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며 잊다 (무지를 확장하는 독서와 글쓰기)

읽고 쓰며 잊다 (무지를 확장하는 독서와 글쓰기)

$11.00
Description
“AI가 글을 대신 써주는 시대, 그래도 내가 써야 하는 이유”

효율성 시대를 역주행하는 산문집, 『읽고 쓰며 잊다』 출간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는 특별한 책이 나왔다. 고유동 작가의 산문집 『읽고 쓰며 잊다: 무지를 확장하는 독서와 글쓰기』(도서출판 불과글)이다.

이 책은 ‘앎을 채우는 독서’가 아니라 ‘모름을 확장하는 독서’를 말한다. 지식의 축적과 속독, 요약이 미덕이 된 시대에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저자는 말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쓰면 쓸수록 모르는 것이 늘어간다”라고. 이것이야말로 앎의 진짜 확장이라고. SNS에 박제된 문장을 전시하는 ‘텍스트힙’의 허영, 완벽을 향해 달리다 번아웃되는 ‘갓생’의 자기 착취를 정면으로 겨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아포리즘 산문과 독서 에세이가 교차하는 악장 구성이다. 짧은 사유의 단편들이 쌓이다가, 간주(Interlude)에서 한 권의 책과 긴 호흡으로 대화하고, 다시 아포리즘으로 돌아오는 흐름이 음악처럼 이어진다. 이 독특한 설계가 사유에 리듬과 깊이를 동시에 부여한다.

문체 또한 독보적이다. 짧은 단문과 낯선 은유의 결합, 기존 사자성어를 뒤집어 만든 신조어, 산문과 시의 경계를 지우는 리듬. 저자는 자신의 글을 “머리는 사자, 몸은 산양, 꼬리는 뱀인 키메라”라 부른다. 관련 없는 것들을 이어 붙여 미증유의 의미를 길어 올리는, AI가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종류의 글쓰기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못남’을 옹호한다는 점이다. 표준화된 완벽함이 아니라 삐걱대는 독창성을, 순도 100%의 양산품이 아니라 0%에 가까운 확률로 튀어나오는 불량품을, 군계일학이 아니라 ‘군학일계(群鶴一鷄)’를 환대한다. 읽고 나면 내가 그동안 부끄러워했던 나의 무지와 서투름이 어느새 고귀한 자산처럼 느껴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은 독서의 양적 축적에 회의를 느끼는 독자, AI시대에 ‘그럼에도 쓰는 이유’를 찾는 창작자, 갓생에 지친 번아웃 세대, 독특한 문체의 산문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조용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작가는 담담하게 말한다. 글쓰기란 결국 “신발 밑창에 끈적하게 들러붙은 껌딱지” 같은 것이라고. 매끄러운 효율성의 시대에 기꺼이 껌딱지가 되기를 자처한 한 사람의, 132쪽짜리 얇은 책을 조용히 권한다.
저자

고유동

육군사관학교에서기계공학을전공한후20년간육군보병장교로복무했다.KAIST미래전략대학원에서수학하며인문학과첨단공학소양을쌓았고,이를기초로미래전쟁에관한논문을발표하여석사학위우수논문상을받았다.2023년전국고전읽기백일장대회대통령상수상을시작으로글을쓰기시작했고,2024년계간《문학고을》등단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본격적으로수필가로서활동을시작했다.이후공학소양과문학감성을직조하여삶의심연을드러내는글을꾸준히발표해왔고,소재와주제를형상화하는독특한시선과건조한문체로DMZ문학상(산문),용아박용철전국백일장(산문),평택사랑전국백일장(산문)등다수대회에입상했으며,2024년하반기《문학고을》최우수작가상을받았다.

