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는유럽의반유대주의를어떻게증오로확산시켰는가
『나치독일의전쟁범죄』1부에서는종교와인종주의에바탕을둔유럽의뿌리깊은반유대정서가러시아에서의학살(포그롬)과프랑스드레퓌스사건을낳고끝내홀로코스트로이어지는역사적배경들을살핀다.특히지은이는히틀러의반유대주의적토양이생성되고,그것이젊은이들을포함한독일의보통사람들에게스며들어악영향을끼친과정에주목한다.지은이는히틀러가자신의논리를합리화하기위해니체와쇼펜하우어와같은독일철학자들을입에올렸지만,‘초인’을비롯해자신이좋아하는용어들을선택적으로차용하면서“유대인은페스트”라는식의생물학적인종주의궤변으로독일젊은이들을자신의정치적목적에이용했다고비판한다.
동시에현재유대인의다수를차지하는아슈케나짐유대인의뿌리에대한색다른탐구를통해이스라엘이주장해온혈통의‘연속성단일성’에대해서도날카롭게지적한다.지은이는여러연구자의검증된자료를근거로아슈케나짐이2,000년전예루살렘에서로마인들에게추방된유대인의후손이아니라,유대교로개종한러시아남부카자르왕국의후예들이라는사실을보여준다.이들은13세기에몽골의유럽침공을피해폴란드를비롯한동유럽으로옮겨갔다가20세기홀로코스트의희생양이됐다.이것이사실이라면디아스포라유대인,특히유럽의시오니스트들이추구해왔던알리야(귀향)의논거는명분을잃을수밖에없다.
침묵하는방관자들이홀로코스트로가는길을닦았다
2부에서는나치히틀러정권이유대인들에게가한폭력의강도가점점높아지면서마침내아우슈비츠를비롯해여러절멸수용소에서유대인들을독가스로대량학살하는과정이세밀하게그려진다.지은이는나치선전장관괴벨스가히틀러의명령아래일으킨‘수정의밤’폭력상황이홀로코스트를예고하는전주곡성격의포그롬임을밝힌다.그리고이때유대인상점과유대교회당이불타는야만적상황을지켜보기만했던독일보통사람들의태도에주목한다.상당수의독일인은평소비호감이던유대인들이겪는굴욕과고통을그저바라만보는‘구경꾼’으로남았다.지은이는독일언론과교회를포함한독일인의‘침묵’이대량학살로가는길을열어주었다고지적한다.
책은이어‘유럽유대인문제의최종해결’을논의한반제회의(1942년1월20일)를기점으로유대인들이게토와수용소를거쳐최종적으로절멸수용소에서죽음을맞이하는과정을다룬다.지은이는학살의참상뿐만아니라,수용소라는닫힌공간에서벌어진은폐된착취구조까지깊숙이파고든다.특히나치가보르델(Bordell,위안소)을운영했다는사실을밝힌점이눈길을끈다.일본군위안소가운영됐다는사실은널리알려졌지만,독일군이수용소의노동생산성을높이기위해여성수감자들을‘위안부’로삼아보르델을운영했다는사실은잘알려져있지않다.지은이는이런일이가능했던이유로,많은사람들이‘건강한’성풍속과성도덕을강조했던나치독일의겉면만을봐온점,피해여성들이지난날자신이겪은시련에대해입을닫고공론화를꺼렸다는점,연구자들도홀로코스트를독점하려는유대인들에밀려성폭력희생여성들에대한관심이적었던점을든다.
한편『나치독일의전쟁범죄』는유대인학살이독일의여러학살기계(나치친위대,독일국방군,경찰)의합작품임을보여준다.특히이동학살부대인아인자츠그루펜이유대인130만명을포함해200만명을총으로살해했다는사실은놀랍다.이와관련,지은이는독일의보통사람들이대부분열렬한히틀러추종자였기에기꺼이유대인살해에나섰다는대니얼골드하겐의주장이지닌허점을지적한다.골드하겐같은의도주의자들은나치의반유대주의신념이대량학살의원동력이고‘유대인문제의최종해결’은나치정권이처음부터의도해온정책이라고여긴다.하지만지은이는나치정권이처음부터유대인을대량학살하려는의도가있었다기보다는전쟁국면이바뀌면서‘대량이주→추방→학살’로나치정책이변화했다는기능주의연구자들의손을들어준다.학살이처음부터의도된것이아니라유대인억압정책이좀더과격한쪽으로‘기능’하게됐다는것이다.
