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걸어오는 저녁 (인문 비평서)

두 사람이 걸어오는 저녁 (인문 비평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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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최근 왕성한 비평활동을 하고 있는 정훈 문학평론가가 평론집 『두 사람이 걸어오는 저녁』(사이펀)을 펴냈다. 정훈 평론가는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으며 동아대, 동의대, 부산대, 한국해양대 등에서 문학과 교양을 강의해왔다. 이번 평론집은 2020년경부터 각종 매체에 발표해온 문화이슈와 비평, 시집해설 등이다. 모두 6부로 구성된 평론집 『두 사람이 걸어오는 저녁』은 1부는 글쓰기와 문학의 상관관계를 숙고한 글로 자신의 글에 대한 반성과 문학과 삶이 지평의 풍경을 담는다. 2부는 역사적 관점에서 통일문학은 유효한지를 되묻는 한편 해방기부터의 경남과 부산의 시의 제반 모습들과 항쟁 기록들의 문학적 사유 등 자신이 살아가는 부산과 지역문학의 방향과 모색을 점검한다. 3부는 우리 시대의 논고적 대상이 되는 강상기, 김지하(작고), 송유미(작고), 조용미, 허만하, 김정수, 나금숙 등 현장문학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4부 또한 김명관, 김순아, 김형칠, 김흥규, 손택수, 이도미, 이린, 이우돈, 정미숙, 정영임, 최로잘리 시인 등의 작품세계를 두드리며 현재의 한국시단을 점검한다. 5부는 시인들의 시 해설에 집중 나서 권상진, 김종태, 문지아, 배동욱, 신정민, 양재건, 이문영, 이소암, 이종섶, 최보기, 최영철, 한경훈의 시들을 훑어보고 있다. 그리고 6부에서는 개인적으로 많은 추억을 지닌 작고한 이상개, 박태문, 고현철, 신영길 시인 등을 작품을 통해 저자의 인연에 남은 그리움들을 추억한다.
정훈 평론가의 글은 비평문보다는 에세이적 부드러움이 강점이다. 그래서인지, 이번의 비평집 제목도 『두 사람이 걸어오는 저녁』이다. 제목만 봐서는 비평집인지, 에세이집인지 구별이 안간다. 그만큼 정훈 비평가는 비평적 현실을 앞에 두고 있지만 시를 쓰는 시인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저자

정훈

정훈문학평론가는1971년마산석전동(현창원시마산회원구석전동)에서태어나창원(현창원시성산구성주동)과의령(유곡면·궁유면)을거쳐중2때부터줄곧부산에서살고있다.대학과대학원에서국문학을전공하고「김지하미학연구」로부산대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대학원재학시절부터연구및비평활동을시작하면서차차외연을넓혀신학과동학에도몰두하고있다.2003년부산일보신춘문예에〈약시와투시,그황홀한눈의운명-기형도론〉이당선되어문단에나왔다.평론집『두사람이걸어오는저녁』,『사랑의미메시스』,『시의역설과비평의진실』과시집『새들반점』을펴냈다.이밖에『이은상시선』(편저)을비롯하여『지역이라는아포리아』,『2000년대한국문학의징후들』,『문학과문화,디지털을만나다』,『차이의해석과문화적시선』,『1930년대문학의재조명과문학의경계넘기』등의공저를펴냈다.동아대,동의대,부산교육대,부산대,부산외대,영산대,한국해양대등의대학에서문학과교양을가르쳤다.현재는계간《사이펀》및인문무크지《아크》편집위원과계간《작가와사회》편집주간,요산문화연구소연구위원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삶·생각·말·글의진실과자유를찾아서
글자의운명,문학이남기는흔적-지속하는문학이묻는것
문학너머의문학을꿈꾸며
희생의끝-문학은어떻게‘혐오’를불러내는가
두사람이걸어오는저녁

