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여름방학에는 숙제가 없다

어른의 여름방학에는 숙제가 없다

$17.80
Description
각자가 통과해 온 계절을 일기에 담는, ‘계절 일기’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흔히 여름이라고 하면 훌쩍 떠나는 휴가지의 낭만이나 눈부신 해방감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른 여름의 얼굴을 비춘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묵묵히 버텨야 하는 출퇴근길, 텅 빈 사무실에서 선풍기 바람에 기대어 보내는 야근, 그리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번아웃과 남몰래 삼키는 애도의 시간까지. 직업도 나이도 다른 여러 저자는 덥고 끈적이는 삶의 한복판에서 길어 올린 저마다의 진짜 여름을 ‘일기’라는 솔직하고 다정한 그릇에 담아낸다.

어린 시절과 달리 어른이 된 우리는 누군가 내주는 숙제가 없어도 각자의 삶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매일 홀로 풀어 가야 한다. 한낮의 뙤약볕에서 한 뼘 그늘을 찾아내고, 장마철에 뽀송하게 마른 수건 한 장의 기쁨을 발견하듯 스스로에게 다정한 방학을 허락해야 한다. 억지로 채워야 할 숙제가 없다는 것은 곧 스스로 삶의 여백을 만들고 정답 없는 답안지를 써 내려갈 수 있는 어른만의 특권이다. 저자이기 이전에 한 어른으로서 앓고, 땀 흘리고, 사랑하며 통과한 이 여름의 기록들이 시원한 보리차 한 잔같이 여러분의 마음에 스며들기를.
저자

정현우

2015년《조선일보》로등단했다.시집『나는천사에게말을배웠지』,『소멸하는밤』,『검은기적』을펴냈다.서울에서삽살개와함께산다.새와물고기를좋아한다.몇년간소중한존재들을떠나보내며,오래상실의언어에관해생각하고있다.

목차

일기를펼치며

정현우
빛의편린
페트리코

김해솔
초월일기
호저

구선아
한여름낮의잠
소멸하지않는무지개

손해담
우계
빛없는방과고양이들

홍은지
더위에시들지않고비에도젖지않는
베란다로맞는여름은

장샛별
어른의여름방학에는숙제가없다
완벽하지않아열리는밤

한소리
여름날의가장즐거운소일거리
나는여름이낯선데여름은내가익숙하대

하기정
끝물의얼굴
칠석

김하영
물에빠지면입만동동뜬다
노을과의영원한장난

홍지연
어른의여름방학은밀린방청소부터
두근두근뜨끈뜨끈,여름

페이건드라카
연하장(挻夏狀)
벌볕아래

금이정
플립오버
그여름,졸업

안병현
거미줄에걸린여름들
모서리

차한비
(D-43)월요일을기다리며
(D+20)월요일을떠나보내며

김동연
14시간35분
일년전오늘,경이죽었다

이이서
장마를기다리며
마지막인사는역시사랑해로하자

박인주
자파르파나히의〈노베어스〉를보고난후
타마르반덴도프의〈블라인드〉를보고난후

루나
다정함을견디는방법
안녕,나의이름은

최민우
서로폐끼치는삶
네이웃을사랑하는것이내몸

지언우
금요일,겨울이었다
월요일,여름이었다

이원석
여름달리기
여름비

윤주환
볕뉘
물이없는하천

황진욱
계절을온몸으로통과하는일
생의첫여름밤산책

출판사 서평

“이번여름에는나라는사람에게도여러가지열매가달렸다.”
각자의열기를건너온작가들이건네는한여름의조각들

여름이짙어질수록세상은맹렬한열기를뿜어낸다.쏟아지는매미울음소리와눈부신초록의풍경앞에서사람들은흔히찬란한젊음과해방감을떠올린다.하지만각자의방문을열고나선어른의여름은그리낭만적이지만은않다.세상이뜨거워질수록이마에맺힌땀방울은더무거워지고,작열하는태양아래묵묵히출퇴근길을견뎌야하는현실의눅눅함이반드시따라오기때문이다.
‘계절일기’시리즈의두번째이야기인『어른의여름방학에는숙제가없다』는바로그여름의진짜얼굴을낱낱이닦아낸기록이다.직업도,나이도,사는곳도다른저자들은‘일기’라는정직한형식을빌려각자의여름을통과한다.온몸으로덥고습한계절을마주하며남긴이기록들은막연한휴양지의환상대신,땀내나고끈적하지만그만큼치열하게살아숨쉬는삶의질감을품고있다.

여름을견디고,사랑하고,기록하는사람들
어른의삶을통과하는가장솔직하고뜨거운여름의무늬

‘방학’과‘숙제’는어른이되며그의미가달라지는단어다.어린시절우리의여름에는언제나긴방학이있었고,억지로라도채워야할밀린일기와‘탐구생활’이라는숙제가있었다.하지만어른이된우리는누군가가내주는숙제가없어도각자의삶이라는묵직한과제를매일홀로풀어가야한다.저자들이하루하루쌓아올린이여름의정경은매끈한휴가지의사진이아니다.갑작스러운소나기에젖어버린운동화,뙤약볕아래서무거운흙과돌을만지는정원사의노동,만원버스에서느끼는불쾌감,그리고에어컨바람아래서불덩이같은몸을식히는잠깐의쉼같은것들이다.저자들은이토록덥고지치는일상에서도스스로에게방학같은다정한휴식을허락하는법을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는산과바다로떠나는계절이지만,누군가에게는여느때처럼땀흘리며치열하게살아내야하는현장인여름.저자들은불볕아래서일하는누군가의굽은등을보며생의무게를감각하고,텅빈사무실에서홀로야근하며선풍기소리에위안을얻는여름밤을적는다.오랜만에찾아간고향집에서수박을썰어주는부모님의마른손을마주하는마음,장마철옥상에서비를피하는길고양이에게겹치는연민,퇴근후들이켜는차가운맥주한캔으로돌아보는하루는우리들삶과아주가까이맞닿아있어서더욱진한공감을불러일으킨다.

“한해쉰땅에서벼도더잘자란대.어른도멋진여름방학이필요해.”
스스로에게다정한쉼을허락하는자유롭고너그러운계절

책의제목은이러한이야기들의핵심을꿰뚫는다.어른의삶에는정해진방학도,누군가검사해줄숙제도없지만,그렇기에우리는스스로삶의여백을만들고자신만의정답없는답안지를써내려갈특권이있다.뙤약볕속에서도기어코그늘을찾아내고,장마철의습기속에서도뽀송하게마른수건한장의기쁨을발견하는것.책장을한장두장넘기다보면,억지로채워야할숙제가사라진어른의여름이야말로스스로를보살필수있는가장자유롭고도너그러운계절이될수있다는생각이든다.
『어른의여름방학에는숙제가없다』는낭만으로포장하기엔몹시도끈적하고치열했던우리들의여름을생생히담아낸다.화려한휴양지의풍경은없지만,타인의일기장을한장씩넘기다보면어느새눅눅했던내삶의한구석이보송보송마르는듯한기분이든다.남몰래흘린땀방울을위로받으며,자신의여름을온전히끌어안게된다.억지로채워야할정답이나누군가의검사가필요없는어른의방학.각자의방식으로앓고,땀흘리고,사랑하며통과한이여름의기록이시원한보리차한잔같이여러분의마음에스미기를바란다.