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연 (그날, 돌아오지 못한 이름들에게)

기억의 연 (그날, 돌아오지 못한 이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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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하늘로 띄워 보내는, 끊어지지 않을 한 가닥의 연(緣)”
연(鳶)은 바람을 타고 멀리 떠오르지만, 그 끝은 언제나 누군가의 손에 닿아 있는 가느다란 실 하나로 이어져 있다. 호국시집 『기억의 연』은 그 오래된 풍경 위에, 끝내 잊지 않으려는 마음의 끈을 더했다. 멀리 떠난 이들과 오늘을 사는 우리 사이, 보이지 않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는 한 가닥의 연(緣). 그 실을 따라 아홉 시인은 시를 띄운다.

이 시집은 군복을 입었거나 입어본 적 있는 아홉 명의 군인과 예비역이,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이름들을 향해 건네는 늦은 안부다. 노량의 부서진 전선 위에 일렁이던 달빛, 하얼빈역에 울려 퍼진 여섯 발의 총성, 철원의 야산에 묻혀 어머니께 부치지 못한 편지, 인천 앞바다로 향하던 9월의 갈마바람, 그리고 총 대신 붕대를 들고 이 땅에 와준 낯선 나라의 의료진들까지. 역사책의 한 줄로는 다 담을 수 없었던 그날의 숨결과, 남겨진 이들의 사무침, 오늘도 같은 자리를 지키는 현역의 발자국이 한 편 한 편의 시가 되었다.

시집은 〈그날 - 남겨진 사람들 - 지금, 우리는 - 이어지는 시간 - 우리가 남길 것〉으로 이어지는 5부 구성을 통해 과거의 희생에서 오늘의 다짐, 그리고 내일의 약속으로 흐르는 시간의 결을 따라간다. 흐느끼는 아낙네의 한(恨) 서린 품에서 시작된 시선은, 부치지 못한 편지를 접는 남겨진 이의 손끝과 새벽 초소에 맺힌 이슬을 지나, 끝내 "우리는 잊지 않는다"는 단단한 약속에 가닿는다.

우리는 종종 그들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라지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그들을 부르던 우리의 목소리인지도 모른다. 부르지 않으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잊히는 이름들. 군화 속에 뿌리내린 잔디와 녹슨 철모 위에 웃는 민들레, 영정 속에서 조용히 우리를 바라보는 미소, 그리고 오늘도 매서운 바람 아래 태극기를 응시하는 현역의 시선까지. 이 시들을 따라가다 보면 알게 된다. 우리가 누리는 따뜻한 차 한 잔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새벽마다 켜지는 도시의 불빛, 그 모든 평온이 누군가의 견딤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을. 한 편의 시가 한 사람의 이름이 되고, 한 사람의 이름이 다시 누군가의 오늘이 된다는 것을.
저자

김원식

육군소령,문학회장

생각을엮고,사람을잇고,마음을기록한다.
오늘도서로의시간을하나의문장으로이어나가고있다.
초록의결을믿는다.
Instagram@1st_booketer_one_think

목차

서문5

1부|그날-헌신의순간

노량의빛이되어/김원식
무명(無名)/이운수
토마스/윤승준
부치지못한편지/이운수
학도병의편지/류유정
포화속으로/윤승준
크로마이트(OperationChromite)/윤태호
방탄모사이,그끝/한지연
라울마그랭베르느레/강모아
이름없는묘비/이환용
의료지원국을회상하며/강모아
아무일없는오늘/이찬우
상추쌈/윤태호

2부|남겨진사람들-기억하는이들

기다리는사람/이환용
안녕,그리고안녕/한지연
편지한통/이환용
동명이인/한지연
편지한통/이찬우2
흔적/류유정
녹슨열쇠/이운수
사무침의계절/한지연
애곡(愛哭)/류유정
화강의피리소리/윤태호
회상과독백/윤태호
전역하지못한이름/이찬우
소멸/김원식

3부|지금,우리는-현역의시선

묵념/한지연
행군자들/이운수
DMZ(1부)/윤승준
DMZ(2부)/윤승준
어느곳에서/김원식
지금,우리는/이찬우
그리움과책임사이/강모아
조국의눈이되리라/윤태호
직장인(職場人)/류유정
고마운이들에게/이환용
하루/김원식
대한민국/강모아

4부|이어지는시간-과거와현재의연결

초소에서/이운수
우리는걷는다/한지연
놓쳐서는안되는사람/강모아
시간은멈추지않는다/이찬우
남쪽을향하여/류유정
전투화/강모아
IF/윤승준
끝나지않는수평선/이환용
전쟁의역인과성/윤태호
이어받은자리/이환용
꺼지지않는이름/김원식
광복/류유정
잊지말아요/강모아

