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
#1
보이지않아서일까요?목사님들은거침이없으셨습니다.오히려비장애인보다더많은것을누리고,더작은것들에감탄하고계셨습니다.조금도불평하지않으셨습니다.미소도잃지않으셨습니다.머리를부딪치거나다리를삐끗하실때도있었지만포기하지않으셨습니다.필요하다면허리를숙이고무릎을굽히면그만이었습니다.손이닿을때까지,온전히느껴지기까지말입니다.안타깝거나괴로운일이아니었습니다.그렇게장애인과비장애인이각자다른방식으로,함께그길을걷고있었습니다.
찬찬히순례자들을지켜보았습니다.가까이에서,때로는멀리서그렇게했습니다.기쁨과환희의순간들이순례자의얼굴에고스란히드러났습니다.그아름다운순간을조심스럽게카메라에담았습니다.시선을고정하고그분들의감정과걸음에함께했습니다.
그렇습니다.이번순례에저를부르신하나님의분명한뜻이있었습니다.시각장애인순례자들을돕기위해서가아니었습니다.바울의순례길과여러유적을보기위함도아니었습니다.하나님께서사랑하시는그한사람,그‘한영혼을만나게하시려는것’이었습니다.
---p.50「-AL미니스트리〈길위에서바울을보다〉」중에서
#2
이어진겐그레아순례.바울이전도자로서의역할을하다가2차전도여행을마치고찾은겐그레아.그가이곳에서로마서를쓰며성서학자의역할도감당하였음을현장에서다시금볼수있었다.바울은이곳에서서원하였다.즉예수그리스도를위한복음의열정을다짐하면서머리를깎았다.나는이를통해인간바울을느낄수있었다.바울도인간인지라점검과다짐이필요했던것이다!
예수님도그랬듯이바울도영적인능력에힘입어주님의일을하였지만사역에대한인간적인부담이왜없었으랴.빌립보와데살로니가,베뢰아와아덴,그리고고린도로이어지는바울의2차전도여행에서동족유대인들의거칠고폭력적인훼방은바울을지치고질리게했을것이다.그래서바울은고린도전서2장3절을통해고백하기도했다.
내가너희가운데거할때에약하고두려워하고심히떨었노라!
나에게도가끔씩거세게밀려오는미래에대한두려움이있다.그런데나와비교할수없는위대한사역을감당했던바울도그가운데약하고두려워하며심히떨었구나.그발자취의떨림을볼때오히려나는더큰힘을얻을수있었다.
그래,목회는그렇게약하고두려워하고심히떨면서하는거야!
나에게주어진목회현장도감사함으로감당하리라!
---p.62「-AL미니스트리〈길위에서바울을보다〉」중에서
#3
겉으로보기엔실패에가까웠을것이다.그러나아무도없는가운데에서도열매를맺게하시는하나님께서몇사람의회심자를두셨다는것은분명소중한열매다.한영혼을소중히여기시는예수님처럼바울역시그몇사람의회심자들로인해감격하고감사하였을것이다.
그리고잠시좌절했던그의마음은부활의예수님을보며다시생명으로가득했을것이고,바울은결국푯대를향하여전진하는삶을이루었을것이다.
“푯대를향하여그리스도예수안에서하나님이위에서부르신부름의상을위하여달려가노라”(빌3:14)
---p.69「-AL미니스트리〈길위에서바울을보다〉」중에서
#4
튀르키예에서도마찬가지였다.에베소유적지의긴돌길,미끄러운대리석바닥,버스의높은계단하나하나가나에게는작은전쟁이었다.호텔조식뷔페에서도줄이복잡하게엉킬때면,한손으로접시를들고한손으로딸을이끌며,음식이무엇인지하나하나설명해줘야했다.때로는딸을앉혀두고접시에음식을담을때면촉박한식사시간에맞춰서분주하게음식을접시에담아서딸에게가져다주는모든과정이매우힘들었다.
그작은일상들속에서,시각장애인으로산다는것,그리고그곁을지키는보호자로산다는것이얼마나치열한지다시금느끼게되었다.안내자로간나의입장에서는주님의은혜와감동을느끼는시간이었기보다고행으로다가왔던바울의길이였다.때때로나자신에게실망스럽기도했고딸에게미안하기도했다.눈으로성지를보고싶어하던딸의심정이느껴질때면안타까움과슬픔이…
‘딸도나와같이볼수있다면얼마나좋을까?’