〈출간도서〉
산문집『낱말의질감』
에세이『육아인줄알았는데유격』
에세이『이게바로갓생이군』(공저)
에세이『위대한훈련병』(공저)

인스타그램(@kkuixote)

목차

자서自序

1부|읽는다는것:무지의발견

까만뼈대
지적불모
시끄러운공동묘지
귀없는박테리아
등록하시겠어요?
끝모를협곡
실타래
저체중대왕고래
투명한숲
안전한활극
나는책이로소이다

간주(Interlude)Ⅰ|독서와산문사이

흐릿해진사람색칠하기
파편을먹고자란꽃
투명한폭력에는깊이가없다

2부|쓴다는것:실패의방법론

실패를갈망하는광대
낡은외투
돌머리의묵상
수다쟁이들
기름진간신배
눈없는입
미완성의표정
진흙다이빙
완벽하게망하는글쓰기
낮을수록가닿는글쓰기
할루시네이션

간주(Interlude)Ⅱ|시와산문사이

불가능한받아쓰기
시가썩어뱀이되는비과학적원리
산패의온도

3부|앎과모름의틈:무지의윤리학

무채색뼈
헛수고의툰드라
사라진쳇바퀴
꼬리를삼키는뱀
녹슬어가는경구
현실이라는가상
어긋난퍼즐
갓생
덕트테이프왕관
들불처럼번져가는
께름칙한열쇠
숟가락개수세는글쓰기
충혈된눈
신발밑창껌딱지처럼글쓰기
고요한통증

후주(Outro)|일탈

일탈
도미노의몰락
블루블랙의배려
업사이클링
홧김에글쓰기
해와달의순환을닮은글
꿈의형태소
역모

출판사 서평

읽을수록모르는것이늘어나는,
이상하고도정직한독서와글쓰기의기록.

여기읽고쓰는행위를통해앎이아닌‘모름’을확장해나가는작가가있다.지식을그러모아지적결핍을채우려했던과거의자신을돌아보며,그는진정한성장이란무지를적나라하게까발리는데서시작된다고말한다.

고유동작가의『읽고쓰며잊다:무지를확장하는독서와글쓰기』는독서와글쓰기라는익숙한행위의이면을파고드는산문집이다.지식의축적이아니라무지의발견을,완성이아니라실패의방법론을,확신이아니라끊임없는흔들림을이야기하는이책은,자기계발서의문법으로포장된얄팍한앎의시대에정면으로돌진하여균열을낸다.SNS프로필에죽은문장을진열하고‘텍스트힙’의패션을걸치는세태를향해,작가는그것이지적불모를숨기려는쓸모없는노력이었음을고백하며,소유할수없는앎의본질을더듬어간다.

1부‘읽는다는것:무지의발견’에서는독서라는행위가어떻게매일의투쟁이되는지를탐색한다.바다에잉크한방울을떨어뜨리는것같은독서경험,고전이우상이되어버린시대의맹목,감수성의역치가높아져39억년전박테리아로회귀하는독자의자화상까지,작가는독특한비유와상상력으로읽는행위의깊은곳을건드린다.

2부‘쓴다는것:실패의방법론’에서작가는추상과구체의줄타기위에서끊임없이나동그라지는광대의모습으로글쓰기를그려낸다.처음부터완벽한글은나올수없다고굳게믿기에,아무거나툭,지금이순간떠오르는생각을툭툭던지는것에서시작하자고권한다.형편없는문장이존재해야다음문장이열린다는진실,인공지능의‘할루시네이션’에서오히려독창성의가능성을발견하는역발상까지,글쓰기에대한통념을유쾌하게전복시킨다.

3부‘앎과모름의틈:무지의윤리학’은독서와글쓰기를넘어삶의태도로까지사유를확장한다.성실의강박속에갇혀엘리트가축으로살아온날들,몸이방아쇠를당겨삶의분기점에선순간,딸과함께하는미래를위해모든것을제로에서시작하기로결심한이야기가담담하면서도깊은울림으로전해진다.

고유동작가의문장은독특하다.시적비유의밀도가높으면서도유머와자조가곳곳에스며들어,무겁지않게깊은곳까지내려간다.책을‘시끄러운공동묘지’라부르고,독서를‘안전이보장된영화관에서의활극’에비유하며,글쓰기를‘홧김에’하는일이라선언하는고유동작가의시선은,읽고쓰는모든이에게새로운풍경을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