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속으로 (더 자세한 쓰기, 사라짐의 쓰기에 대하여)

세부 속으로 (더 자세한 쓰기, 사라짐의 쓰기에 대하여)

$18.00
Description
“일단 기록하면 그것은 읽을 수 있는 것으로
존재하게 될 터였다. 누군가 읽든 읽지 않든 말이다.”

괴짜 같고, 특이하고, 집요한 산문을 쓰는 작가 리디아 데이비스
그가 말하는 ‘나는 왜 쓰는가’ 혹은 ‘나는 어떻게 쓰는가’
쓰기와 읽기 그리고 살아감에 대한 세심한 탐구
리디아 데이비스(1947~ )는 “기존 범주에 넣기 불가능한” 작품을 썼다고 평가받을 만큼 50여 년간 독특한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하며 자신만의 문학적 반경을 넓혀온 작가다. 국내에는 근 4년간 그의 작품이 집중적으로 소개되었고, 그의 괴짜 같고 특이하고 집요한 산문에 작가와 독자 모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신작 《세부 속으로》는 “미국 소설계의 가장 독보적인 지성”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리디아 데이비스가 ‘나는 왜 쓰는가(Why I Write)’라는 질문을 받고 쓴 책이다. 그는 이 글을 쓰기 시작하고 끝맺을 때까지 내내 이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거의 모든 작가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왠지 할 말이 없어지고 말 텐데, 데이비스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그에게 “당신은 작가잖아요. 틀림없이 할 이야기가 많을 거예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이 말을 되받아 자문한다. ‘그게 그렇게 간단할 걸까?’라고.
그는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 흔쾌히 대답하기를 꾸물거리며 소설가 존 바스가 했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한다. “작가가 하는 말에는 그게 뭐든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왜 하는지 모르니까요.”(p.10) 그리고 이렇게도 말을 더한다. “우리가 쓰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마법을 너무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일은 위험할 수도 있다.”(p.12) 그는 자신이 ‘왜’ 쓰는지 그 이유를 말하는 대신에 어떤 특정한 글을 ‘어떻게’ 썼고, 다른 작가들은 무엇을 어떻게 썼는지, 특히 자신이 매혹된 글쓰기를 보여준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떻게’에 대한 탐구가 ‘왜’에 대해 어떤 대답과 통찰을 줄 수 있는지 살핀다.
리디아 데이비스는 왜 글을 쓰느냐는 질문에 답하려고 애쓰는 과정을 마치 실시간 메모를 하듯, 일기를 쓰듯 기록해간다. 매일의 순간을 살아가는 와중에 쓰기에 대해 숙고하고 과감한 추측을 해가면서 자기 생각을 쌓아 밀고 나간다. 이 자유롭고 응축된 사유의 여정에서 데이비스는 제일 먼저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로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그에겐 쓰는 모든 단계에 즐거움이 존재한다. 언어로 다루어야 할 어떤 소재(긍정적인 의미에서 자신을 ‘신경 쓰이게’ 하는)에 잠재된 풍부함을 인식하는 즐거움, 그 소재에 적합한 형태를 부여하고 다듬어가는 즐거움,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이야기를 공유하는 즐거움. 하지만 글이란 게 즐거움이라는 감정만을 위해 쓸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혹은 신경 쓰이게 하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작업 방식을 살펴보면서, 그들과 같이 자신도 경험을 글쓰기를 통해 되풀이하고 다시 체험하기 위해, 그것을 누군가와 나누기 위해,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무언가를 파악해보기 위해, 강렬한 감정이라는 짐을 덜어내기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을 짚어보게 된다.

“우리가 글을 쓰는 동안 시간은 흘러가고, 삶은 짧고 긴 이야기의 흐름들을 품고 계속된다. 바로 지금도 내 삶에서는 다른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내가 계속 글을 쓰는 동안 각각의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점에 도달한 다음 지나갈 것이다. 문제들이 생길 것이고, 나는 처음에는 그것들에 주눅이 들 것이다. 그러다 나는 그것들을 풀어나가기 시작할 것이고, 그것들은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보이다가 결국 지나갈 것이다. 나는 어떤 사건이나 사람들의 말을 속상하다고, 적어도 조금은 속상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고, 그러다 그 속상함 역시 줄어들고 물러난 다음 과거가 될 것이다. 대개는 그렇다.”_p.67~68
저자

리디아데이비스

LydiaDavis
소설가이자번역가.독특한형식의글쓰기를시도하며자신만의문학적반경을넓혀왔다.시인지에세이인지소설인지경계구분이모호하고도자유로운글을쓰며,특히상황과감정,그세부에밀착하는‘압축’의글쓰기로서사적재미와놀라움을선사한다.짧은이야기를중심으로모은《불안의변이》《못해그리고안할거야》《우리의이방인들》,장편소설《이야기의끝》,산문집《형식과영향력》을썼다.2013년맨부커국제상을,2020년펜/맬러머드상을비롯해여러문학상을받았다.프랑스어번역가로서플로베르,프루스트,블랑쇼등의작품을영어로옮겼고,그공로를인정받아프랑스정부로부터레지옹도뇌르훈장을받았다.1947년미국노샘프턴에서태어났다.

