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풍지 우는 소리

문풍지 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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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풍지 우는 소리》는 시인 강문규가 오랜 세월 삶의 자리에서 길어 올린 61편의 시를 도서출판 청람서루(대표 김왕식)에서 엮은 시집이다.
이 시집은 거창한 서사나 과장된 감정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문풍지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들기름 먹인 툇마루의 온기, 양은 도시락의 눌린 밥, 연탄불 위에서 익어가는 꽁치, 그리고 사라진 가족을 향한 말없는 그리움 같은 일상의 미세한 장면들을 통해 삶의 본질에 천천히 다가간다.
시인은 사소한 풍경 속에 깃든 시간과 관계, 그리고 마음의 결을 절제된 언어로 길어 올리며, 독자에게 잊혀진 감각을 다시 일깨운다.

이 시집은 다섯 개의 부로 구성되어 하나의 삶의 흐름을 이룬다.

1부 〈고요를 세우는 풍경〉에서는 산사, 노송, 달빛과 같은 자연의 이미지 속에서 욕망을 내려놓고 마음을 낮추는 과정을 담아낸다.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내면을 정화하는 공간으로 작용하며, 독자는 그 고요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2부 〈손의 온도, 살림의 서정〉에서는 밥상과 부엌, 노동의 현장을 통해 가족과 삶을 지탱해 온 ‘손의 윤리’를 그린다. 양은 도시락과 꽁보리밥, 석유곤로 찌개와 같은 소재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랑과 헌신의 기록으로 되살아난다.

3부 〈그리움의 식탁〉은 부모와 고향, 지나간 시간에 대한 절제된 그리움을 담는다. 시인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빈잔과 소주잔, 종착역과 설날 같은 이미지로 상실 이후의 시간을 조용히 견디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4부 〈사람 구경, 마음 구경〉에서는 일상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삶의 태도와 관계의 본질을 성찰한다. 자리싸움, 말다툼, 버르장머리 같은 소재를 통해 시인은 인간을 비판하기보다 이해하려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5부 〈비우고 건너가는 법〉은 이 시집의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욕심을 내려놓고 삶을 가볍게 살아가는 지혜를 전한다. ‘비움’은 체념이 아니라 성숙이며, 내려놓음은 새로운 삶으로 건너가기 위한 선택임을 조용히 일깨운다.

강문규의 시는 독자를 설득하거나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낮고 단단한 언어로 삶을 응시하며, 독자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스스로 불러오도록 여백을 남긴다. 이러한 절제와 담백함은 오히려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며, 읽을수록 삶의 온도와 무게를 다시 느끼게 한다.

《문풍지 우는 소리》는 한 번 읽고 지나가는 시집이 아니라, 곁에 두고 오래 머물며 되새기는 책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이 시집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조용한 쉼표가 된다. 삶이 버거운 날, 이 책은 말없이 다가와 마음을 어루만지는 한 줄기 바람처럼, 오래도록 곁에 남을 것이다.


청람 김왕식
저자

강문규

목차

목차


《문풍지우는소리》



1부〈고요를세우는풍경〉

山寺(산사)
永保亭(영보정)
노송1
뜨락에서
마산항
달빛
봄이온다
행복
초가집
겨울밤이야기
문풍지우는소리
산수골




2부〈손의온도,살림의서정〉

양은도시락
구공연탄불꽁치
꽁보리밥
석유곤로찌개
아궁이장작불
도리깨질
물동이지게
부지깽이
절구질
새우젓
아버지와돼지고기한근
예당호


3부〈그리움의식탁〉

아버지의소줏잔
엄마생각
엄마내꿈에놀러와줄거지
달그림자(엄마)
당신의빈잔
커피한잔의그리움
종착역
설날
털고무신
오줌싸개와키
기둥이되어줄게
마실



4부〈사람구경,마음구경〉

자리싸움
팔불출
깍쟁이
버르장머리
포장마차
말다툼
푸짐하게
할미꽃·진달래꽃
중년의가슴에꽃이피면
흔들리며산다
해가뜨고해가지고
툇마루



5부〈비우고건너가는법〉

비움
내려놓고비우니
빈수레인생
인생은콩깍지
인생은바람이다
바람이등을밀어살아왔다
세월아쉬엄쉬엄가렴
달그림자
아무것도드릴게없어요
노송2
먼동이트는아침
보령중학교
봄날


부록

작가의말
에필로그|김왕식평론가

출판사 서평

문풍지의울음에서시작된삶의미학


-강문규시집《문풍지우는소리》



강문규의시집《문풍지우는소리》는거대한서사나실험적언어로독자를압도하지않는다.대신,아주작고사소한장면들-문풍지사이로스며드는바람,양은도시락의온기,연탄불위에서익어가는꽁치-을통해삶의본질에접근한다.
이시집은새로운것을말하기보다,우리가이미알고있으나잊고살아온것들을조용히다시불러낸다.

이시집의가장큰미덕은‘낮은시선’이다.

1부〈고요를세우는풍경〉에서시인은자연을단순한배경으로소비하지않는다.산사,노송,달빛,초가집은모두인간의욕망을낮추고마음을비우게하는‘정신의장치’로기능한다.특히문풍지우는소리는외부의바람이아니라내면의울림으로전환되며,이시집전체의정서를규정하는핵심이미지로자리한다.

2부〈손의온도,살림의서정〉은시집의체온을책임지는부분이다.양은도시락,꽁보리밥,석유곤로찌개등은단순한향수의대상이아니다.이시편들속에는가족을지탱해온보이지않는노동,특히‘어머니의부재하는존재감’이강하게각인되어있다.강문규는감동을과장하지않는다.오히려말하지않음으로써더깊은울림을만든다.

3부〈그리움의식탁〉에이르면시의밀도는더욱짙어진다.아버지의소주잔,엄마를향한그리움,종착역의고독은모두‘상실이후의시간’을다룬다.그러나이상실은비극적으로과장되지않는다.시인은그리움을절제된언어로붙들어두며,독자가스스로자신의기억을불러오게만든다.이점에서강문규의시는감정의소비가아니라감정의숙성에가깝다.

4부〈사람구경,마음구경〉은현실로의귀환이다.자리싸움,팔불출,깍쟁이,버르장머리같은시편들은일상의군상을통해인간의본성을드러낸다.그러나비판은날카롭지않고따뜻하다.시인은인간을단죄하지않는다.대신“사람은결국사람으로남는다”는단순한진실을통해삶의윤리를제시한다.

마지막5부〈비우고건너가는법〉은이시집의결론이자철학이다.비움은이시집에서핵심키워드다.손을펴면아무것도남지않는다는인식은허무가아니라해방으로이어진다.빈수레,바람,세월이라는이미지들은모두삶을덜어낼때비로소가벼워진다는깨달음을향한다.특히마지막시에서제시되는‘희망을천천히마시는태도’는,이시집이궁극적으로독자에게건네는삶의방식이다.

강문규의시는화려하지않다.그러나깊다.이시집은독자를흔들지않고,대신조용히스며든다.그리고어느순간독자는자신의삶을돌아보게된다.그것이이시집의힘이다.

《문풍지우는소리》는읽는책이아니라,오래곁에두고살아가는책이다.빠르게소비되는시대에,이시집은느림과비움의가치를다시일깨운다.삶이버거운독자에게,이책은말없이등을다독이는한줄기바람이되어줄것이다.


ㅡ청람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