5부|우리가남길것-미래와다짐

조용한발자국/이찬우
기억의방식/한지연
그들에게만/윤승준
그렇게살아가는것/이운수
우리는잊지않는다/이환용
대답하지못한질문/윤태호
꿈/윤승준
충매화(忠梅花)/윤태호
누군가의내일/한지연
조국/류유정
우리가사랑한것들/김원식
우리는잊지않는다/이찬우
여기,대한민국/김원식
엔딩크레딧/이운수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끝내부르지못했던이름들에게,시(詩)로띄우는한가닥의연(緣)”

『기억의연』은‘초록동색문학회’소속아홉명의군인과예비역이함께펴낸공동시집이다.호국보훈의달6월을맞아,한국전쟁과이름없는영웅들,그리고끝내돌아오지못한이들을향한늦은안부에시선을모았다.군복을입었거나입어본적있는이들이직접펜을들어,역사책한줄로는다담을수없던그날의숨결과남겨진이들의사무침,그리고오늘도같은자리를지키는발자국을한편한편의시로옮겨적었다.

5부,그날에서시작해내일의다짐으로이어지는시간의결

이시집의큰미덕은구성에있다.〈그날-헌신의순간〉에서노량의부서진전선과하얼빈역의총성,인천앞바다의갈마바람을따라가던시선은,〈남겨진사람들-기억하는이들〉에서부치지못한편지와녹슨열쇠,영정속미소앞에오래머문다.이어〈지금,우리는-현역의시선〉이새벽초소와DMZ수색로위에서다시호흡을가다듬고,〈이어지는시간-과거와현재의연결〉은군화한켤레가시대를가로질러다음세대의발에다시신겨지는장면을비춘다.마침내〈우리가남길것-미래와다짐〉에이르러시는“우리는잊지않는다”는단단한약속으로매듭지어진다.한사람이떠나간시간이어떻게다음세대의오늘로이어지는가를,다섯부의결을따라차근히펼쳐보인다.

아홉개의목소리,하나의단단한결

아홉시인의색깔이서로다른데서오는두께도이시집의큰자산이다.김원식은〈노량의빛이되어〉에서충무공의충절을묵직한서정으로길어올리고〈하루〉에서평범한오늘의소리들을평화의음향으로재배치하며,강모아는〈라울마그랭베르느레〉와〈의료지원국을회상하며〉에서잊혀진참전국들의이름을한행씩호명한다.류유정은〈학도병의편지〉와〈애곡〉에서어머니의자리에서서부르지못한이름을곡진하게어루만지고,윤승준은〈토마스〉부터〈DMZ〉연작에이르기까지안중근의결의와오늘의경계근무를한호흡으로잇는다.윤태호는〈상추쌈〉의시큼한손바닥과〈충매화〉의마른가지끝을통해시간의무게를단단하게응결시키고,이운수는〈무명〉과〈부치지못한편지〉,〈엔딩크레딧〉을거치며이름없이사라진이들을끝까지응시한다.이찬우는〈아무일없는오늘〉과〈전역하지못한이름〉에서평온한일상의무게를정직하게떠받치고,이환용은〈이름없는묘비〉와〈끝나지않는수평선〉에서남겨진자의침묵을조용한헌사로다듬는다.한지연은〈방탄모사이,그끝〉과〈동명이인〉에서임관식의떨림과사무침의결을한호흡안에담아낸다.서로다른아홉결의목소리가‘기억의연(鳶)’이라는한제목아래자연스럽게한줄로묶인다.

연(鳶)과연(緣),두글자사이에놓인시집

표제어‘기억의연’이보여주듯,이시집은두개의‘연(鳶·緣)’을한권안에포갠다.멀리떠오르지만끝내누군가의손에닿아있는연(鳶)과,보이지않지만결코끊어지지않는한가닥의연(緣).그두글자사이에한권의시집이놓인다.군화속에뿌리내린잔디,녹슨철모위에웃는민들레,화강의갈대끝에매달려오래흔들리는이름들,그리고매서운바람아래에서도끝내꺾이지않는매화향까지.시인들은거창한영웅담대신한사람한사람의숨결로시대를다시읽어낸다.

누가이시집을읽으면좋을까

호국보훈의달을맞아한줄의묵념을건네고싶은이에게는조용한추념의자리를,군복무중인이에게는“내가지키는것이무엇인가”를다시묻는사유의시간을,가족을군대에보낸이에게는“그가서있는자리의풍경”을짐작하게하는창을,그리고역사를멀게만느끼던독자에게는한시대의무게가한사람의목소리로어떻게옮겨지는가를보여주는시집이다.

연(鳶)이가장높이떠오르는순간에도그끝이누군가의손에단단히매여있듯,이한권이독자의마음에도잊지말아야할이름하나로오래매여있기를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