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 (그곳에 살아 있는 감각과 기억에 대하여)

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 (그곳에 살아 있는 감각과 기억에 대하여)

$16.80
Description
어린 시절 이주와 정착이라는 낯선 변화를 견디게 해준 할아버지의 회전의자, 아들이 직접 만든 나무 책상, 아이들이 떠난 방 창문에 25년째 붙어 있는 스티커 등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과 일상의 사물들에 스민 내밀하고 불안정한 기억, 그것이 새롭게 재구성되는 방식과 의미 등을 탐구한 《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에서 아키코 부시는 특유의 섬세한 관찰력과 사색적인 문체를 유감없이 선보인다. 안정과 불안, 유용함과 무용함, 자연세계와 물질세계의 미묘한 경계를 그려내며 여운을 남기는 60편의 짧은 글들은 무심코 지나쳤던 감각들이 돌연 솟아나는 경험을 하게 한다. 그리고 낡고 사소한 것들이야말로 우리 삶의 ‘주제’로 삼을 만하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다.
저자

아키코부시

AkikoBusch
20년간건축문화잡지《메트로폴리스》의컨트리뷰팅에디터로활동했고,베닝턴대학과SVA(SchoolofVisualArts)에서강의했다.〈뉴욕타임스〉,《아메리칸크래프트》등여러매체에정기적으로칼럼을게재하며문화,자연,건축,디자인에관해다양한글을쓰고발표하고있다.

이책《낡고사소한것들의자리》는장소와사물에스민연약하고도불확실한기억,유용함과무용함사이의미학을탐구하며일상을새롭게감각하게하는사색적인에세이로주목받았다.

이외에《존재하기위해사라지는법HowtoDisappear》,《집의지리학GeographyofHome》,《평범한물건의특별한삶TheUncommonLifeofCommonObjects》,《강을건너는아홉가지방법NineWaystoCrossaRiver》,《인내Patience》,《임시관리인TheIncidentalSteward》,《물레방아연못에서바다까지FromtheMillpondtotheSea》등다수의저서가있다.

스스로를평생학생이자자연관찰자라고소개하는아키코부시는허드슨밸리에거주하며,매년한번허드슨강을수영해건너는것을목표로삼고있다.

목차

프롤로그

INSIDE

그해여름의거실│저녁식사│보상│집이라는왕국│겨울나기책상│아이를구해주세요│페인트칠│책읽는여자│피아노│마인드팝│집안일│울피│작은극장│퇴치의예술│로고│쓸모없어진것들│깨진타일│자리배치│부엌에서배운것│바람│평상심│가족식사│여름별장│소리의방향│박제│소파│벽지│압력밥솥│익숙한자리│잡동사니

OUTSIDE

쪽지│날아가는집│위험한안식처│홈어드밴티지│동전│파쇄│경계에서│끝끝내│중력중심│흉터│조각배│나가는문은이쪽입니다│화덕│배심원│작약│잔디집│링컨의나무│위대한방│방수포│금지된공간│파괴와수리│비명을지르는나무│풍선│폐허위의건축│편애의기술│얼음술집│별이빛나는밤│권태│열리지않는문│땅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어긋난패턴,끊어진실,깨진타일,잔가시가일어난마룻바닥….
나의관심을끄는것은바로이런것들이다.”


평생학생이자자연관찰자
《존재하기위해사라지는법》의아키코부시가그려낸
집과사물에얽힌내밀한기억의지도

아키코부시는1792년에지어진허드슨밸리의집에서30년넘게살고있다.이사올때부터거실벽난로는판자로화구가막혀사용할수없는상태였다.그외에도이제는드나들지않는현관문,무언가를보관하기에도애매한공간등오래된집에는무용한흔적들이많다.이에대해“나는이렇게작은결핍의공간들을소중하게여기게되었다”며“효용을다한사물의끈질긴생명력에서기쁨을발견”한다고말한다.

어린시절이주와정착이라는낯선변화를견디게해준할아버지의회전의자,아들이직접만든나무책상,아이들이떠난방창문에25년째붙어있는스티커등‘집’이라는사적인공간과일상의사물들에스민내밀하고불안정한기억,그것이새롭게재구성되는방식과의미등을탐구한《낡고사소한것들의자리》에서아키코부시는특유의섬세한관찰력과사색적인문체를유감없이선보인다.안정과불안,유용함과무용함,자연세계와물질세계의미묘한경계를그려내며여운을남기는60편의짧은글들은무심코지나쳤던감각들이돌연솟아나는경험을하게한다.그리고낡고사소한것들이야말로우리삶의‘주제’로삼을만하지않느냐고말하고있다.

장소는무수히다양한방식을통해우리에게생동하는존재가된다.이를테면창을통해비스듬히쏟아지는햇살,손때묻은식탁이주는익숙한감각.어디그뿐인가.겨울날한기가드는창가에둔책상으로,한자리에붙박인가구로,아이방창문에붙은스티커로,위험이도사리고있을지모를선풍기나화덕으로,판자로화구를막아쓸모를잃은듯한벽난로로,공간은생생히살아난다.
-프롤로그중에서


어긋나고불완전한기억틈새에
또렷하게남은사물들의이야기

미국의원주민나바호족의직조기술은유명한데그들은패턴을살짝어긋나게만든다.그틈으로영혼이빠져나갈수있다고믿기때문이다.깨진도자기틈새를금가루나은가루로채워오히려드러내는일본의전통공예킨츠기(金継ぎ)에는영원하거나완벽한것은없다는‘와비사비(わびㆍさび)’철학이반영되어있다.이렇듯아키코부시는불완전함,실수,흠결등에주목한다.이것들이우리가살아가는방식이기때문이며“무엇인가어긋나있는듯한느낌이어떤진실을드러내기도하니까.”

