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이이의 주거철학

율곡 이이의 주거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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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학문을 책상 위의 일로만 여기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천하의 이치를 궁구하면서도 그 이치가 끝내 일상의 삶 속에서 실천되어야 함을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 『격몽요결(擊蒙要訣)』에 따로 거가(居家)의 장(章)을 두어 부모를 섬기고 형제와 우애하며 손님을 맞는 도리를 일러 둔 것이나, 『성학집요(聖學輯要)』에서 수기(修己)와 치인(治人)을 하나로 꿰어 논한 것이 모두 그러하다. 율곡에게 거처(居處)란 단지 몸을 두는 곳이 아니라, 성(誠)을 닦고 경(敬)을 기르며 마침내 도(道)를 실현하는 자리였다.

오랜 세월 부동산법과 주거 정책을 연구하고 가르쳐 온 나는, 늘 제도와 법률로서의 주거를 다루어 왔다. 그러나 그 논의의 바탕에는 결국 "사람이 어디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놓여 있었고, 그 물음을 좇다 보니 마침내 율곡에 이르렀다. 퇴계(退溪)가 거경(居敬)으로 마음의 거처를 깊이 가다듬은 학자였다면, 율곡은 그 수양을 가정과 향촌과 나라의 경영으로까지 밀고 나간 실천의 학자였다. 안민(安民)을 향한 그의 경장(更張) 사상과 향약(鄕約)사창(社倉)의 구상은, 백성의 삶의 터전을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뇌의 산물이었다. 율곡의 주거 사상이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묵직한 울림을 주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율곡의 거처론(居處論)은 몇 개의 기둥 위에 서 있다. 첫째는 성(誠)이다. 겉과 속이 한결같은 성실한 마음으로 집을 꾸리고 가정을 이루는 일이니, 이는 그의 수양론(修養論)이 주거에 깃든 것이다. 둘째는 경(敬)이다. 거처를 정제(整齊)하고 몸가짐에 절도를 지키는 거경(居敬)의 태도가 곧 일상의 수양임을 그는 일러 두었다. 셋째는 이기지묘(理氣之妙)와 이통기국(理通氣局)의 사유이니, 주거에도 마땅히 지켜야 할 보편의 이치(理)가 있고 땅과 형편에 따른 특수함(氣)이 있어, 그 둘이 묘하게 어우러져야 함을 일깨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마침내 향약과 사창으로 대표되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 곧 의(義)로 이웃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성(誠)으로 거하고 의(義)로 이웃하는 것 - 이것이 율곡이 우리에게 남긴 거주 철학의 요체이다.
저자

김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