‘악의평범성’이보여준뛰어난통찰력,하지만아이히만은‘괴물’
3부에서는나치독일지도부의전쟁범죄를단죄한뉘른베르크재판의과정과문제점을다루었다.먼저지은이는전승국의전쟁범죄와관련한문제의식과연결시켜뉘른베르크국제군사재판이승자의소급재판인지아니면홀로코스트를저지른전쟁범죄자에대한정의실현인지를묻는다.뉘른베르크재판소를구성한재판부와검사단모두전승국출신이기에공정성을기대하기어려운‘승자의재판’이란지적은오랫동안있어왔다.이에대해지은이는나치지도부의전쟁범죄는마땅히죗값을치러야할일이지만,전승국지도자들의전쟁범죄역시단죄대상이었음에도법정에서전혀다뤄지지않은채묻혔다는점을함께짚는다.
나치지도부에대한재판에이어군부장성,법률가와의사,독일기업인이자신이수행한역할과관련해심판대에선모습이그려진다.인상적인대목은나치기업인들관련재판이다.그들은히틀러정권과유착하여전쟁전엔독일기업의아리안화로막대한이익을챙겼고,전쟁이벌어진뒤엔유럽의광산이나제철소,은행들을가로챘으며,수용소의노예노동을착취해부의제국을건설했다.수용소에독가스를공급한것도독일군수기업이게파르벤이다.지은이는기업활동이라는그럴듯한방패막이뒤에숨어누구보다악랄한전쟁범죄를저지른독일기업의행태를비판한다.
3부후반부에서는아돌프아이히만재판과관련된쟁점들을다룬다.아이히만은예루살렘재판에서자신은상부의지시를충실히이행했을뿐이며,죄가있다면대량학살이란기계의‘톱니바퀴’역할을한것뿐이라는궤변을펼쳤다.이재판을지켜보던유대계정치학자한나아렌트는‘악의평범성’테제를이끌어냈고,이테제는논쟁에불을지폈다.지은이는아우슈비츠수용소장을지냈던루돌프회스와아이히만을견주면서,아이히만의모습에서악의평범성과무사유성을끌어낸아렌트의통찰에동감한다.하지만아이히만이냉혹한악마이자괴물은아니라는아렌트의판단에는문제가있다고지적하는연구자들편에선다.그럼에도아렌트의악의평범성테제를빌려,타인의관점에서생각하지못하고나치의관청용어로만세상을바라보는아이히만의무능력이홀로코스트라는엄청난파국으로이어졌듯이,우리자신의행동이어떤끔찍한결과로이어질것인지를돌아보지않는다면누구라도아이히만이될수있다고경고한다.
홀로코스트생존자를이용해잇속챙기는‘홀로코스트산업’
4부는홀로코스트를부정하거나상품화하는등20세기최악의전쟁범죄를이용해개인적인이득을챙기는현상을비판적으로다루었다.
서구사회에서홀로코스트부정은형사범죄로처벌받는다.지은이는홀로코스트라는역사적사실을부정하거나“독일인이홀로코스트에죄책감을느낄필요가없다”는신나치류의주장을일본극우파의망언에등치시킨다.일본극우집단은“난징학살은없었다”거나일본의한반도식민통치와관련해“우리가잘못한게없으니용서를빌필요가없다”면서전쟁범죄로얼룩진과거사를부정한다.지은이는그런일본극우집단의비뚤어진행태를보면서한국인들이고통스러운지난역사를잊지않고되살려내야하는이유를찾는다.
홀로코스트왜곡과관련해지은이가관심을둔또다른부분은홀로코스트배상금배분을둘러싼잡음이다.연구자들에따르면,2차대전이끝날무렵홀로코스트생존자는10만명쯤으로추산됐다.하지만1950년대초독일과의배상금협상이시작되고실제배상금지급이이루어지면서홀로코스트생존자는전보다훨씬늘어났고이로말미암아‘홀로코스트매직’이란용어까지생겼다.또다른문제로,실제홀로코스트생존자들에게는배상금이제대로지급되지않고독일정부와협상에나섰던유대인단체와임원들이막대한배상금을챙긴것을들수있다.부모가홀로코스트생존자인노먼핀켈슈타인같은연구자는홀로코스트를이용해잇속을챙기는행태를‘홀로코스트산업’이라고비판한다.지은이는배상금을둘러싼유대인내부의다툼을‘진흙탕싸움’이라고지적하면서,배상금관리의투명성이부족한틈을이용해배상금을훔친사례들도살펴본다.