제2부
통일문학은가능한가,혹은자유로운창작의지는역사마저뛰어넘는가
해방기경남·부산지역시의양상
항쟁·증언·기록으로서부마항쟁과문학-경남문학사를중심으로
‘지역문학’의방향과모색을위하여-(사)한국작가회의부산지회(부산작가회의)가나아갈길
부산시의오늘-시의새로운지형학을위하여

제3부
정직한생명공동체를꿈꾸며길을걷는자의노래-강상기의시
먼곳에서부르는소리에손을내밀면빗금치는언어들-김정수의시
하얀그늘품에노닐다말다잠시물끄러미지나가다-김지하의시
환란患亂하는글자들의운명-나금숙의시
그리움에젖은슬픔의거름을본다-송유미의시
당신은나를슬어서그늘에안장한다-조용미의시
생각이지나가는자리에선흰빛의눈(目)-허만하의시

제4부
시인의마음과눈에어린슬픔을이겨내는방법-김명관의시
망연茫然,네그림자에묻은얼굴-김순아의시
시의강물이별빛되어우주를수놓을때까지-김형칠의시
흙내음천지속언어의산그늘에파묻혀-김흥규의시
말이시나브로드러눕는다-손택수의시
경계에서피워올리는꽃,혹은존재를위한만가輓歌-이도미의시
무중력시학의무늬와빛깔-이린의시
단장斷腸,생生을아리게하는피울음의언어에대하여-이우돈의시
푸른생명의날갯짓을위한노래-정미숙의시
불안한내면을들여다보는일과시쓰기의자의식-정영임의시
아수라와지복至福사이를매만지는말들-최로잘리아의시

제5부

청록의모서리에걸터앉으면불어보는휘,파랑波浪에관한보고서-권상진의시
푸른오감(五感)으로틔우는삶의문장들-김종태의시
통점을눅이면서당신쪽으로산란하는빛의서사-문지아의시
실존의눈으로포착한삶과존재의아이러니-배동욱의시
밤하늘을수놓던별들은어디로갔을까-신정민의시
존재의그늘에새기는그리움의언어-양재건의시
웅크린실존,비상하려는영혼-이문영의시
흰허공을가르며사라지는꽃의춤-이소암의시
디스토피아의사막에서길어올리는칸타타-이종섶의시
직설直說하는시의길을위하여-최보기의시
시,귀를쫑긋세워찍어내는무늬에대하여-최영철의시
슬픈미토스(mythos)-한경훈의시

제6부
‘곽리자고’의육성,그저공低空으로연주하는비평의숨결에대하여-남송우지역문화론단상
머물고흘러가는것들에관한보고서-강영환의시
바람따라물따라흘러가신이에게-문학평론가고현철교수를생각하며
사람의길,시인의길-뱍태문의시
시간,점,침묵,글,먼하늘가에멈춘남자의시선-송제松櫅이상개시인3주기에즈음하여
시의멱,그곡진한언어의등선에피는시혼-이상개의시1
참잘익은노을빛언어-이상개의시2
쓰기,새로운국면의자기정립을위한날숨을위하여
청동손가락으로써진시詩-신용길시인을그리며
허무와고독의한복판에서그리는휴머니스트의글씨-김영준시

