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사람의아는사람이주식,비트코인,금등에투자해서갑자기큰돈을벌었다는이야기를심심찮게듣는다.로또1등이아니고선현실을벗어날수없다며,1등에당첨되면어떻게할지매주행복회로를돌리는직장인들도주변에서흔히볼수있다.SNS에올라오는남들의부와성공을보면나를뺀사람은모두행복한것같은착각이들때가있다.이런현실덕에‘상대적박탈감’이올해의키워드처럼떠오르고있다.
저자는자신의인생이한편의잔혹동화같다고말한다.누군가는태어날때부터쥐고시작하는데자신에게는그중하나도해당되지않는게의문스러웠다.그렇다고해서주저앉아원망하기보다는별것없는삶이나마붙들고살아가려애쓴결과나온것이이책이다.저자는돈과명성을위해이책을쓴것이아니라,자신의삶에서느낀의문과불공평함을동화속인물의입장에서생각하고풀어낸다.
저자가이책에담은이야기하나하나는몇번이고길을잃고제자리를맴돌면서도결코포기하지않고앞으로조금씩나아가려애쓴결과다.해피엔드를기대하기보단,같은실수를반복하지않기위해퇴고를반복하며‘자신의인생’이라는이야기를스스로쌓고만들어간다.그결과는손에잡히지않는화려한삶보다가치있고의미있을것이다.
책속으로
누구나한번쯤은들어봤음직한동화속이야기,
하지만그속엔아무도모르는속마음이있습니다.
〈빨간모자〉속의늑대,
〈헨젤과그레텔〉속의계모와〈백설공주〉속마녀에게도
말하지못한진심이있었습니다.
이책은그들의마음과숨겨진진실을대신전하려합니다.
익숙한동화의뒤편에숨겨진,미처몰랐던이야기들은
어쩌면당신의이야기와닮았을지도모릅니다.
---속표지
그뒤로올라온건잭혼자가아니었다.잭이많은식량을가지고돌아갔다는건풍부한자원이있다는뜻이었고,그곳으로향한길이있다는건누구나올라올수있다는뜻이었다.그들은필요한만큼이아니라가능한만큼가져갔다.남겨두는건그들의방식이아니었다.
나는그들을쫓아냈다.그순간만잘라내어이야기에넣으면,나는분명괴물이다.그래서이야기속에서나는그렇게기록되었다.
누군가를위협하는장면은전설이되기쉽고,누군가의삶이무너지는과정은항상생략된다.괴물이라치부되는자의뒷이야기쯤이야사람들에게는무의미했으니까.
커다란존재는위험하고,작은존재는용감하다.조용히살던쪽은배경이되고,침입한쪽은주인공이된다.나는그틀안에서쓰러지기딱좋은존재였다.
왜그곳에혼자있었는지,왜사람들곁을떠났는지,정말로누군가를해친적이있었는지는중요하지않았다.중요한건이야기가깔끔하게끝나는것이었다.
---pp.30~31
그래,나는이상했어.너희와다르게생겼고,너희보다느렸고,너희처럼헤엄치지못했어.근데그게나를쪼아도되는이유였어?몰아붙여도되는근거였어?웃어도되는명분이었어?
나는아직도그질문에대한대답을찾지못했어.그리고아마앞으로도찾지못할거야.나는너희와다른거지,틀린게아니니까.
너희는멈춘적이없어.내가울때도,내가도망칠때도,내가가만히있을때도.멈춘건단한번,내가떠나고나서였지.(중략)
아니,나는떠나서괜찮아진게아니야.떠나지않으면더망가질것같아서도망친것뿐이야.그차이를너희는모를거야.
---pp.53~54
결혼식은서둘러치러졌다.그는영웅이되었고,나는구원받은공주가되었다.
세상은그걸전설이라불렀다.잠자는숲속의공주가사랑으로깨어났다고.
하지만진실은간단하다.그는호구였고,나는미끼였다.
우리의결혼은사랑이아니라거래였고,거래의대가는빚이었다.
지금도사람들은숲속의공주이야기를믿는다.아이들은동화책을읽으며사랑의키스를꿈꾼다.
그러나나는비웃는다.나는한번도잠든적이없으니까.
나는눈을감고,나라가호구를낚기를기다렸을뿐이었다.
사랑의키스라는거짓을동화라부르며감탄하는세상에서결국이거짓을믿는건바보뿐이다.
---p.66
은혜를갚은까치,목숨으로보답한새,짐승도아는도리.그런말이우리의죽음을덮었어.
그는과거에급제했대.그리고잘살았대.
숲은곧다른구렁이가자리를차지했지만,인간은다시나타나지않았어.
우리의계산에는그항목이빠져있었던거야.인간이우리의숲을계속지켜줄거라는가정,혹은적어도우리의죽음을헛되이여기지않을거라는기대.
인간은우리를추모했지만,책임을지지는않았어.
나는고마워서죽은게아니야.나는숲을위해,우리를위해,더나은가능성을위해인간을선택했을뿐이야.그리고그선택이틀린거지.그게전부야.
우리의죽음은숭고하지않았고,아름답지도않았어.그저계산이빗나간결과였어.
---p.90
너희는끊임없이살아남는법을말하지만,살아있는것처럼보이지는않아.여름에도,겨울에도너희는항상같은일을할뿐이잖아.
하지만나는달라.여름엔노래하고,겨울엔연주해.계절마다쓸모를바꾼다고.
너희는계절을견디고,나는계절을이용하지.그차이야.
너희는내이야기를교훈으로만들고싶어하겠지.
“놀면망한다.”
“게으르면굶는다.”
그래야너희삶이조금덜억울해질테니까.
근데현실은좀다르지.놀아도,연주해도,누울자리만잘고르면겨울은지나가거든.
굶는건선택을잘못한쪽이지.
너희가정말부지런해서여기까지온게아니야.그냥여기말고갈곳이없었을뿐이야.
---p.183
왕자가바꿔준어느착한여자의일생이아니라,자신의운명을스스로조각한,철.저.히.계획적이었던삶이라는거지.어때?넌아직누군가를기다리고있니?아니면스스로칼을쥘준비,됐니?
---p.190
아!사람들은내가왕을속였다고말하더군.틀렸어.나는거짓말을강요한적이없어.나는단지말한마디했을뿐이야.그말에동의한건그들이었잖아.
나는옷을건네지않았어.그들이스스로허공을입었지.
더웃긴건그다음이야.다음날궁은평소와다를바없이움직였고,대신들은여전히고개를숙였어.백성들은시장에나갔고,아이는아마부모에게혼났겠지.“괜히튀지말라”는말을들었을지도몰라.권력이란건그렇게움직여.잠깐의웃음은허용하지만,그렇다고결정의방향은바뀌지않아.
---p.226
진실?그딴건중요하지않아.듣는사람입맛에맞게미화되고,보기좋게각색돼서결국누군가가원하던버전으로남는거야.
결국내가쓴것도,네가읽고싶은것도,데스크가원하는문장과다를게없겠지.
자,이제네차례야.넌이구역의또다른작가로남을래,아니면결국미화된이야기의재료가돼볼래?
---p.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