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순의수필집『인연의물꽃』은작가의삶과문학의뿌리가어디서기인했는지를보여준다.정홍순이바라보는세상과인간관계는모나고날카로운직선이아니라,굽이치고포용하는곡선이다.문학적감수성과신앙적영성이대립하지않고,서로를채워주며인간과신을향한깊은영성적탐구의길을가고있다.
송수권시인으로부터‘똘것(창의적돌연변이)’이라는찬사를받은작가는자신의문학적뿌리가‘남도가락’과‘향토성’에닿아있음을자각하고있다.‘저드래(지명)’,‘낭창낭창’,‘검불덩이’,‘부황난꽃’같은어휘들은어설픈세련됨을쫓지않고,삶의흙내음과모국어의숨결을시와산문에그대로녹여내는묵직한힘을드려낸다.
책속에서
인연의물꽃
시쓰기의코드가있다면무엇일까,시를쓰는사람이라면자신의코드가있을테다.송수권시인은노자의‘곡즉전이시쓰기의코드라고하였다.산문집『소리,가락을품다』에서시인은‘곡선의상법’이야말로well-being의선이며생체리듬의선이라하였다.‘곡선의상법’속에소리가숨쉬고가락이있으며이가락은느림으로가는삶이고,시로말하면서정의운율인데이상법에서나오는체험의소리를모아『소리,가락을품다』를엮었다.
따뜻한향토적이미지에남도가락과순수한우리언어를보듬는시인의시쓰기는정지용,서정주,김영랑을잇는서정시를구축하는코드이었던것이다.시풍을닮는다는것,코드의기저를가져보는것모두시를쓰는데자만할수없는태도일것이다.자기개성을몰수하면서까지아류의행세를하자는말은아니다.또한독보적일수없는것이성경을가장잘우려먹은시인은윤동주이고,불경을잘우려먹은시인은한용운인데베끼는것과는다른것인만큼자기것으로우려내야할것또한중요한일임을가르치고있다.
향토적이미지와남도의가락을시화할수있는작업,송수권시인은음양,즉쌍가락지끼는법을자주언급하곤하였다.그하나가‘인연’이다.연기설이라고도하는‘인연’은네가있으므로내가있고네가없으므로나또한없는것이다.소위남성성과여성성이전인에속함을일러주는말이기도한데시가시이기를바란다면음양의조화를잘짜야한다는역설이기도하다.
돌아가시기전시인으로부터절대낮은시를쓰지말것과명시를쓰라는당부를받았다.향토적이미지와남도가락의중요성을강조한듯싶어나름성근지게시를잘치고싶은마음이여전하다.이차에영랑문학상을수상한시인의「물꽃」과나의졸시「물꽃」을읽어보고자한다.
세월이이처럼흘렀으니/그대를잊어도되는것인지모르겠습니다/나는오늘도채석강가에나와돌하나던집니다/강은온몸으로경련을일으킵니다/상처가너무깊은까닭입니다/상처가너무큰까닭입니다/돌하나가떠서물위에꽃한송이그립니다/인제는향기도빛깔도냄새도없는그것을/물꽃이라불러도되는지모르겠습니다/오늘도채석강가에나와돌하나던집니다
-송수권,「물꽃」전문
이시는시집『파천무』에수록된작품으로문학평론가황지헌은해설에서세속적인간으로살아가기,혹은속세의존재의의란이지상에서찰나적인‘물꽃’하나피우는일이라는통찰에서송수권은세속적삶의원리로서‘인연’의신비함으로나아가는듯하다고하였다.시의이미지가도시이미지가아니고자연속의삶의이미지로곡선을추구하고있다는‘곡선의상법’과‘소리의상법’은김준오교수가「송수권론」에서처음끌어낸이론이다.
이렇듯「물꽃」은곡선의강한자연속의이미지이며인연하여사는사람의문양이기도하다.하여시인은맹문재시인과의대담에서도언급했던것처럼직선은악마가만들어낸죽임의선이고,곡선은천사가만든살림의선이란뜻으로풀이했다.
처음부터고이는것이무엇인지/배우는물이있기도하고/상처하나없이떨어져강의이름받는/물이태어나기도하고//얼마나고요해지는지푸르게털이자라/푸른털이말라검은거죽이될때까지/몸태워도해한물의흔적이거나//수평이무너지는여울로기울어지다/봉화산높이가늠하는해면까지/강이흔들릴만큼무수히꽂혔다든지/누구든먹어물이라고하든지간에//너에게로오는동안부황난꽃이/꽃물이되려했음도잊어버리고/노랗게먼저피어나는달맞이강/동천곁에/눈부신물꽃으로올것이다
-졸시,「물꽃」전문
송수권시인과의만남은시집을통해서다.문하에들어가배운것도아니고,학생으로제자가되어가르침받은것도아니다.그러나시가시인과의다리를놓아주었다.처음식당에서뵙게됐을때시집을드렸다.순천만을연작으로쓴시들을묶은시집이었다.며칠후시인과가까이지내고있던송준용시인이찾아왔다.말하자면시인의심부름으로나를찾아아침일찍부터부르러온것이다.그렇게송수권시인과의인연은시작됐다.
제법시인을모시고다닐수있는시간이많아졌을때다.바위를가리키며“저바위를뭐라고생각하느냐?”라고물었을때나는“불멸의신을불러낼수있습니다”라고대답을했다.그때는‘석축담쟁이’에대한시를구상하고있었기에망설임없이대답했던것같다.대답을듣고시인은무릎을탁치면서‘똘것’이라고하였다.‘똘것’은돌연변이의방언이아닌가.
그래도그렇지‘똘것’이라니마음이유쾌하지않아되물었다.‘똘것’이라니요?했더니동행하던송준용시인이그건욕이아니고칭찬이라고하여오해를풀었다.그렇게나는시인으로부터‘똘것’으로시작하였다.당신의가락을닮았다고끊지말고부지런히시를쓰라는격려를받았는데들메끈도풀지못하고있으니답답하기만하다.
「물꽃」은시인에게화답하며쓴시다.나는동천에나가인연의소중함을생각하며“눈부신물꽃으로올”꽃을기다리고있다.‘곡선의상법’인물이때로는고이기도하고,곧바로강물로흐르거나바싹마른흔적이되기도하며,수없는곤두박질에먹히기도하다결국수평의꽃으로피어나는물,그런시를고대하고있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