공간과사물이시간의흐름에따라낡아지고부서지는동안우리의기억역시마모되고어긋나며‘빈틈’을갖게된다.아키코부시는어린시절추운방에서‘그랜드피아노’를쳤던기억을떠올린다.하지만그방의‘좁은문’으로커다란피아노를들여놓기란불가능했을것이라는사실또한분명하게알고있다.어쩌면피아노연습이라는과제가너무나크고어렵게느껴졌던기억때문에피아노가어마어마하게컸다는기억으로탈바꿈했을것이라고말한다.

나는안다.현실세계의장소가기억속에서거의딴판인모습으로존재한다는것을.그래서우리기억속에는벽을통과하는피아노가있고,움직이는마룻바닥,마법처럼밝기가바뀌는조명,위치를바꾸는창문도있다.(…)현실세계의견고함은인간기억의고집스러움에비하면아무것도아니라는점만큼은확실하다.-44~45쪽

지인의집에서의저녁식사풍경을다룬또다른어린시절의기억또한인상적이다.귀가어두운여주인을위해필담을나누는식탁에함께앉은이는나중에알고보니러시아에서망명한혁명가알렉산드르케렌스키였지만,수십년이지나도지워지지않은또렷한기억은오직메모지,모빌,백조모양의도자기같은사물뿐이라며이렇게말한다.“그때는몰랐지만이제는안다.살다보면무엇이중요하고무엇이그렇지않은지혼동하기도한다”며그혼동과변형이라는불완전함이우리기억의속성이며본연의방식임을이야기하고있다.


안정과불안,
집이라는공간의두얼굴

아키코부시는《낡고사소한것들의자리》에서특히‘집’이라는개념이지닌모호한이면,즉집이라는공간에내재한불확실성,배치와이동등에주목하며“안정에대한이야기이며동시에불안에관한이야기”라고말한다.그래서인지그가일종의모델로떠올리는집들은이상하게도‘아이를위한것’또‘어딘지불편하고불안한’것들로,나무위에지어져바람에마구흔들리거나커다란뱀이기어다니는유리집,그리고PVC비닐로만들어진성모양의‘바운스하우스’이다.

바운스하우스는오두막이나성모양으로제작되기도하는데기둥과탑,트램펄린,심지어작은수영장까지달려있고음악이흘러나오기도한다.그렇지만바운스하우스를진짜집답게만드는건이런근사한부대시설이아니다.땅바닥에단단히고정하지않으면집이바람에흔들리다못해훌쩍날아가버릴수있다는사실이다.-115쪽

스포츠에서대개홈팀이경기에유리하다는‘홈어드밴티지’개념은사실과학적인근거가부족하듯이아키코부시는우리가집에대해‘일종의신화’와양가적인감정을가질수밖에없음을인정한다.때로는늘거기있던가구대하듯이가족의변화를알아채지못하지만아이들의키를연필로표시한문틀만은새로페인트칠하고싶지않은마음처럼.깨진타일이나망가진조명을손보는일은미루지만파리떼를퇴치하는온갖방법에서예술적인요소를찾아내거나방수포를‘반짝이는코발트색보자기’로묘사하는마음처럼.더위를식혀주는선풍기가사망에이르게도할수있다는서늘한괴담처럼.오래전떠나왔거나이제는들어갈수없는공간이오히려선명하게기억나는것처럼.
깨진타일,이제는열수없는문,주방의물건들…
그것들이우리삶의주제가된다

1940년대시인월리스스티븐스와로버트프로스트의논쟁을다룬〈잡동사니〉라는글에서아키코부시는낡고사소한것들에시선을두는이유를역설적으로이렇게말한다(이책의원제EverythingElseIsBric-A-Brac(그외나머지는잡동사니)는이글에서비롯되었다).

주제와잡동사니는엄연히다르지만우리는둘을자주혼동하곤한다.당신이‘잡동사니’라고생각하는것-아버지의금색펜이나어머니의실크스카프,창턱에늘어놓은조개껍데기,시골마을에서산파란도자기주전자-은실은‘주제’이다.두시인이키웨스트에서뭐라고했건내가장담할수있다.-100쪽

영국의어느극단에서맥주병,주전자같은생활용품을이용해셰익스피어연극을제작했다는글〈작은극장〉(시리즈TableTopShakespeare는유튜브에서볼수있다)에서강조하듯이“사소한것이위대해지고,위대한것이사소해”지며“평범함과특별함은한끗차이”이기에아키코부시는《낡고사소한것들의자리》에서땅속에묻혀있던수백년전동전이나이제는열리지않는문같은낡고쓸모를잃은것들을살펴보고그것의이름과자리를찾아주고자한다.그것은어쩌면우리가어디에있었고지금어디에있는지를이해하는새로운방법이될수있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