그러나바울의길성지순례는그어느여행보다도깊은의미와은혜를안겨주었던소중한시간이었다.눈으로볼수없는딸은손끝과발끝,그리고마음으로성지를보고느끼고있었다.드로아항구모래사장에섰을때딸이내손을꼭잡고말했다.
“엄마,여기파도소리랑냄새가겐그레아항구랑달라요.뭔가가슴이두근거려요.”
그말을듣는순간,나의딸도,자신의방식으로이땅을보고있구나하는생각이들어서목이메었다.성지곳곳에서강신덕목사님께서말씀을전하실때,딸의귀에더가까이입을대고중요한구절을다시들려주곤했다.
“여기,바로이자리에서바울이복음을전했대.”
“이길을바울과실라가함께걸었대.”
딸은고개를끄덕이며이야기하나하나를마음에새겼고,나는그모습을보며‘나는지금아이의눈이자,귀이자,길잡이’라는책임감과감사함을함께느꼈다.또한,그전에는잘알지못했던바울의선교여정을알수있었다.
---p.89「-AL미니스트리〈길위에서바울을보다〉」중에서
#5
메테오라로가는데버스가한참을달려굽이굽이올라가는것같았다.‘아!많이높은가보다.’생각하고있는데갑자기“와”하고환호성이터지는것이다.깜짝놀랐다.환호성이계속이어지는데나도가슴이뛰며설레기시작했다.
보통우린(시각장애인)풍경을눈으로만보는줄아는데그렇지않다.눈으로보는게크다보니그렇게느낄뿐,거대한자연앞에서눈을감고한번느껴보면아시리라싶다.공기만하더라도차가움,뜨거움,가벼움,무거움,산뜻함,답답함,깨끗함,광활함등많은정보를주고불어오는바람에도수많은정보가있다.거기에실려오는다양한향기까지더한다면눈으로보지않아도충분히경치를즐길수있다.여기에더하여옆에있는사람들의감정이감흥을더해준다.비시각장애인이보면서그감동을표현할때시각장애인도그만큼같이그감동을느낄수있으니까.
그렇게시각장애인의감흥과비시각장애인의감흥은메테오라수도원에서공명했다.
“만일한지체가고통을받으면모든지체가함께고통을받고한지체가영광을얻으면모든지체가함께즐거워하느니라너희는그리스도의몸이요지체의각부분이라”(고전12:26-27)
---p.93「-AL미니스트리〈길위에서바울을보다〉」중에서
#6
그순간나는깨달았다.시각장애인목회자들을위해세심하게준비된이촉각성지순례는단순히‘특별한순례’가아니라,순례를넘어하나님의나라를살아내는여정이었다는사실을.누군가는돕고,누군가는그도움을기꺼이받아들이며,그모든관계속에사랑과존중이자연스럽게흐르고있었다.이번순례가내게진정한의미에서거룩을알게해준순례길이었던것이다.
서로를낮추는겸손한섬김과그섬김을감사히여기는분들의마음이어우러져하나님의나라를모두만지고느끼고있었다.성경에기록된지역을밟는즐거움도있었지만우리가함께했던그모든공간이바로거룩한곳이었다.우리가함께한모든순간이사랑,감사,섬김,낮아짐,즐거움,기쁨,나눔이넘치는천국이었다.
이번촉각성지순례는눈으로보는성지가아니라,사랑으로섬기고겸손으로낮아지며서로를배려하는가운데거룩을배우는순례였다.우리가함께머물렀던모든자리,함께웃고수고하며나누었던그순간들이바로하나님의나라였고거룩한땅이었다.이순례를통해깨닫게하신거룩의의미를마음에새기며,앞으로의삶속에서도사랑과섬김으로하나님의나라를살아내는순례자가되기를소망한다.
촉각순례는끝났지만,거룩을향한나의순례는이제시작된것같다.
