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의 주거철학

퇴계 이황의 주거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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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퇴계(退溪) 이황(李滉)은 평생토록 나아감(出)보다 물러남(退)을 택한 사람이었다. 그의 호(號) 퇴계가 일러 주듯, 그는 벼슬길의 영화를 멀리하고 고향 안동의 산수(山水)로 돌아와 도산(陶山) 기슭에 작은 서당을 짓고 학문과 수양으로 만년을 보냈다. 그러나 그 물러남은 결코 세상을 등지는 도피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의 거처를 깊이 가다듬어 끝내 도(道)에 이르고자 한, 더없이 적극적인 삶의 선택이었다. 퇴계에게 거처(居處)란 단지 몸을 누이는 곳이 아니라, 경(敬)을 닦고 본성을 기르며 자연과 더불어 노니는 수양의 자리였다.

오랜 세월 부동산법과 주거 정책을 연구하고 가르쳐 온 나는, 늘 제도와 법률로서의 주거를 다루어 왔다. 그러나 그 논의의 바탕에는 결국 "사람이 어디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놓여 있었고, 그 물음을 좇다 보니 마침내 퇴계에 이르렀
다. 율곡(栗谷)이 그 수양을 가정과 향촌과 나라의 경영으로 밀고 나간 실천의 학자였다면, 퇴계는 무엇보다 마음 안의 거처를 깊이 들여다본 수양의 학자였다. 도산서당의 검소한 한 칸 방에서 그가 보여 준 삶은, 집을 평수와 시세(時勢)로만 셈하는 오늘의 우리에게 거처의 참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묵묵히 되묻는다.

퇴계의 거처론(居處論)은 몇 개의 기둥 위에 서 있다. 첫째는 경(敬)이다. 마음을 하나에 모아 흐트러지지 않게 하고(主一無適), 몸과 거처를 가지런하고 엄숙하게 하며(整齊嚴肅), 늘 깨어 있는(常惺惺) 거경(居敬)의 태도가 곧 그의 주거 철학의 정
신적 기초이다. 둘째는 산수(山水)와의 조화이다. 도산서당의 터를 잡고 천연대(天淵臺)와 천광운영대(天光雲影臺)를 거닐며 자연을 관조(觀物)한 그의 삶은, 거처가 마땅히 자연과 어우러져야 함을 일깨운다. 셋째는 건축에 깃든 검소와 비움의 미학- i 이니, 「도산기(陶山記)」에 담긴 그의 건축 철학은 화려함이 아니라 절제와 기능의 일치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았다. 경(敬)으로 거하고 산수(山水)에 노니는 것 이것이 퇴계가 우리에게 남긴 거주 철학의 요체이다.
저자

김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