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말
조개숨구멍에서詩를건져올리고
새둥지에서詩알을품어왔다
물새는강이길러낸
아비의부리와
젖은울음이다
부리는사라져
낙동강에띄워보낸
한철의여름으로흘러가고
얼어금이간
강의손금을더듬는다
어미의깊어진주름이
처음태어난자리까지
2026.여름금지은
·전문가비평
“왜사랑은때리는거야?”
생의슬픈‘살점을얻은언어’로만가능한울음의표지
어떤말로도차마주석을달수없는문장에먼저눈이간다.그의시가그가가진생의가장밑바닥까지정직하게들어올리기때문이다.그누군들두렵지않겠는가.때로는숨기거나꾹꾹밟아그림자밑에두고싶지않았겠는가.그러나그는정면으로맞선다.그맞섬의표지화가된진술이바로이문장이다.“왜사랑은때리는거야?”(「목련꽃으로너는」중에서)이를테면아등바등살아내는순간마다아팠지만,때론죽고싶을만큼힘들었지만뒤집어보면사랑을포기하지않았기에가능한언술이다.이한문장을위해그는얼마나울었을까.오롯이살아있음을느끼는순간들이있다.뒤돌아보면어떻게든나를견디기위해최선을다해울었던그순간은단순히잃어버리거나잊고싶은기억이아니라다시살아내는경험으로휘돌아시의육체가된다.그의미학은여기서온다.“속도가허락되지않는나무와/기다림에붉은물이튄외투의시간은같을까?”(「발효된손톱」중에서)이런질문과함께나아가“입술의온기가사라진다는건슬픈일/어떤이름도남기지못한다”(「홍콩어느거리에서딤섬을기다리며」중에서)는침묵의시간을받아낼때까지.그의시는그를포기하거나냉소하지않는다.그것은“내안에부드러워진시간들이있”(「홍콩어느거리에서딤섬을기다리며」중에서)기때문이다.시가지난한생을담아내기위해서는기억을경험으로환원해내는힘이가져야하고이힘은‘살점을얻은언어’로만가능하다.그렇다.뒤돌아보면약속이아픔이고상처일것같은,그의시는우리가어물쩍넘어가려고했던절망의순간들까지역설로바꾸어놓는다.“나는한때의입김을되새김하며/부패대신냉각을택한다//그것이나의장례방식”(「냉장고」중에서)이라고,다시울음을얼린다.
-김륭(시인)
금지은의시는극히현대적인외형을갖추고있으면서내면에는오래된화두인슬픔을다루고있다.슬픔은대낮에마신술처럼나른하지만,그의시는슬픔에식초한방울을떨어뜨린듯시다.(불꺼진방에누구라도안고와살고싶은밤)에시인은우리에게구조신호를보내고있다,
그는허기를부여잡고아찔한시를썼다.
가난앞에서당당한그가울었다.
가난하나만으로도그는시인이될자격이있다.
지상의모든사람을눈물짓게하는시를그는해낼것같다.
-박형권(시인)
책속으로
「나비효과」
바람이불어서우리는걷기로했어요구름위에책가방을올려놓고내일을퍼날랐어요꽃은핀다안핀다필것이다에아이스아메리카노한잔을걸기도했어요첫직장에서가져온광고파일은홈플러스사거리에서나풀거렸어요붉은볼처럼이마처럼
검은구름이굳은살처럼박인편의점에앉아가면김밥을먹고남은새벽은거스름돈으로교환했어요오늘딱하루만먼지처럼,오늘딱하루만꽃처럼,열심히쌓아올린스펙이무너진밤이에요하얀분칠을한골목에서피에로를건져올린새벽,그냥앞만보고걸었던10월의어느날이었어요뛰지말자밀지말자숨좀쉬자
나비나비나비나비야안녕
잠시지구반대편에서나와똑같이말할것같은소녀를떠올려봤습니다
「목련꽃으로너는」
자궁속에서움튼꿈이훼손되었다
사탕을줄까
회초리를줄까
영화속아이는장기가파열되었다
복부가차오르자아이눈망울은
바닥의얼룩을닮아갔다
식은땀이아이등을타고흐를때
너는힘없이물었다
왜사랑은때리는거야?