출판사 서평

◎책머리에



지난2020년에펴낸두번째평론집『사랑의미메시스』에수록된글들을출간뒤찬찬히다시읽어볼기회가있었다.역시나미진했으며아쉬움이컸다.비평의방향이나빛깔이불분명한채로출간을재촉했던조급함이조심성없이밥을먹다옷에흘린음식찌끼처럼묻어있었다.지우려해도결코지워지지않고흔적으로남아있는그것은아마내빈약한비평의식의풍경이라고생각한다.비평이연구와갈라지는갈림길에서작품의속살을어루만지는손길의촉수가너무앞섰다는자책감도뒤따른다.연구가작품이간직한특이성과의미를찾아내어그에마땅한문학적자리에앉히는일이라면,비평은이와무관하게작품의다각적이고도심층적인세계를비평가의심미안으로조명하는일에가깝다.그런데이전까지내가쓴평론은연구나비평이갖추고있는덕목에충실했다기보다는,작품이보여주는‘첫인상’에매몰된나머지작품에내재한무수한목소리라든지문학적평가에미흡했다는판단에이르렀다.
한편으로그런자의식이어쩌면내비평의속살이기도하다는생각이들지않는것도아니다.작품을두른휘장을조금씩벗겨내면서보게되는언어의행렬은시인의생각과가치관이상상력과결합하는데서만들어지거나빚어지는말의조형造形으로서뚜렷이다가온다.숲을바라보는위치에따라천변만화하는산의모습과비교될수있을작품의외형은갖가지해석과평가를낳는비평의일차적인동인動因이다.형식이비평의시각에포착되면서부터는의미와메시지및주제등의내용이별도의분석공간을위해자리를내어주지않는다는사실을밝혀둔다.사람과마찬가지로작품(시)은형식이곧작품의속내와연원이드리우는그늘과직결된다.그사람의말과행동을통해진실여부를판가름할수있듯이,작품또한형식이건네는어조와언어의역동적인흐름및맥락을통해문학적진실의양태를보여주는것이다.비평은작품창작연도와관계없이작품의생명을이어줌과동시에또다른작품의미학과창조성을드러내기도한다.그러므로비평은작품과운명적으로연결되어있다는사실을실감한다.
이번평론집은총6부로구성되었다.두번째평론집이후그야말로눈코뜰새없이현장비평을수행하면서느낀점은,시인이기하급수적으로불어남과동시에소재또한다양해졌지만,한편으로창작의매너리즘현상이두드러졌다는사실이다.이는시인의양적증가가우리시의질적증대를가져오지는않는다는점과도이어진다.물론‘좋은시’는예전부터있어왔다.그런데‘좋은시’란시를바라보는오랜고정관념이만들어낸허상인경우가많다는점을생각할때,지금우리에게절실한것은단순하게좋은시의양산이아니라‘새로운시’의발견이요,이를위한세계인식의틀을비트는것이야말로혼돈의시대를살아가는모든문학인에게주어진숙제가아닐까생각한다.문학이예술과창조의영역으로인식되는게상식으로받아들여진지오래되었다.하지만‘예술’이나‘창조’의이름으로허망한지적허영의놀음판에언어를끌어들이는작가들또한부지기수란사실에잠시생각을멈추곤한다.우리는문학뿐만아니라어떤분야든지‘기본’을되뇌지만,그러한기본의뿌리에는역시목적과방법,그리고정신이트라이앵글을이루는세꼭짓점처럼맞물려있다는점을기억해야할것이다.
1부는글쓰기와문학이맺는관계를나름대로궁리하고숙고하면서글이글쓰는이의생각및마음이나삶과연동하는자리에서생겨나는의미를나름대로정리해보았다.‘글’이단순하게생각을드러내는수단이나매개차원을넘어서는곳에존재하는‘증표’의일종이라고나는생각한다.모든글쓰기와창작도마찬가지다.이러한문제에관해평소느낀부분을기회가닿는대로발표하거나지면에수록된글중에서뽑았다.작가라면으레자신의글이나아가는방향과표정을생각하게된다.그러므로1부에수록된글들은대개나자신이글에관한자기반성과함께문학과삶,그리고문학이그려보이는지평의풍경이무엇인지성찰하는내용이주를이룬다.