---p.125「-AL미니스트리〈길위에서바울을보다〉」중에서
#7
선명히보지못하는남편을위해나름대로보이는풍경들을설명해주었지만‘얼마큼감동이전해질까’하는안타까운마음이든다.남편은흐릿한시각으로내가전해주는말과가이드님의친절한해설을더해성경속그길을순례했다.그렇게남편은두눈대신음성으로손끝으로발걸음으로성경을읽어나갔다.
사도바울이걸었던길을따라가며성경에기록된지명과익숙한이름들이언급될때마다얼마나반갑던지성경당시이야기들이눈앞에서펼쳐지는걸느꼈다.마치타임머신을타고2천년전그하늘아래함께서있는것같았다.모든게살아움직이는감동이었다.
켜켜이돌이쌓인길하나에도수천년의시간이깃들어있고그시대사람들의숨결이남아있는듯했다.특히사도바울이홀로걸었던드로아-앗소길,옛로마길을걸으며남편과사명에대한대화를나누었다.
목회의길을선택한것을후회한적은없는지?
이길을걸으면서어떤사명감을갖게되었는지?
남편은바울의길위에서그해답을얻고싶다고했다.아직은정확히못찾고있다고…늘신중하고깊은묵상속에서자신을돌아보는사람답게말했다.감성적인나는눈물로사명을고백하는사람이기에서로손을맞잡고눈물로기도했다.
타우르스산맥을넘어복음을전했던바울처럼우리앞에어떤어려움이놓여있어도사명의길을동행자로서두손맞잡고걸어가겠노라고고백했다.
---p.138「-AL미니스트리〈길위에서바울을보다〉」중에서
#8
순례길안내에서치명적인실수는시간에늦는것이다.이번바울의길촉각순례에서는그실수가두번있었다.첫실수는바울이에베소장로를만난밀레도에서였고,두번째는바울이디모데를만난루스드라에서였다.순례자들은안내자의시간배정경험부족으로밀레도에서아름다운석양을놓쳤고,루스드라에서는멋진병풍같은바위들의풍광을놓쳤다.
“괜찮아요…어차피안보이는데…”
밀레도에서순례길에동행하신시각장애인목사님한분이말씀하신다.그래도늦은시간에순례지에도착했다는미안함은감출수없었다.부지런히이야기를들려줄곳으로들어가서현장의이야기들을들려주었다.이야기를나누고나오는사이이미해는졌고주변은완전히어두워졌다.시각을가지신분들은부지런히핸드폰을꺼내주변을비추었다.그렇게라도밀레도를돌아보자했다.여기그렇게유명한극장이있다던데,하나도보이지않는다,여기저기투정섞인소리도들렸고,어디가항구이며어디가도시인지묻는소리도들렸다.보이는것이없으니나도할말은없었다.
사실나는대답할틈이없었다.그날은주일이었고우리그리스도인에게는아직못다한예배가남았기때문이다.버스안에서주일예배를드려야할지,아니면어디서드려야할지고민했다.그때로컬가이드인지(Inci)가말했다.밀레도유적지옆에작은노천카페가있는데거기를빌려예배를드리면좋겠다했다.우리는바로달려갔다.그리고너그러워보이는카페사장님에게사정을이야기했다.그러자카페사장님은차한잔씩돌리도록허락하면장소를허락하겠다했다.그렇게못할이유는없었다.차한잔에1달러면충분하니말이다.
그렇게순례자들의주일예배가시작되었다.예배는조용히이루어졌다.주변에아무도없지만,그래도튀르키예에서는조심해야할일이었다.시각장애인목사님들의예배인도와기도와축가와그리고설교가이어졌다.그러는사이밤은더욱깊어졌다.불빛은필요없었다.예배에는소리만있으면되었다.어둠가운데서민택목사님의설교를들으며주변을돌아보았다.
깊고깊은어둠만이가득했다.정말아무것도보이지않았다.주변은캄캄했고만물은고요했다.문득…하늘을바라보았다.별이쏟아졌다.옆에있던독실한기독교인로컬가이드인지가이렇게말했다.
“하나님의은혜다.”
아무것도보이지않는밀레도의한켠,별빛이은혜로쏟아졌다.나는속으로말했다.
‘아무것도보이지않는다.그런데은혜는보인다.’
---p.141「-AL미니스트리〈길위에서바울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