숟가락이식탁에부딪히자
엄마는나를때리기시작했다
몸곳곳의채찍이얼룩말을새겼다
내몸에서뛰쳐나온얼룩말은푸른초원을달릴것만같았다
헐떡이며,
헐떡이며,
먼데있는바닷가도달려보고싶었지만
붉은고무통물속에서
짧은숨만쉬었다
골목은고요했다
간간히고양이울음소리만들릴뿐
모든것들은침묵을먼저배웠다
어떤목련은조용히떨어지고
어떤목련은붉은몽우리로남고
우리는아무도
아이의울음을듣지못했다
「은빛여우」
화려한,시화전에나를보기위해왔다고한다
세상에처음마주하는사막처럼
처음듣는다정한말이다
사막의숫자는자주사라진다
사람은죽어서이름을남기고범은죽어서가죽을남긴다는말에
균열의바람이분다
낙타의척추에불거진혹으로남았는데
울음이닿지않는사구에서는
물을훔쳐항아리에모으다물속으로추락한모래알들이
눈을크게뜨고당황하고있다
회오리치는바람을타고와여우꼬리를매만지는모래처럼
바람부는방향으로돌아누우면먹잇감은흔하고
사막바람의울음소리가여우털에흡수된다
그사구에서는
자주,두꺼운껍질을만난다
목마른입술은밤을새워오아시스를찾는일도,
떨어지는별똥별을보는일도,자주무너지고자주흩어진다
두귀는어둠의속삭임에넓어졌다는것을안다
가죽에새겨진숫자를핥고있는긴혀를본다
은밀히웃고있던여우가
선인장위에털썩주저앉는다
사막에찔려은빛여우가운다
「Ctrl+Alt+시」
복도끝,
형광등이환한회색사무실에서
종종보험에가입한시를출력한다
칼선처럼잘린말들,
말대신상품을잘라붙이고
간병인의혜택을숫자속에열거하며
마우스로회람한다
팀장은메모장을들여다보며말했다
"넌좀사차원이야"
나는빙그레웃으며
청약서한귀퉁이로자리를옮긴다
책상서랍깊은곳에는
묻어둔단어들이있다
오후네시반의햇빛같은것들을
업무시간에꺼내면
자주오류가난다
출근길에시한줄을접어
명함뒤에붙이면누가알아줄까?
갈매기가비행금지구역을침범한다
종일밥한번짓지못하고
천재시인을흉내내보지만천재시인은
저멀리떠나간다
삐뚤어진하루하루가
여름의폭포수처럼쏟아져내리고
서류철사이에끼워둔시어가
점점화면속으로들어가는
왕따는기본
shift키가울컥거리는오후
저장되지않는오늘이
CCTV에서옷을벗는다
「얼음덩어리로내려앉는달의세계를본다」
1
빛이서서히식는다금이간유리잔사이로먹물이스며들고,커피대신약냄새가방안을채운다갈비뼈사이를걷는피로가바닥까지내려앉는다
은행숫자는달의손톱을깎고,통장의잔액은얼음장처럼투명하다서류가접히고,핏줄이검게번진다유리문은얼굴을비추지않고,어둠이먼저방안으로입점하는일식으로겹친다
2
철제대문이무너진사무실은늙은어깨를짓누르고,굴러다니는바람이어제와오늘을이어준다지붕위로달덩어리가내려앉는다발끝에서차가운물이흘러들고,천장이젖어들며노트북과책상이날아다닌다
밤의계산서에는숫자가없다남은것은세상냉기에저당잡힌계약서다폐깊숙이묵은덩어리가잔고로남아온몸을빨아당긴다웃던시절의공기와아직식지못한빛하나가스쳐간다
3
은행도,단풍든이자도,달속에서잠긴다
노랗게물던얼굴이얼음덩어리를물고하루하루를건너간다
천천히녹이던것도
결국불이었던나였다
「이끼의방식」
모은암으로가는길은생각보다거칠다
발밑에는자잘한돌밭이었고
조금만헛디뎌도중심이흔들렸다
비포장길이끝나갈무렵
고른길은이상하게불안했다
울퉁불퉁한마음을감추기엔너무얇은지층이므로
계곡아래로바위들이무리지어누워있고
물은몸을낮춘다
소리는쪼개지고합쳐지며울림이된다
이끼처럼번지는푸른말로
구름은조용히지나간다
나는너를지키는입,
계곡의바위처럼남는다
물은흐르고어께를눌러오는무게로
우리는흘러야했을까멈춰있어야했을까
나는습지에핀이끼같은순정함으로너를품는다
한층한층쌓는돌탑위에
가장무겁고가장가벼운말을올린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