속의존재들
_튜링의비극,우리가외면한권리
진실은어떻게처벌되는가
_드레퓌스사건과강기훈유서대필조작사건
차별을수치로여기는사회
_로드니킹사건은끝나지않았다

III부문화와권력
“감시자는누가감시하는가?(Quiscustodietipsoscustodes?)”─유베날리스

‘한도시한책’,책이도시를바꾼다
_도서관,시민,그리고독서운동의재구성
고전은왜,어떻게읽어야하는가
_시카고대에서시작된질문
‘먹는것’에도가치가필요하다
_닭고기수프를약속한앙리4세와‘먹방’의전성시대
우리는지구라는한마을에산다
_혁명과라키화산,그리고우리가외면한경고
폭력의언어로는평화를설계할수없다
_‘반국가’와‘종북’의낙인정치를넘어

출판사 서평

질문은‘타인의언어’에휘둘리지않는
시민의최소한의힘이다

공화정은단순한정치체제가아니다.그것은권력의정당성을시민의판단아래두고,공적문제를함께숙고하려는오래된약속이다.고대공화정에서근대시민혁명에이르기까지,공화국은언제나질문하는시민에의해유지되었다.그바탕에서권력은위임되었고,끊임없는의심과검증속에서정당성을확보했다.
그러나오늘날굳게믿어왔던그토대가눈에띄게약해지고있다.넘쳐나는정보는사유를깊게하기보다즉각적인반응을요구하고,판단은점점단순해진다.언어는설득의도구가아니라선동의수단으로전락되고있다.사람들은스스로질문하기보다이미주어진해석에기대어현실을받아들인다.질문이사라진자리에는맹신이자리잡고,분별이멈춘자리에는권력이언어를대신하는것이다.
이책은이러한균열을역사적·사상적맥락속에서다시짚는다.공화정이어떻게작동해왔는지나열하는데그치지않고,서로다른시대의사건과사상을교차시키며인문학적으로재해석한다.아울러공화국의시민으로서스스로판단하는힘이어떻게형성되고흔들려왔는지차분하게따라간다.역사적으로공화정은반복해서위기에놓였고,그때마다흔들린것은제도가아니라그것을지탱하던사고와태도였다.이책은그균열을따라가며,우리안에자리잡은반공화주의적인사고를돌아보게한다.

권력은언제나언어로자신을정당화한다
그리고그언어는반복된다

이책이다루는것은단순히공화정체제그자체가아니다.우리가이미공화국에살고있다고믿는순간에도반복되는,익숙하지만불편한장면들을다룬다.여성이라는이유로능력이의심받고,동성애는권리의문제가아니라사회적논쟁거리로소비된다.특정집단에는범죄와위험이덧씌워지고,사실이확인되기도전에이름과얼굴이먼저유통된다.맥락이제거된헤드라인과이미지가여론을만들고,분노는순식간에정당한판단처럼작동한다.이모든과정에서타인은동등한시민이아니라판단의대상이된다.
이장면들은결코새로운것들이아니다.중세의마녀사냥에서부터근대의인종주의와배제의논리,전쟁과위기의순간마다반복되어온선동의언어에이르기까지,권력은언제나유사한방식으로자신을정당화해왔다.대상은달라졌지만,낙인을찍고공포를조직하며동의를끌어내는구조는예나지금이나크게달라지지않았다.
이책은이러한현상을역사적맥락속에서재해석한다.개별사건을고립된예외로보지않고,공화국이라는이름아래에서도왜동일한메커니즘이되살아나는지그조건과경로를탐색한다.질문이멈춘자리에서편견이먼저작동하고,분별력이약해진순간에광기가정당성을획득하는과정이어떻게축적되어왔는지깨닫게한다.
진정한민주공화정은제도로완성되지않는다.그것은타인을동등한시민으로인정하는감각위에서만유지된다.그감각이흔들리는순간공화국은스스로의원리를배반해왔다.과거의장면들은낯선사례에머물지않고,우리가지금서있는자리역시그연장선위에있음을차분하게비춘다.


익숙한해석에머무르지않는태도,
스스로기준을만들어내는힘

역사와사건을하나의교훈으로정리해건네는책은많다.그러나이책은사건을반듯하게나열하지않는다.금속활자와인쇄문화,조선왕권의정통성문제,국보제1호의기원,스페인내전과엘클라시코,차별과마녀사냥,앨런튜링과드레퓌스에이르는서로다른장면들이한권안에서맞물린다.독자는익숙하다고여겼던역사와현실을다른각도에서다시보게된다.
각꼭지는서로다른시대와주제를다루지만,읽다보면하나의문제의식으로이어진다.한꼭지를읽으면익숙한상식이흔들리고,다음꼭지에서는그질문이다른장면으로옮겨간다.그래서이책은단지‘옳은말을하는책’으로머물지않는다.페이지를넘길수록생각이번져가는책,이것저것읽는재미가살아있는책으로남는다.
물론그재미는가볍지않다.각각의이야기는흥미에머물지않고현재의문제로이어진다.독자는읽는과정에서자신의해석과기준을다시점검하게된다.『왜냐고묻지않으면아무것도바뀌지않는다』는하나의답을제시하기보다,흩어져있던역사적장면들을통해스스로생각의기준을세우게만드는책이다.읽는재미와사유의밀도를함께끌어올리는보기드문인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