목차

세부속으로7
옮긴이의말177

출판사 서평

지나칠정도로몰두하며자기만의세부로파고드는쓰기,
결국사라지는쓰기에대하여

리디아데이비스는왜쓰는지에대한대답으로오직다른작가들이왜쓰고어떻게쓰는지를살펴보는것만으로이야기할수있겠다는생각이들었을때,친구로부터선물받은조지스터트의책《수레바퀴제작인의작업실(TheWheelwright’sShop)》을읽고있었다.조지스터트는19세기말에서20세기초에시골공예와일에대한글을쓴영국작가다.《수레바퀴제작인의작업실》은실제수레바퀴제작인이기도했던스터트가선대로부터물려받은수레바퀴제작기술과작업실과그작업실에서일했던사람들에대해지나칠만큼매우꼼꼼하게기록한책이다.리디아데이비스는특별히목공에관심이있는것은아니었지만그책을몇달에걸쳐읽고는골몰하게된다.“저자자신에게중요한무언가를위해지루해질위험을감수하는외골수같은기록들,독자에대한고려없이오직어떤주제에대한저자의매혹때문에존재하게된책들,그러면서도저자의바로그런전념과훌륭한글솜씨때문에매력적이고,좋아할만하고,공감이가며,마음을빼앗기까지하는책들”(p.72)에대해서.
리디아데이비스는크누트함순,존A.베이커,로베르트무질,발터벤야민,사뮈엘베케트,제임스볼드윈,허먼멜빌,제임스에이지등다양한작가들의작품을철저하게파고들면서다른사람이관심을갖든말든자기만의관심사에열정적으로몰두했던그들의“근원적이고도순수한”이유가무엇인지분석한다.그의통찰에따르면,“서로평행을이루며흘러가는우리의삶에는우리각자가몰두하는일”이있다.“자기자신에게는중요하고완전히마음을빼앗는일이지만,다른사람에게는종종전적으로아무관계가없는일”말이다.
《세부속으로》의원제‘IntotheWeeds’는문자그대로는‘잡초속으로’지만중의적인의미를지닌관용구로‘어떤주제의세부나복잡한문제에지나칠정도로깊이들어가는,몰두하는행위’를뜻한다.이구절은이책을처음부터끝까지관통하는주제같기도하다.혹은리디아데이비스의글쓰기경력전체를관통한다고까지느껴진다.그또한남들은관심을갖지않을법한것(동물과곤충의행동에몰두하거나심지어는광물과물리현상에까지몰두하는)의세부속으로지나칠정도로깊이파고드는글을써왔기때문이다.데이비스의글을읽어본사람은단번에이해할수있을것이다.그가현상과상황과감정의세부에얼마나밀착해서쓰는지를.
데이비스는이책에서지나치게자세한쓰기에서한발더나아가사라짐의쓰기까지생각을진행시킨다.그렇게세부로파고들다가글도사람도결국은사라지게될것이고(마치쇠락한옛도시의학교건물잔해가상록수숲속에서매년‘잡초속으로’사라져가고있는풍경을데이비스자신이목격했듯이.본문144쪽참조),그것이야말로어찌보면작가가원하든원치않든세상의이치라는듯.혹은쓰기의목적일지도모르겠다는듯.시간이흘러감에따라사라지고마는일은그게인간이든글이든피해갈수없지만,그럼에도“그잔여물은어딘가에최소한작거나아주조그만입자형태로라도남아있을것”이라고말하는데이비스의혜안이잔잔한여운으로남는다.

“나는책을읽으며어떤관심사들에대한그의생각을따라간다.그의관심사는여전히아주가깝게느껴진다.쓴사람이세상을떠났고그관심사는그에게조차지나간일이된지오래인데도그렇다.이제그관심사는사실그에게도더는긴급하지않고,나에게도그누구에게도긴급한일이아니지만,페이지위에서는여전히긴급한것으로남아있다.그페이지는살아있다.그것을쓴사람은죽었고그의관심사를지켜보는사람이라곤낯선사람들뿐인데도말이다.”_p.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