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시는 삶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삶을 오래 바라보게 합니다. 이 시집에는 작은 사물 하나에도 삶의 흔적을 발견하고, 익숙한 풍경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길어 올린 시편들이 담겨 있습니다. 시인은 버려진 것들에 인간의 삶을 입히고, 침묵하는 물건들로 하여금 시대를 증언하게 만듭니다. 그의 시 속 사물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노동과 생존, 구조조정과 소외를 기억하는 살아 있는 증인이며, 오늘의 현실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역사입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설명보다 오래 남고, 독자는 사물을 읽다가 어느새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이것이 그의 시가 지닌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집은 사회비판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어머니와 고향, 가족과 기억을 노래하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빈터」, 「밭고랑」, 「고무신」, 「막걸리」는 개인의 추억을 넘어 우리 시대가 함께 간직해 온 기억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시는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힘입니다. 현실을 향한 비판과 삶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균형을 이루기에 그의 시는 차가운 절망에서 멈추지 않고 다시 삶을 향해 걸어갈 용기를 얻게 합니다. 이 시집에 담긴 시인의 시선이 독자의 마음속에서 또 하나의 풍경으로 오래 머물기를 바랍니다.
모서리 (권병엽 시집)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