2부는창작이창작본연의실천과함께사회와역사적의미망을벗어날수없다는점에서문학은당대시·공간의흐름과엮일수밖에없다.공간적으로는작품이창작되는자리,곧공간과장소의자장은‘지역문학’이라는카테고리를형성한다.그리고한국의현실을놓고보면‘통일문학’의의미망을설정할수있다.통시적으로부산과경남의시문학이흘러온줄기와아울러부마항쟁을소재로한문학을새롭게곱씹는글들을2부에실었다.한편이번평론집발간시점에서몇년전의상황이긴하지만부산시의현황을살펴본글은지금도유효하기에함께수록하였다.문학이작가개인의작업을뛰어넘어작가의의도와관계없이만들게되는공시적·통시적의미를살펴보았다.
3부부터마지막6부까지는현장비평의글들을모아서구성하였다.시집에관한서평이주다.대상은1950년대등단한시인부터최근2020년이후등단한신진에이르기까지연령대로보나시세계로보나스펙트럼이넓다.이들다양한성향의작품을분석하면서우리시가흘러온풍경과내면을엿볼수있었다.아울러평론가에관한비평도두어편다루었다.비평가론과회고(에세이)라할수있는글이다.분량이그리길지않은에세이형식은시나소설과같은‘주류장르’와는다른질감을지닌다.냉철함과분석적사고보다는세계와글쓴이가내밀한정감으로흐르는‘온기의세계’속을거니는느낌이강하다.추체험의시간이현재의필자의마음에건네는온도를의식하면서써내려가면어느덧다루는대상과세계가완연宛然해지면서내의식의촉수와묘한공명을자아내기도한다.
이런감각이두번째평론집이후내글쓰기를추동했던배경이되었다.평론집의부제를‘비평의신열(身熱),공존하는감각의온도’라정한까닭도이와무관하지않다.가끔작품을읽고평론을쓸때면집중도가높거나낮아지는경우가생긴다.그럴때면나는무수한글자들속을거닐면서때로는상상으로,때로는작품형식의결을매만지면묻어나는말의촉감으로글을써내려간다.이를몸살의일종으로봐도될까.글을쓸때가가장행복하다는말도가능한지스스로묻곤한다.그러면늘긍정의대답을내린다.작품이품은감각과내글쓰기의감각이어우러져생긴미묘한온기가불씨처럼피어오를때가있다.불씨가점점밝아지거나사그라들거나상관없이,그빛이발하는환한온도에기대끝날줄모르는펜의움직임에몸과마음을내맡기곤한다.이세상에는글쓰는나와,내가짚어내는글자의형식과촉감만이놓여있다는생각이들때면,어둑어둑해지는저녁무렵바람냄새가득안고마침내집으로들어서는두사람을상기한다.상상인지꿈인지혹은스산한마음이불러일으킨이미지인지는모르지만,그두사람이오랜방황을끝내고평상마루에턱걸터앉아바야흐로빛나기시작하는하늘의모래알들이파르르떠는광경을올려다보는풍경을그린다.문학과비평이만나는자리가마치그렇지않을까.‘두사람이걸어오는저녁’이란제목을붙인이유이기도하다.
십여년의원도심생활을청산하고최근감천동으로이사를했다.아직옛골목의온정이남아있는이동네에서나는새롭게숨을내쉬어야한다.계획은무성하지만,실행은언제나한발짝씩뒤늦거나무산되는삶이었다.아마앞으로도그럴것이다.다만글쓰기가언제나나를일으켜세우는지렛대였음을잊지못한다.밤이면흰빛의굴뚝8개가깜깜한감천항밤하늘을비집고들어서려는의지처럼붙박여있는풍경을주택2층난간에서가끔볼때가있다.집에서그리멀지않은천연가스발전소다.때때로끊이지않는충전의힘으로글을쓰고싶다.
어쭙잖은글들을책으로엮어주신도서출판〈작가마을〉대표배재경시인께고마움을전한다.오랜세월험난하고열악한지역출판의발전을위해노심초사수고를아끼지않는분이다.㈜상지건축허동윤회장님의배려도잊을수없다.문화예술에관한깊은관심과애정으로빠듯한회사경영에도지역문화와예술의발전과증진을위해응원과격려를보내시는모습이아름답다는말을이자리를빌려남긴다.


2026년깊은봄날감천항을바라보며
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