한편대량학살과전쟁범죄에서자신들은무관하다고발뺌하는역사왜곡은패전후독일국방군에서도고스란히나타났다.히틀러의침략전쟁에서중추적역할을맡았던독일국방군은패전직후부터대량학살에책임이없다는주장을폈다.“우리의손은깨끗하다”는기만적인언설을통해확산시킨이른바‘흠없는방패’론이다.지은이는다양한사례와근거자료를통해독일군이저지른전쟁범죄를밝히면서‘깨끗한독일군신화’를퍼뜨렸던독일군수뇌부를‘히틀러의공범집단’이라고비판한다.
홀로코스트피해기억,면죄부가될수없다
결론에해당하는5부는과거사청산의중요성과의미를새기면서보통사람들이자칫‘아이히만’같은학살자가될가능성을경고한다.패전뒤독일에서는주요전범자가처벌되긴했지만동서냉전구도아래서나치잔재에대한청산이엄격하게이뤄지지않았다.지은이는독일이뒤늦게나마법망을빠져나가처벌을비껴간수많은‘작은나치’들을심판대에세우는작업들을긍정적으로살펴본다.전범처벌은그과정을지켜보는시민들에게역사교육현장으로작용하는동시에바람직한기억문화의형성으로이어진다는의미에서다.그에반해일본은독일과정반대의길을걷고있다는것이지은이의판단이다.일본은자신들이일으킨전쟁범죄사실조차부인하면서일본군성노예‘위안부’할머니들과강제동원노예노동자들에게보상은커녕사과도제대로하지않고입으로만화해와용서를말한다는것이다.이대목에서지은이는베른하르트슐링크(훔볼트대교수,법학)의용서론에대해살펴본다.슐링크는나치정권의전쟁범죄에대한법적도덕적책임을살피면서‘피해자만이용서를할수있는주체’라고못박았다.가해자가제대로사과하지않았기에피해자가용서하지않는데,정치가를비롯한제3자가‘용서하라’고끼어들수는없다는것이다.이런맥락에서지은이는2023년윤석열당시대통령이‘제3자변제’라는기이한해법을내놓아일본의전범기업들을기쁘게하고피해당사자와유족들을다시울렸던사실을비판한다.
아울러지은이는홀로코스트피해집단인유대인들이그동안저질러온독선과잘못도짚는다.잘알려져있듯이홀로코스트의희생자는유대인만이아니다.그럼에도유대인들은홀로코스트(Holocaust)의영문글자를일반명사인소문자(h)로시작하지않고고유명사인대문자(H)로바꿔쓰고,심지어히로시마와드레스덴등대량희생자를낸지역과아우슈비츠를함께묶어서언급해서는안된다고고집한다.지은이는박노자의“홀로코스트는단수가아닌복수(複數)”라고규정한대목을인용하며,유대인들의홀로코스트독점론을반대한다.아울러팔레스타인의아랍선주민들을박해하면서마치면죄부처럼“우린홀로코스트를겪은민족”이라고피해기억을내세우며유대인만의생존권을강조하는태도역시비판한다.
홀로코스트의교훈,누구라도전쟁범죄자가될수있다
유대인을선민이라여겨아랍선주민을업신여기고핍박하는이스라엘의시온주의자를비롯해인종주의가세계곳곳을잠식하고있다.홀로코스트연구자크리스토퍼브라우닝(노스캐롤라니아대,독일현대사)은그런상황아래서는많은보통사람들이‘또다른아이히만’이될수도있다고걱정한다.지은이는팔레스타인민간인들을향해마구총을쏴대는이스라엘병사들에게서‘21세기아이히만’의모습을발견한다.이책『나치독일의전쟁범죄』가독자들에게전하는메시지는단순하고명확하다.보통사람들도전쟁범죄자가될수있다는것이다,
실제로많은이들이전쟁의한복판에서명령을거부하지못하고학살기계의‘작은톱니바퀴’가되어전쟁범죄의공범자로전락한다.아렌트의‘악의평범성’은자신의행동이어떤결과를낳을지고민하거나생각하지않는‘작은나치’들이모이면끔찍한결과를낳을수있음을말해준다.2차대전에동원된독일군병사들도처음부터살인기계였던것은아니다.하지만학살을거듭하는과정에서초기에보였던거부반응은무뎌지고어느덧‘작은나치’,‘제2의아이히만’으로변모했다(지은이는‘악의평범성’사례로1968년베트남미라이학살사건,2004년이라크아부그라이브교도소인권침해사건을꼽으면서,‘생각이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