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멀도록 환하겠다 (이인자 시집)

눈이 멀도록 환하겠다 (이인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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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죽음의 시대를 건너온 목소리,
젖빛 암물처럼 깊고 고요하게 스며드는 기억,
상흔 끝에서 비로소 피어나는 한 생의 시.
『눈이 멀도록 환하겠다』
생과 사를 가르던 시대를 건너온 목소리가 가장 낮은 자리의 생명으로 이 시집에 스며있다. 시인은 여성의 몸으로 견뎌낸 시대의 가난과 노동, 그리고 참혹의 시간을 지나오며, 끝내 사라지지 않는 생의 감각을 지렁이의 몸에 겹쳐 놓는다.
“우리 집 마당에는 / 오래된 지렁이 나라가 있어”라는 고백으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시대의 냉혹한 현실을 교차시킨다. 비 오는 날 기어오르던 지렁이를 오체투지의 수행처럼 바라보던 유년의 시선은, 이제 거짓 용들만 소리치는 세계 앞에서 조용히 무너진다.
갯벌의 여인들이 젖빛 암물 한 모금으로 삶을 버텨냈듯, 이 시집 속 생명들은 가장 낮고 더러운 자리에서조차 스스로를 지탱해 온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꿈과 상승의 서사는 어느새 차단되고, 지렁이는 더 깊은 땅속으로 파고들 뿐이다.
이 시집은 상흔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밟혀도 제대로 꿈틀거리지 못하는 지렁이의 몸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꿈과 윤리의 감각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한다. 지금 이 세계에서, 진짜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존재는 누구인가.

-출판사 서평
저자

이인자

1940년인천출생
1959년인천사범학교졸업
1959년부터40년간김포,안동,봉화,문경,대구에서초등학교교사로근무

목차

05·시인의말
▶1부검은구름아래서붉게울었다
14·해창에서
15·팔망아지
17·빈집1
18·자작나무서있는
20·날된장에밥을먹으며
22·가을들판
24·먼기억
26·보리밥을짓다가
28·소나무배기집
30·찻잔만같아라
32·늦가을
33·흉몽

▶2부또눈물나도록이쁘다
36·희망사항
37·원망
38·눈이내리네
39·종이컵
40·찻물우리며
42·암물
44·물오리
46·동의나물곁에서
48·발길질
50·낮은자리
51·오이지
53·얼간재비고등어를사다
55·비

▶3부그리움불꽃되어하늘에닿네
58·관계
60·꼭두서니
62·빈집2
64·은어
66·애기똥풀꽃
68·무지개
70·단풍타는데
72·반딧불이
74·밤줍기
76·지리산
80·비오는날
82·개나리

▶4부환장하게웃고있다
86·남지장사南地藏寺
87·잠
89·까마귀떼
91·아침나절
94·겨울호수
95·조팝꽃
97·게를보며
99·잡초
100·복사꽃
101·풍경
102·사는동안
103·송화날리는날

▶5부쐐기풀한줌필요해
106·부엌에서
109·지렁이
111·쓸개
113·영산홍이불
115·땅풀릴무렵
117·검은새
118·소금
119·요즈음
120·가을들판에서
122·열두살설움

▶6부해처럼환히웃겠다
126·술상머리에서
128·속쓰린아침
130·개구리밥
131·씀바귀꽃
132·잡초를뽑다
133·시린손
134·늦은봄날
135·가벼운혼
137·개망초
139·┃발문┃존재를밀고나아가는기억의서사
_장수철(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한사람의생애는시대의강물밑바닥을온몸으로짚어가는도정이며,그자체로하나의위대한서사이다.해방전후와한국전쟁,그리고미증유의경제도약기를살아냈던세대에게있어특히그서사의농도가얼마나짙고비장한것일지는상상되고도남음이있다.
이인자시인의시는회상의화법으로전개되는경우가많다.회상은단순히과거를떠올리는것만이아니라,삶전체를이해하면서축적된경험들을지혜로승화시키는과정이다.하이데거는휠덜린의시를논하면서회상이단순히기억하는의식의작용이아니라존재의근원을다시생각하는것,존재가처음열렸던순간을되새기는것이라고말한다.즉회상하기는사유하기이며,존재의근원을향해다시금사유하는존재론적행위인것이고,이에머물지않고새로운미래로존재를밀고가는세찬발걸음인것이다.
이인자시인은지난날을회상하며자신의삶을새롭게해석해나간다.그것이잔혹한전쟁과살육의경험이든,목가적기억이든,회상을통해화자는새로운자신,새로운미래로나아가려한다.이인자시인의시를읽고있으면한국현대사의뼈아픈마디들이돌올하게만져진다.더욱이여성으로서감내해야했던거친고난의세월또한선연하게그려진다.이런점에서이인자시인의시들은시의가치와문학의위의를다시금우리에게보여준다.-장수철(시인,문학평론가)해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