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조용래 장편소설)

밀 (조용래 장편소설)

$20.00
Description
정치가 돈을 만들고 그 돈으로 무너진 시대의 자화상
의리에 숨고 싶었던 자들의 위태로운 비밀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IMF 외환위기라는 거대한 격변의 이면에 가려진 진실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생존 게임이 펼쳐진다
사회 전체가 외환위기에 휩쓸리던 시기. 뉴스가 보여준 것은 부도와 도산의 한 줄 헤드라인이었지만 그 아래에는 우리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국경을 넘는 비자금, 명동의 사채 시장, 정치권에 놓인 봉투, 갯벌 위에 올라가는 제철소. 한 시대의 권력과 자본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며 ‘나라를 위한 일’이라 믿었던 그 시간.
이 모든 사건을 한 권에 옮긴 조용래의 첫 장편소설 《밀(密)》이 출간되었다.

새벽 한 재벌가의 둘째 아들이 어둡고 비좁은 차 트렁크에 몸을 실은 채 야반도주를 시작한다. 국내 대기업의 부도를 기점으로 수천억 원대 비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가운데, 총수 일가가 구속되고 검찰 소환을 코앞에 둔 왕성규. 그를 싣고 한강 하구의 밤안개를 가르며 탈출 경로를 이끄는 운전사는 청년 조장우. 여기에 ‘의리’라는 단어를 붙여본다. 이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다.

IMF 시기에 실제로 벌어진 사건들을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은 우리가 몰랐던 그 시대 자본의 흐름, 정치와 재벌의 뒷거래, 외환위기의 비화를 생생하게 옮겼다. 서울에서 시작된 돈은 LA, 런던, 시베리아, 에콰도르, 파나마, 인도네시아, 홍콩까지 흘러간다. 그 동선을 따라 외국인 브로커와 변호사들, 미국의 정부 기관과 사설탐정들까지 한데 모이고 흩어진다.
한 시대의 진실이 이 책 안에 들어 있다. 자기만은 빠져나갈 수 있다고 믿었던 자들은 서로의 목줄을 쥐고 끝까지 간다. 의리로 시작된 관계는 돈 앞에서 하나씩 무너지고 ‘나라를 위한 일’이라 믿었던 자들의 욕망은 끝까지 그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소설의 제목 《밀(密)》은 한 글자에 모든 것을 담았다.
감추는 비밀, 긴밀하게 묶인 관계, 은밀하게 움직이는 자들의 손. 책의 인물들은 모두 무언가를 감추고 옮기고 지우는 사람들이다. 그 모든 비밀이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한 시대의 가장 어두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한 가지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시대의 비밀은 여전히 지금의 우리와 닿아 있다는 것. 이 책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자

조용래

1990년대후반,20대시절홍콩을자주오갔다.그곳에서만난사람들과겪은일이《밀》의모티프가되었다.홍콩의증권사에서파생상품트레이더로일하던2015년연말,40대의작가는침사추이의낡은아파트에서20대의기억을불러내《밀》의초고를썼다.이후박근혜·윤석열,두차례의탄핵과변함없이비열한권력·자본을직시하며《밀》을완성했다.《밀》은한시대의풍경을픽션으로옮긴그의첫장편소설이다.한재벌가의흥망을통해1990년대후반한국사회의탐욕과그늘을담아낸다.현재서울민예총이사이자서사·창작위원회위원장을맡고있다.

목차

1.도피2.싹3.금고4.붕괴5.잿더미6.공작7.총알8.밀항9.추적10.사냥11.동냥12.적선13.함정14.증발15.최후16.서명17.깃털18.접선19.매듭

출판사 서평

시대의비밀을마주한작가의정직한시선
혼돈과탐욕의시대,가장어두운바닥을비추는한권의책

조용래의첫장편소설《밀(密)》은‘의리'의가면을정직하게벗긴책이다.한국사회는오래도록‘의리’를신성한곳에두어왔다.친구사이의의리,조직사이의의리.그단어앞에서사람들은흔히자기행동의윤리를묻지않았다.소설속청년조장우는그단어뒤에자기를숨긴다.
“의리로하는일이니,죄는아닐지도몰라.”
한국사회의모든부정한거래가한줄의자기합리화위에세워졌다.소설은의리의정체를한겹씩들춰낸다.의리라는이름뒤에서사람이옮겨지고,흔적이지워지고,끝내사람이사라지는풍경.의리뒤에는돈이있었고,돈뒤에는권력이있었고,권력뒤에는‘나라를위한일’이라는거대한명분이있었다.
재벌회장은권력자에게묻는다.
“국가가짓으라캐서시작한공장이야.근데이제와서무너뜨린다고?그게국가의뜻이라꼬?”
이한줄에한국정경유착의본질이압축되어있다.정치는자본에명분을주고,자본은정치에돈을주었으며,한덩어리가마침내한사회전체를부도로밀어넣었다.소설이깊이들여다보는것은권력만이아니다.작가는그거대권력의그늘아래에서숨을쉬던사람들을소설속으로소환한다.하지만작가는인간의잔인함을도덕적단죄로그리지않는다.대신모두가빠져들어간거대한늪으로바라본다.
각자의사연을가지고돈을향해뛰어들지만,한번발을디딘순간누구도빠져나오지못한다.한사람을살리기위해다른사람이사라지고,자기는빠져나갈수있다고믿었던자들이끝내서로의목줄을쥐며같은늪안에서허우적댄다.그늪안에서인간의가장밑바닥본능은야생의먹이사슬처럼작동한다.약자는강자의도구가되고,강자는더큰강자의도구가된다.누군가는흔적도없이사라지고,누군가는살아남아그시간을견딘다.
권력의품에서비대해진자본,그리고권력이무너지자마자새로운동아줄을찾는재벌의생리.그러나새로들어선권력의속성역시전과다르지않다.지배자의이름은끊임없이바뀌어도권력과자본이한몸으로움직이는공생의질서는완강하다.작가는이냉혹한생리를정면으로응시하며,소설의시선을과거의어느한시절에만가두지않는다.혼돈과탐욕의시대를정직하게서술한조용래장편소설《밀(密)》은한국정치경제스릴러의지평에묵직한선을긋는작품이다.이선명한기록은우리가외면해온거대한늪의가장어두운바닥을마침내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